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원의 기초 교리 〈13〉팔정도-⑤정명(正命)

‘대기설법 응병여약(對機說法 應病與藥)’은 부처님이 사부대중에게 가르침을 설할 때의 방법론이다. 즉 듣는 이의 수준에 맞게 마치 의사가 병자에게 약을 처방하듯 법을 설하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팔정도의 각 덕목도 출가자와 재가자의 구분에 의해 다양한 설명이 나올 수 있고, 그때 마다 당연히 재가자보다 출가자에게 보다 엄격한 잣대를 대게 된다.

이번에 설명할 정명(正命)은 특히 출가자와 재가자가 지켜야할 기준 차이가 큰 덕목으로 부처님의 ‘대기설법’이 잘 드러나는 수행법이다. 팔정도에서 정명이 실생활과 가장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덕목이기 때문이다. 정견(正見)ㆍ정사유(正思惟)ㆍ정정진(正精進)ㆍ정념(正念)ㆍ정정(正定)처럼 보이지 않는 의식 세계와 관련 있는 덕목은 수행자가 얼마만큼 체득했는지 그 척도를 가늠하기 어렵지만, 정어(正語)ㆍ정업(正業)ㆍ정명은 실생활 속에서 항상 드러나는 덕목이기 때문에 사람의 됨됨이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기 쉽다.

이중에서도 정명은 가장 우리의 생활과 밀접한 덕목이다. ‘바른 생활법’을 뜻하는 정명은 재가자들에게 있어서 바른 직업을 통해 바른 생활을 영위하는 것과 규칙적인 생활을 지키는 것으로 나뉜다.
첫째, 바른 직업은 바른 수단에 의해 의식주 등을 해결하는 것을 말한다. 이것은 자신의 직업에 충실하고, 성실한 생활을 하는 것으로 도박이나 투기 등 요행을 필요로 하는 생활을 해서는 안 된다는 가르침이다.
둘째, 바른 규칙적인 생활은 취침과 기상 시간은 물론, 식사 시간과 횟수, 식사의 양, 직장 등으로의 출근시간 및 공부, 운동, 휴식 등 그 밖의 모든 생활을 규칙적으로 하는 것을 의미한다. 규칙적인 생활은 건강을 유지시키고, 일의 능률을 높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사람의 성공을 결정하는 요인도 된다. 수면 식사 업무 운동 휴식 등에 관해 규칙적인 생활을 보냄으로써 건강과 일의 능률을 높이고, 경제생활과 가정생활을 건전하게 유지시키는 것이 바로 정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좋은 결과이다.

하지만 2500여 년 전 부처님에게 직접 가르침을 받은 인도의 재가자들이나 지금의 재가자들이나 속세에 머물러 있는 한, 이러한 규칙적인 생활을 항상 지켜나가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고 쉽게 포기해서도 안 된다. 삼보에 귀의한 불자라면 정명을 수행하기 어려운 처지에 있거나, 게으름과 나태함으로 번번이 규칙적인 생활에서 벗어나도 다시 발심해 도전하려는 마음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렇다면 출가자의 정명은 어떨까? 원시불교 시대에서 출가자의 바른 생활은 걸식(乞食), 즉 탁발하는 생활을 의미했다. 무언가를 소유하겠다는 마음의 집착에서 벗어나는 생활을 하기 위해서였다. 규칙적인 생활은 말할 필요도 없고, 식사도 하루 한 끼로 제한된 생활을 보냈다.
부처님은 또 출가자들에게 정명은 사명(邪命)에 반대되는 것이라고 설했다. 사명은 출가자의 신분으로 훌륭한 인물로 보이기 위해 화려한 옷으로 치장하거나, 교묘한 말로 진실 아닌 것을 진실인 양 말하거나, 신(神)의 대리인으로서 자신을 숭배하게끔 하거나, 신통력을 빙자해 점술이나 예언 등으로 사람의 마음을 조종하려 하는 것 등이다. 정명은 이러한 사명이 없는 생활을 뜻한다.
 

재가자들 중에는 어떻게 요즘 같은 세상에서 정명을 수행할 수 있냐며 어렵다고 손사래 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세계 곳곳에서 묵묵히 불도를 닦으며 수행정진하고 있는 고승들도 엄연히 존재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고승대덕들도 처음엔 우리와 같은 속세의 사람이었다는 점을 상기한다면 몇 가지 규칙적인 작은 실천정도는 못할 것도 없다. (887호 5월 9일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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