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두부월형(龍頭斧鉞)形) 의식구 소견

담마빠다 돼지 귀신 이야기

입의 허물에 관한 과보 전해

 

처음 행자를 시작했을 때 어른 스님들께서 절 집안은 용사(龍蛇)가 혼재(混在, 섞여 산다)한다는 말씀을 들은 적이 있다. 그 때는 무슨 뜻인지 몰랐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깨달은 훌륭한 스님들과 아직 깨치지 못한 스님들이 함께 살아간다는 뜻으로 이해했다.

동화사에서 박물관장으로 재직하면서 수장고와 전시실에 있는 많은 유물들을 자세히 관찰해보면 다른 곳에는 없는 귀중한 유물들이 많이 소장되어있다. 이 용두부월형 의식구는 어느 탱화에 그 유례를 보이는데, 정성이 많이 들어간 목조각으로 용머리에 혀를 도끼처럼 만들어놓은 것이다.

입속에 혀 대신 도끼를 달고 있으니 무척 힘들 것 같은 데 왜 도끼를 매달고 있을까? 야운비구자경문(野雲比丘 自警文)에 보면 그 뜻을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다.

구무다언(口無多言) 신불경동(身不輕動) 구시화문(口是禍門) 필가엄수(必加嚴守) 뜻을 풀이해 보자면 말을 많이 하지 말고 몸을 가벼이 하지 말라. 입은 화가 드나드는 문이니 반드시 엄정히 지켜야 한다는 정도의 의미가 된다.

담마빠다(법구경) 게송 281번에 보면 탐욕스러운 돼지 귀신 이야기가 나온다. 어느날 목련존자가 락카나 스님과 영축산을 내려 오다가 미소를 지었다. 그래서 락카나 스님이 이유를 묻자 부처님이 계신 곳에서 말하겠다고 약속한다.

목련존자는 탁발을 끝내고 부처님께 돌아와 자리에 앉은 후 그가 본 귀신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덩치는 엄청나게 크고, 몸은 인간인데 머리는 돼지였고 그 입에서 꼬리가 자라나고 있고, 꼬리끝에는 구더기가 자라고 있다. 그런 흉악한 귀신은 다른 곳에 없으리라 하고 미소지었다 말한다.

그러자 제자들이 부처님께 그 귀신은 무슨 과보로 그 같은 형상을 하고 있는가 여쭈었다. 부처님께서는 가섭부처님 당시에 두 승려가 작은 마을의 한 암자에서 수행할 때 둘의 나이는 서로 한 살 밖에 차이가 안 났지만 한 살 어린 승려는 언제나 선배를 깍듯이 대접했다.

그런데 어느 날 포교에 능숙한 스님 하나가 와서 함께 살게 되었다. 그 스님은 암자를 차지하기 위해 두 스님을 서로 이간질하기 시작했다. 선배스님에게는 후배스님이 뒤에서 욕한다고 하고, 후배스님에게는 선배스님이 못마땅하게 생각한다고 하고 해서 두 스님이 서로 불화를 일으켜 둘 다 암자를 떠났다.

이후 십몇년이 지나 다른 사찰에서 마주친 두 스님은 서로 참회하다가 포교사스님에게 속은 것을 알고 암자로 돌아와 포교사스님을 내쫓는다. 이 포교사 스님은 그 후 수천생을 지옥에 있다가 귀신으로 태어나서 살아가는 것이었다. 이 얼마나 무서운 과보인가!

이와 같은 입의 허물에 관한 이야기가 여럿 있지만 법구경에 물고기 까삘라 이야기가 있다. 어느 바닷가 마을에서 어부가 그물을 치자 황금빛의 귀여운 물고기를 하나 잡았다. 그래서 어부는 그 물고기를 왕에게 갖다 바쳤다.

왕은 물고기가 왜 황금색을 띠고 있는지 궁금해서 부처님께 가서 여쭙자 부처님께서는 과거 전생에 스님이었던 황금고기의 전생을 이야기 해주었다. 그는 주변의 스님들을 욕하고 이간질하고 정법을 비난했던 과보로 황금고기로 태어났으며 입에서는 악취가 난다고 하셨다.

그리고 지금 죽어서도 아직 못다한 과보를 갚기 위해 아비지옥으로 가야 한다고 말씀하시니 많은 대중들이 놀라서 경각심을 일으키는 것이었다. 이처럼 입에 도끼를 단 용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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