낙산사 목조관세음보살 소견

6.25 당시 폭격으로 소실

자비 미소 사진으로만 남아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은 낙산사는 엄연히 2003년에 보물로 지정된 제 1362호 건칠관세음보살좌상이 있는데, 무슨 목조관음상이냐 하는 의문을 갖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1950년에 조선시대에 지어진 낙산사 원통보전이 불타기 전에 사진에 나오는 이 목조불상이 원통보전에 좌정하고 계셨다.

지난 백년간 낙산사 원통보전은 두 번 불타고 두 번 새로 지어졌다. 사찰과 같은 목조건물에 불이 나면 남는 것은 대체로 두 가지 밖에 없다. 첫째는 지붕을 이는 기와이다. 수막새, 막새기와, 와당 같은 기와들이 불탄 자리에 남는다.

둘째는 주춧돌이다. 화강암 같은 강한 석질의 돌들이 불을 쉽게 이겨버릴 것 같은 생각이 들지만 상황은 전혀 그렇지 않다. 불이 한 번 돌을 달구면, 나중에 툭툭 터져나가 버린다. 그래서 불에 닿지 않는 전각 밑 주춧돌이 남는다. 통돌로 만든 돌계단도 그냥 터져버린다.

전각 속에 있던 어느 것도 다 불타 버린다. 불상이 목조이든 철조이든 석조이든 불붙은 전각의 지붕이 무너져 내리고 몇 천도까지 올라가는 불이 닿아 버리면 녹아버리고 깨져버리고 터져버린다.

낙산사는 동해안 지역의 독특한 기후상황으로 여러 번 불에 전소되었다. 앞으로도 불이 날 가능성은 언제나 상존한다. 겨울에 산이 많은 강원도 지역은 나뭇잎이 수십 센티에서 1미터 깊이까지 싸이고 바닷가 해풍에 마르고, 거기에다 강한 태양이 어쩌다 굴절현상으로 아주 작은 불꽃을 만들어 내면 누군가 굳이 담뱃불을 던지지 않아도 큰 산불이 난다.

거기에다 강한 해풍(海風)이 불어오면 그 불덩어리는 수십킬로를 거쳐서 이리 저리 날아다닌다. 그 날아다니는 불덩어리에 목조 전각에 불이 붙어버리면 혹시라도 소나무로 지은 건물이면 송진까지 퍽퍽 터지면서 잘 타오를 수밖에 없다.

바닷가 바람이 어느 정도로 강한가는 주차시에 알 수 있다. 차 방향을 잘못 잡아 놓으면, 바닷가 해풍이 갑자기 불어 닥쳐 자동차 앞면 유리가 곰보처럼 구멍이 난다. 바닷바람으로 전각의 기왓장이 날아 떨어지는 것도 예사로운 일이다.

사실 이 목조관세음보살 좌상은 조선시대 원통보전에 좌정하고 계셨던 불상이다. 6.25 당시 폭격으로 불타버린 원통보전에 원래 보전돼 있던 불상이다. 후불탱은 사방에 사천왕상이 둘려 서있고, 따스한 미소를 지닌 아미타불 부처님이 묵좌하신 그 앞에 천연스러운 웃음을 띤 관세음보살상은 정겹기만 하다.

그 우측에 보면 목조 선재동자가 살짝 보이는 것을 보면 좌보처에는 동해용왕상이 있었을 것이다. 손에든 정병(군티카)은 언제든지 목마른 중생이 물을 달라하면 바로 내줄 수 있게 양손으로 받치고 들고 있으시다. 머리엔 화관(花冠)을 쓰셨는데, 화관의 중앙에는 화불(化佛)인 아미타불 부처님이 앉아계신다.

화려한 영락은 온 몸을 감싸고 통견의 옷자락은 아름다운 당채 빛깔을 흠뻑 물들이고 있다. 이토록 다정한 관세음보살님은 화마에 불타버리고 지금은 사진으로나마 예전의 원통보전 주인을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 하겠다.

온국민이 사랑하는 낙산사 원통보전의 원래 주인을 보신 분이 많지 않을 듯하여 이 사진을 공개해본다. 열대야에 시달리는 많은 불자들에게 시원한 버드나무가지에 물을 달아 뿌려서 청량(淸凉, 시원함)을 얻을 수 있도록 해주시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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