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광출판사 펴냄/불광연구원 편찬/2만3천원
 

7년 전 대만 카오슝에 있는 불광산사를 방문했었다. 경내 곳곳을 둘러보는 순간 입이 딱 벌어졌다. 사찰 규모가 커서가 아니었다. 내 눈을 고정시킨 것은 사찰 내부에 들어선 시설의 컨텐츠들이었다. 1천여명 이상 회의할 수 있는 국제회의장, 부처님 일대기 테마파크, 4천명 이상 수용할 수 있는 호텔 등등. 또 놀란 것이 있다. 아침 예불 뒤 스님과 신도들이 같은 법복을 입고 운동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또 있다. 언제 어디서 만나도 미소를 잃지 않는 스님들의 따듯한 모습 등이다.


하지만 가장 인상적인 것은 대만 불광산사 한국지원 주지 의은 스님의 설명이었다. “대만 불자들은 어느 곳에 큰 재난이 일어나면 국가와 종교를 초월해 가장 먼저 현장으로 달려 가 봉사를 합니다. 거기에는 불광산사건 자제공덕회건 사찰이나 종파를 가리지 않습니다”라고 말했다. 대만서 몇 개의 대형 사찰을 둘러보고 그 설명에 대한 이해가 갔다. 사찰에 의과대학과 병원을 운영하는 곳이 여러 곳 있었고, 신도들로 이뤄진 다양한 자원봉사 모임이 꽤 활성화 돼 있었다.


사실 대만불교는 제 2차 세계대전 후 심각한 침체를 겪었다. 지식계층은 주로 개신교를 믿었고 불교계는 기복 신앙에서 헤어나질 못했다.


하지만 지금의 대만불교는 인구의 80%가 불자이며, 전 세계 200여 곳에 분원을 둔 사찰이 있을 정도로 급성장 했다. 그 배경에는 포광산사(佛光山寺), 츠지공덕회(慈濟功德會), 파구산사(法鼓山寺), 중타이선사(中臺禪寺)라는 신흥 4대 종문이 자리 잡고 있다.


신도 100만 명, 전 세계 33개 국가 200여 분원을 운영하며, <불광대장경> <불광대사전>을 편찬한, 싱윈(星雲) 스님의 포광산사(佛光山寺). 전 세계 400만 회원을 자랑하는 국제적인 구호 단체인, 정옌(證嚴) 스님의 츠지공덕회(慈濟功德會). 중화불학연구소, 파구산불교대학 및 불교대학원을 통해서 한전불교(漢傳佛敎) 연구를 촉진시키고, 수준 높은 불교교육과 전법 인재를 양성하는 성옌(聖嚴) 스님의 파고산사(法鼓山寺). 1천여 출가자와 수십만 재가자가 중국 선종의 중흥을 꾀하며, 세계 최대의 선종 도량을 건립한 웨이줴(惟覺) 스님의 중타이찬사(中臺禪寺)가 바로 그 신흥 4대 종문이다.


4대 종문은 역사와 전통문화를 보유한 사찰을 벗어나 도심을 중심으로 성장세를 키워나갔다. 그렇다면 성장 비결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 불광연구원 지홍 스님은 중생 속으로 들어가 아픔을 함께 어루만지고 그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인간불교를 실천이념으로 삼아왔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이렇듯 <대만불교의 5가지 성공 코드>는 바로 그 이유를 알려 주는 책이다. 불광연구원 주도로 중앙승가대 김응철 교수와 동국대 김호성 교수, 같은 대학 박인석 HK연구교수, 충북대 서대원 교수 등 전문 학자들이 현지조사와 자료를 토대로 두 차례의 세미나와 함께 1년여 동안 대만불교를 분석했다.


저자들은 급성장한 신흥 4대 종문을 중심으로 대만불교의 발전과정과 현황을 5가지 중요 코드로 구분했다. △지도자의 리더십과 ‘인간불교’의 실천이념 △투명한 사찰 운영 방식과 체계적인 신도 조직 △현대적인 교육체계와 적극적인 인재육성 △활발한 전법과 도심포교 △여성의 적극적인 참여 등으로 나눠 총 15편 글을 통해 대만불교 발전 요인을 상세히 기술했다.


박인석 동국대 HK연구교수는 이 책에서 대만불교의 성공 사찰 중 포광산사와 츠지공덕회를 분석했다. 박 교수는 “포광산사서 국제포광회를 창립해 재가신도조직을 만들어 그들에게 다양한 역할을 부여한 것은 좋은 사례가 될 수 있이다.”며 “츠지공덕회도 가정의 테두리를 넘어 전 세계로 여성성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확대 적용함으로써 돌파구를 찾아냈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김응철 교수는 ‘대만불교의 역사와 4대 종문’ 및 역사적 배경을, 김호성 교수는 대만불교의 이념적 뿌리를 소개했다. 또한 서대원 교수는 대만불자의 계율정신과 윤리의식을, 양정연 교수는 대만불교의 성장과정과 특징 및 교육체계, 인재육성 제도에 대해 소개했다.


특히 김응철 교수는 한국불교의 성찰에 대해 시사하는 바도 책 말미에 덧붙였다. 첫째, 대만 사찰의 지도력은 사찰이나 종단적 결속력에서 나오지만, 한국 사찰 스님들은 개인의 자질과 역량에 의존하는 지도력을 발휘하고 있다. 둘째, 대만불교는 계행 실천을 통해 승가의 자체 정화 기능이 잘 작동하지만, 한국불교는 이 종단서 문제를 일으킨 사람들이 저 종단으로 옮겨가는 사례들이 있다. 셋째는 사찰 운영방식에서 대만은 공익법인 수준으로 운영되지만, 한국은 주지 스님 1인의 의사결정에서 운영되는 사례가 많다는 것이 김 교수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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