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 한마음선원서 사부대중 1만여 명 운집

▲ 한마음선원 선원장 묘공당 대행 스님의 49재가 9일 한마음선원 안양 본원에서 봉행됐다. 이날 49재에는 한마음선원 주지 혜원 스님, 조계종 원로의원 세민 스님, 조계종 포교원장 지원 스님을 비롯한 전국 각 지원에서 온 사부대중 1만 여명이 운집했다.

“한마음선원 사부대중은 스님의 가르침 잊지 않고 물러서지 않는 정진의 길 걸어가겠습니다.”

5월 22일 원적에 든 한마음선원 선원장 묘공당 대행 스님의 49재가 7월 9일 한마음선원 안양 본원에서 봉행됐다.

무더운 날씨에도 본원 3~5층 법당과 지하식당 그리고 마당, 인근 솔밭까지 전국과 해외에서 온 사부대중이 자리를 가득 메웠다.

이날 49재에는 한마음선원 문도들과 조계종 원로의원 세민 스님, 조계종 포교원장 지원 스님, 前포교원장 혜총 스님, 생명나눔실천본부 이사장 일면 스님, 불교TV 회장 성우 스님, 월정사 부주지 원행 스님, 전국비구니회장 명우 스님을 비롯한 사부대중 1만여 명이 참석해 스님의 마지막 가는 길을 기렸다.
49재는 대행 스님의 영결식 진행을 맡았던 BBS 불교방송 ‘마음으로 듣는 음악’진행자 정목 스님의 사회로 진행됐다.

부처님을 모신 상단에서는 명종, 개식, 삼귀의, 육법공양, 육성법문 등을 진행하고, 대행 스님을 모신 각령전에서는 어산장 동희 스님의 청혼의식, 헌화를 비롯해 추모사, 추모의 글과 선법가, 상좌의 편지, 음성공양을 올렸다.

대행 스님의 생전 육성 법문에서 스님은 “이 공부는 말로는 형용할 수 없는 공부다. 작은 것부터 큰 것 까지 절대로 놓치지 말고 실험하고 체험하도록 하십시오”라고 했으며 “삼천대천세계와 우주 천지도 없으며 사생과 사계절도 없으며 동서와 시간도 없으며 공한 것도 없고 없는 것조차 없는데 곳곳마다 바람과 물 없는 곳 없고 꽃 안 피우는 곳 없고 두루 푸르지 않은 곳 없으니 앞산 뒷산 오고 감이 없이 오고 가며 화하여 나투는데 발은 발대로 있고 손은 손대로 있더라. 어찌 광대무변하다 아니 하리”라는 게송을 들려주었다.

 

▲ 조계종 포교원장 지원 스님이 대행 스님 영전에 헌화를 하고 있다.

조계종 포교원장 지원 스님은 추도사를 통해 “스님은 진정 이 시대의 묘관음 보살이셨다. 생활법문으로 사람들을 일깨우고 문화포교의 큰 장(場)을 이뤘으며 한마음과학원을 통해 마음과 과학의 계발을 도모했고, 계층법문으로 어린이 청소년은 물론 젊은이들에게 희망과 꿈을 줬다”며 “스님은 이 시대의 문수보현보살의 화신이고 현대포교의 화신이었다. 이제 49일도 다 지나갔으나 다시 큰 보살로 환생하시어 온 세상에 감로의 법비를 내려주소서”라고 추도했다.

명우 스님은 “갈길이 먼 우리들에게 스님의 가르침은 많은 의지처가 돼줬고 이제 더 이상 스님의 한없이 온화하고 인자한 모습을 뵐 수 없다는 사실은 꿈과 같다”며 “일평생 한마음으로 대 자유인의 삶을 보여준 스님이었기에 한국불교의 새로운 중흥을 맞이하게 됐다. 어찌하면 스님의 덕은을 갚겠습니까”라고 추모했다.

이후 본원 혼성 합창단의 추모의 노래에 이어 40여 년간 대행 스님과 인연을 맺어온 박재원 신도회 고문의 추모의 글 낭독이 이어졌고, 대행 스님의 100여 명이 넘는 상좌들 가운데 가장 막내층에 속하는 사미니 스님인 혜환 스님(봉녕사 승가대학 치문반)의 편지 낭독이 있었다.

가장 평범하면서도 가장 비범한 대장부가 되라고 생전에 법문하신 스님은 상좌들에게도 따로 특별한 정진을 하라고 하지 않았다. 생활 속 마음 공부를 통해 자기라는 아상(我相)을 녹이고 근본과 하나 되는 길을 늘 일러주었으며 재가 불자들 또한 공부에 있어 차별을 두지 않았다. 상좌들은 선법가 ‘대장부’를 스님 영전에서 부르며 그 가르침을 다시 한번 되새겼다.

한편 주지 혜원 스님은 사부대중에 “은사 스님께서 입적하신지 한 달이 훌쩍 지났지만 아직도 꿈같기만 하다. 은사 스님의 영결 기간 동안 조문 와주신 제방 대덕 큰스님들과 여러 스님들, 그리고 불자님들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며 “여러 어른 스님들의 따뜻한 격려와 은사 스님의 유지를 잘 받들라는 당부의 말씀 가슴 깊이 새기고 살아가겠다”고 인사했다.

49재가 끝난 뒤에도 신도들의 헌화 발길은 오후까지 계속 됐다. 본원 5층 법당에 마련된 스님 영전에 인사드리려는 불자들로 1층부터 5층계단 까지 줄을 이었다.
한마음선원은 선원을 찾은 신도와 외부손님들에게 대행 스님 추모집 〈만공에 핀 꽃은 청산을 울리고〉와 스님의 법문을 담은 CD를 법공양했다.
 

▲ 한마음선원 주지 혜원 스님은 사부대중에게 "그동안 너무 감사했다. 저희들 잘 지켜봐달라"는 감사인사를 전했다.

1927년 서울 이태원에서 태어난 대행 스님은 일제강점기 산중에서 수행을 시작, 1950년대 말부터 치악산 상원사 근처 한 토굴에 머물며 찾아오는 사람들의 고통스런 일들을 돕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스님은 내면에 불성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 스스로를 아무런 힘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보며 자신들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자유인이 될 수 있도록 그 도리를 가르치는 것이 시급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에 닥쳐오는 모든 것을 근본 자리에 맡겨 놓고 지켜봄으로써 스스로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 할 수 있는 수행법을 사람들에게 가르치기 위해 1971년 경기도 안양시 석수동에 한마음선원의 전신인 대한불교회관을 세웠다. 이어 1982년 조계종 직할교구에 등록하고 ‘조계종 한마음선원’으로 개칭해 선원장으로 취임했다.

 

<49재 봉행 후 서산정을 향한 추도의 물결>

 

대행 스님의 49재 봉행 후 사부대중은 점심공양을 마치고 스님의 향취를 느끼기 위해 생전 대행 스님이 주석하던 ‘서산정’으로 향했다.
도보로는 30분 거리. 햇볕이 내리쬐는 무더위에도 사부대중은 아랑곳 않고 대행 스님의 가르침을 새기며 한걸음 한걸음 올라갔다.
서산정에 이르자 이미 많은 신도들이 도착해 있었다. 누가 정한 것도 아닌데 신도들은 스님의 다비식을 진행한 터 앞에서 절을 올린 뒤 합장을 하고 서산정 내 마당을 돌았다. 스님이 머물던 서산정 안을 창문으로 넘어다 보기도 하고, 스님의 다비장을 치룬 자리에 돋아난 새싹을 응시하며 스님의 가르침을 새기는 불자들도 있었다.

본원 신도 임융창 씨는 “직장업무로 바쁘지만 이번 49재는 꼭 참석하리라는 마음으로 왔다. 서산정을 둘러보고 ‘그동안 대행 스님과 인연으로 가르침을 배울 수 있었던 내가 참으로 복이 많구나’라고 생각했다. 이승을 떠나셨지만 스님은 항상 우리 곁에 있다는 것을 알기에 힘이 난다”고 말했다.

김지숙 씨는 “서산정 곳곳에서 스님의 온기를 느낄 수 있다. 다비식을 진행했던 곳에 돋아난 새싹을 보니 ‘풀 한포기, 자그마한 생명에도 공부거리가 있다’는 스님의 그 말씀이 갑자기 생각난다”며 “대행 스님은 내 인생의 가장 큰 스승이자 어머니다.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혜심 스님은 “49재 기간 동안 은사 스님 뜻 받들어 정진해야겠다는 그 마음뿐이었다”고 말했다.
혜석 스님은 “서산정 앞에서 조문객을 맞이했는데 남녀노소 모두 뜨거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이곳까지 걸어오는 정성스런 모습에 제자들이 더욱 열심히 정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서산정은 …

대행 스님은 2009년 11월부터 안양 본원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삼성산 초입의 서산정에 주석했다. 스님은 서산정이라는 이름을 직접 짓고 ‘깊고 깊은 곳에서 지은 집’이라는 뜻이라 했다. 노년의 스님은 이곳에서 어느 때보다 편안한 나날을 보냈지만 끊임없이 이어지는 사람들의 애달픔을 들어주고 안아주는 일은 입적하기 바로 전까지도 계속 되었다고 한다.
 

 

<막내 상좌의 편지>
“늘 당신 품에 있습니다”

‘스님’ 하고 나지막이 속으로 외치면 스님께서는 어느새 저와 함께 하십니다. 수평선 너머의 세계에 가본적도 없고 듣지도 못한 사람들은 바다의 끝이 낭떠러지라고 생각합니다.
생사를 초월한 근본자리에서는 오고 감에 걸림이 없을 것이나 아직 그러하지 못한 저의 마음이 자꾸만 스님의 모습을 찾게됩니다. 그러나 곧 스님의 법문 속에서, 선법가 속에서 스님께서는 언제나 함께 하심을 알게 됩니다. 크나큰 허공에도 스쳐가는 바람속에도 모든 생명 품어서 길러내는 흙속에서도 잎사귀를 흔들어대는 나무 사이에서도 스님께서는 함께 하십니다.
제 마음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에든 함께 하십니다. 하늘을 안아보려 애써 두팔 뻗지 않아도 제가 있는 곳은 이미 허공의 품속이듯, 은사 스님 품 그리워 하지 않아도 저는 늘 당신의 품 안에 있습니다.
빛나는 태양과 얼굴 마주대하지 않아도 모든 생명 햇볕 흠뻑 받아 자라듯 당신의 사랑은 온누리에 퍼지는 빛나는 햇살입니다. 보이는 자리에서 그리고 보이지 않는 자리에서 끊임없이 손잡아주시며 이끌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 법을 만나 스님의 제자가 될 수 있어서 무한한 영광입니다.
이제 겉으로는 스님을 찾을 수 없기에 더욱더 안으로 찾겠습니다. 오고감이 없는 자리에서 부처님 심부름 잘 할 수 있도록 스님 손 꼭 붙잡고 뚜벅 뚜벅 길을 걸어가겠습니다.
은사 스님 49재에 상좌 혜환 엎드려 절 올립니다.
봉녕사 승가대학 치문반 혜환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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