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할 수 없으면 추방한다
제도할 수 없으면 추방한다
  • 윤창화
  • 승인 2011.08.08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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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원총림을 찾아서 39 벌칙과 추방
▲ 승가에서는 계를 범했을 경우 대중공사를 붙여 추방한다. 사진은 2000년 동국대 훼불관련 대중공사의 모습 (현대불교신문 자료사진)

승가에서는 5계 가운데 살생(殺生), 투도(偸盜), 음행(淫行), 망어(妄語) 등 네 가지 계를 범했을 경우 대중공사를 붙여 추방한다. 이것을 율장에서는 ‘사바라이(四波羅夷)’라고 한다. ‘사바라이’란 ‘네 가지 중죄(重罪)’라는 뜻으로서 ‘사중죄(四重罪)’ 또는 ‘사중금계(四重禁戒, 네 가지 중요한 금기사항)’라고 하는데, 승가에서 가장 중시, 엄금하는 계율이다. 그 밖에 승단을 뒤흔들게 하는 사건을 일으켰을 경우 즉 승가의 화합을 깬 경우에도 당사자가 참회, 개선하지 않으면 사바라이와 같이 중죄(重罪: 추방, 퇴출)로 다스린다. 

추방하는 것을 우리나라에서는 도첩(度牒: 승려신분증)을 빼앗아 버린다고 하여 ‘체탈도첩(?奪度牒)’이라고 하고, 율장의 용어로는 ‘멸빈(滅?, 승적에서 이름을 멸살시키고 축출함)’이라고 한다. 그리고 청규에서는 ‘빈출(?出, 물리쳐서 내쫓음. 축출),’ ‘빈벌(?罰, 축출의 벌칙)’ ‘삭적(削籍, 승적에서 삭제함)’ ‘멸빈(滅?)’ ‘구빈(驅?, 내 쫓음)’ ‘출원(出院, 선원에서 축출함)’ 등이라고 한다. 

총림에서 승려를 추방, 축출할 때 무조건 일방적으로 축출하는 것은 아니다. 먼저 규율담당인 유나가 객관적으로 조사한 후 당사자를 불러서 잘못을 인정하고 참회할 기회를 준다. 참회할 기회를 주었는데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거나 뉘우치지 않을 경우 축출하게 된다. 

축출과정은 매우 특이하다. 타인이 보면 매우 흥미롭지만 당사자에겐 이만저만한 모욕이 아니다. 총림의 기강 담당인 유나(維那)가 대중을 동원해 당사자를 포박한 후, 모든 대중들이 지켜보는 자리에서 승복을 벗기고 곤장을 친다. 그런 다음 당사자가 보는 앞에서 가사와  발우 등 소지품을 모두 불태워 버린다. 타인이 물들 수 있으므로 흔적을 없애 버리는 의미이다. 이어 속인복을 입혀서 정문(正門)이 아닌 편문(偏門)으로 내 쫓아버린다. 편문이란 선원에서 규칙이나 계율을 어긴 승려를 추방하는 문으로 쪽문이다. 중죄를 범했으므로 정문으로는 나갈 수 없다는 것이다. 정문은 정식 스님만 다니는 곳이지 승려가 아닌 죄인은 다닐 수 없다는 뜻이다. 

송대의 선승 장로종색이 편찬한 <선원청규>(1103년) 10권 ?백장규승송?에는 추방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명시하고 있다. 

 “혹 규칙을 범하는 자가 있으면 모름지기 대중 앞에서 주장(?杖)으로 이를 치도록 하라. 도구(道具, 가사와 발우 등 일체)를 모두 불태우고 축출할지어다. 편문(偏門)으로 내 보내는 것은 치욕을 드러나게 함이다.”

 “중계(重戒, 四重罪: 殺盜?妄)를 범하면 의발(衣鉢, 가사와 발우)을 거두어서 태워버리되, 응당 중인(衆人, 대중)을 모을지어다. 산등(山藤, 막대기)으로 치는 것은 오로지 치욕을 드러나게 함이니, 구빈(驅?, 곤장으로 쳐서 축출함)하여 편문(偏門)으로 내 보낼지어다.”

도구(道具) 일체를 불태워 버리고 곤장으로 쳐서 산문 밖으로 내 쫓는 것을 ‘추빈(??, 채찍질하여 내 쫓음)’이라고 하고, 우리나라에서는 ‘산문출송(山門黜送, 산문 밖으로 추방함)’이라고 한다. 축출사건으로 유명했던 것은 1922년 당시 수원 용주사 주지로서 일제시대 때 불교계의 실력자였던 강대련 스님의 친일행위를 문제 삼아 대중들이 나서서 공개적으로 축출한 사건이다. 이때 강대련 스님의 등에 북을 지워 그 북을 치면서 서울 종로통을 돌았는데, 이것을 ‘명고축출사건(鳴鼓逐出事件)’이라고 한다.

이와 같이 추빈을 당한다는 것은 당사자에게는 엄청남 치욕이어서 이것을 사형(死刑)과 같다고도 한다. 비록 환속하여 살아간다고 해도 그 순간을 잊고 살아 갈 수는 없을 것이다. 

추방할 때 대중이 보는 앞에서 승복을 벗기고, 곤장을 치고 가사와 발우 등을 불태운 다음 편문(쪽문)으로 내 쫓는 것은, 공개적으로 빈척(?斥)하여 다시는 불문(佛門)에 들어온다거나 총림 부근에 얼씬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이다. 또 다른 사찰에 가서 풍기를 문란시킬 수 있기 때문이고, 동시에 대중들에게 누구든 중죄(重罪)를 지으면 저렇게 된다는 것을 경고하는 의미도 적지 않다. 

그런데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총림에서 무조건 체탈도첩하거나 추빈하는 것이 아니라, 참회할 기회를 주는데, 잘못이 없다고 변명하거나 거짓을 둘러댈 때 더 이상 제도할 수 없다고 판단해 추방하는 것이다. 몇 백명이 수행하는 도량에서 이렇게 하지 않고는 기강이 해이해 지고 문란해저 대중을 이끌어 갈 수가 없기 때문이다. 

장로종색선사의 <선원청규> 10권 ?백장규승송?에는 ‘멸빈(滅?)’ ‘빈출(?出)’ ‘빈벌(?罰)’ 등 벌칙에 관한 내용이 여러 곳 나온다. 이렇게 벌칙이나 징계규정이 많다는 것은 그런 일이 종종 있었음을 시사함과 동시에, 총림의 규율이 매우 엄격했음을 알 수 있다. 대중이 별 탈 없이 수행하자면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수밖에 없고, 그러자면 규율을 엄격하게 적용하는 것 밖에 없다. 원칙이 무너지면 총림은 와해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시비(是非)를 일으켜서 화합을 깨뜨리는 자는 추방하라. 

 “총림의 청중(淸衆, 대중)은 주지가 산문을 장악(掌握, 사중의 일을 집행하는 것이)함이 만족하지 못하더라도 대중을 따라 일을 하고 아침과 점심공양 외에 마땅히 스스로 자기 자신을 살펴서 저마다 분업(分業, 맡은 바 소임)을 지키며 덕을 쌓고 도(道)를 융성하게 해 총림을 빛나게 해야 한다. 자기 일이 아닌데 간섭하며 함부로 일을 만들며, 시비(是非)를 부채질 하여 대중을 어지럽혀서 안정을 해치는 자는 총림의 규칙에 의하여 처리하라. 

남의 물건을 훔친 자는 추방하라

 <선원청규> 10권 '백장규승송'에는 남의 물건을 훔친 자(투도)에 대해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승당이나 요사에서 옷이나 물건 등을 도난당했을 경우 의물(衣物)의 색깔과 개수(個數), 잃어버린 장소와 때를 정확하게 적어서 요주(寮主, 그 당우의 관리자)에게 고(告)하라. 요주는 분실한 물건의 유무와 허실 등 사실여부를 확인해, 상황이 중대하면(잃어버린 물건이 매우 중요할 경우) 유나(維那)에게 알려서 대중을 동원해 승당과 요사를 수색하라. 훔친 자에게는 공행(公行, 규율대로 처리)할 것이며, 만일 허위로 도난당했다고 신고한 자에게는 추방하든가 아니면 거처를 옮겨라”

절도는 불투도(不偸盜)의 계를 범한 것이므로 이는 추방이다. 그러나 조사 결과 도난당했다는 것이 허위일 경우 그 역시 추방하든가 멀리 떨어진 요사로 옮겨서 별리(別離)시키라는 것이다. 허위에 관한 조항도 있으므로 함부로 도난당했다고 신고할 수는 없다. 그리고 도난당했다고 하는 것이 사실인지 그것부터 조사한 다음 시행하라는 것이다. 이어서 “만일 잃어버린 물건이 가벼운 것일 경우 대중을 동원하여 수색하기보다는 가능한 잃어버린 사람을 달래도록 하라”는 것이다. 사실 대중을 동원하여 승당 등 요사를 수색한다는 것은 여간 소란스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로 본다면 조사 및 처리과정은 매우 합리적이었음을 알 수 있다.

주색(酒色), 투쟁(鬪爭), 오중(汚衆, 규율을 더럽힘), 훤란자(喧亂者, 소란)도 추방하라

또 <선원청규> 10권 ?백장규승송?에는 절도는 물론 주색(酒色)을 탐닉한 자, 싸움, 소란 등을 저지른 자도 추방하라고 한다. 그냥 두면 대중을 부패하게 한다는 것이다. 

 “대중 가운데 혹 남의 물건을 훔친 자나 주색(酒色)질을 하는 자나 투쟁(鬪爭), 오중(汚衆), 훤란(喧亂) 등 계율을 지키지 않는 자가 있으면 대중을 모아 놓고 축출, 퇴원(退院, 추방)시켜라. 재물을 도둑질하고 투쟁(싸우면)하며 술과 여색을 가까이하여 승가의 규율을 더럽히면 속히 추방하여 대중으로부터 떠나게 하라. 머물게 하면 대중을 부패하게 하리라.”
  
가짜승려도 추방하라.

 <선원청규> 10권 백장규승송에는 가짜승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처리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혹은 신분을 사칭(假號)하고, 외모를 가장(竊形)하여 청중 속에 섞이며, 훤요(喧擾, 문제를 야기시키는 것)하는 일이 있으면 유나(維那)는 해당 승려의 자리와 소지품을 점검해 선원에서 내쫓으라. 내쫓는 것은 청중을 편안하게 하고자 함이다. 천진불을 믿지 않고 선원에 들어와서 거짓으로 비구를 꾸미면 즉시 괘탑(입방 여부)을 가려낼지니 떠나가서는 머리를 돌리지 말라(가짜승은 다시는 입산하지 말라는 것.) 혹 범하는 자가 있으면 모름지기 대중 앞에서 주장으로 이를 처라. 도구(道具, 가사, 발우 등)를 모두 불태우고 쫓아낼 지어다. 편문(偏門, 쪽문)으로 내 보내는 것은 치욕을 드러나게 함이다.”

그런데 총림에도 후대로 내려가면서 점점 기강이 문란해져서 장원(莊園)을 담당하는 장주(莊主)나 총림의 재정 등 살림을 담당하는 고사(庫司), 혹은 지사, 집사 등 총림의 요직을 맡고자 했으나 주지가 임명하지 않자, 주지 입적 후 그 원한을 보복하는 경우도 있었다.

 <칙수백장청규> 주지장에는 “근래는 풍속이 박악(薄惡)하다. 승도(僧徒)가 장주(莊主)나 고사(庫司), 혹은 집사(執事)에 임용되고자 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한 자, 혹은 사중(寺中)의 물건을 도둑질한 일(횡령)이 있어서 주지가 공명정대하게 빈벌(?罰)했는데, 악도(惡徒)는 자신의 허물은 놔두고 다만 분한(憤恨)만 품는다. 주지가 천화(遷化, 입적)하자 즐거운 듯 악언으로 매도하고 심하게는 관(棺)을 부수고 주지가 쓰던 가사와 발우 등을 가져가는 등  흉폭하기를 마음대로 한다.”라고 하여 말세임을 탓하고 있다. 

인도 초기불교에서도 사바라이를 범한 중죄일 경우 추방했다. 그리고 중죄보다는 가벼운 죄일 경우 대중 모두가 일정 기간 그 사람과 일체 말을 하지 않는 묵빈(??)의 처벌을 내렸다. 중국 총림에서는 묵빈의 벌칙은 없고, 곤장만 치는 벌칙(추방은 아니함), 벌전(罰錢, 벌금형), 벌향(罰香, 佛前에 향을 사서 올린다거나 대금을 내는 것), 벌유(罰油, 佛前에 올리는 등유나 그에 상당하는 대금을 내는 것), 벌차(罰茶, 차를 사서 대중에게 공양함), 또는 108번 참회를 시켰다. 중국 선원의 벌칙을 보면 벌금형으로서 역시 중국인 특성답게 현실적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가벼운 죄는 주로 108참회, 천 배 등 참회를 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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