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俗)을 버리고 열반으로 나아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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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창화 민족사대표
  • 승인 2011.05.23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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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화의 선원총림을 가다 33- 선원총림의 수계의식; 사미계와 비구계
▲ 2005년도 송광사에서 열린 구족계 수계법회의 모습

사미계(沙彌戒, 사미니계)는 20세 미만의 행자가 받는 계이다. 불살생ㆍ불투도 등 모두 열 가지(10계)로 이것은 스님으로서 지켜야할 가장 기본적인 조목이라고 할 수 있다.

율장에 따르면 사미는 아직 정식적인 스님이 아니다. 정식 스님은 구비된 계율인 구족계(具足戒: 비구는 250계, 비구니는 348계)를 받아야 한다. 초기불교 당시 석존의 아들인 라훌라가 출가하자 어린 나이에 무려 250가지나 되는 계율을 다 감당할 수 없으므로 중요한 열 가지만 뽑아서 제정한 것이 사미 10계이다.
‘사미’란 산스크리트어 스라마네라(?r?ma?era)의 음사어로서, 남자는 ‘사미(沙彌)’, 여자는 ‘사미니(沙彌尼)’라고 하고, 한역하면 ‘근책남(勤策男)’, ‘근책녀(勤策女)’라고 한다. ‘장래 비구, 비구니가 되기 위해 부지런히 노력, 혹은 책려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예비승’, ‘견습승려’이지만 정식 스님으로 인정하고 있다.

행자와 사미에 대해 인도와 중국의 다른 점은, 인도에는 행자과정이 없다는 점이다. 출가해  승단으로 들어오면 바로 사미가 되지만, 중국에서는 약 1년 동안 행자과정을 통해 삭발, 수계 후 사미가 된다. 같은 점은 20세 이전에는 모두 사미계를 받고, 20세가 넘으면 사미계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비구계를 받는다. 오늘날 우리나라는 나이 불문하고 처음에는 모두 사미계를 받으며, 4년이 지나서 기초선원이나 강원 등을 졸업하면 비구ㆍ비구니계를 받을 자격이 주어진다. 물론 20세 이상이어야 한다. 다만 초기 인도불교에서는 행자과정이 없으므로 임신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여성의 경우 사미니와 비구니 사이에 ‘식차마나니’라고 하여 2년 과정을 더 두었다.

중국 당송시대 선종사원의 수계의식은 모두 세 종류이다. 구족계(비구계ㆍ비구니계)와 보살계, 사미계인데, 이 가운데서도 가장 격식 있게 치러지는 것은 사미계이다. 그 까닭은 비구계가 대계(大系)로서 더 중요하지만, 사실상 사미부터 정식 스님으로 인정됐기 때문이다. 오히려 비구계는 그다지 중시되지 않았다. 승당에서 좌차(座次, 앉는 자리)와 관계된 것이 아니라면 비구계를 받지 않았다고 하여 특별히 불이익을 당하거나 불편한 것은 없었다. 선은 계율보다는 깨달음을 중시했기 때문에 그 경지가 남다르면 격식을 떠나서 고승으로 존숭됐다. 예컨대 방거사 같은 이는 세속인으로서 벼슬도 하지 않은 인물이었으나 선승 못지않은 존숭을 받았다.

당송시대 때 불교는 거의 전 기간에 걸쳐 국가의 통제와 관할 아래에 있었다. 행자과정을 거쳐서 승려가 되는 것도 승인을 받아야 했는데, 승려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관청에서 실시하는 고시에 합격해야만 한다. 그래야만 사미계를 받을 수 있고, 사미계를 받아야만 승려로 인정됐다.

고시는 중앙과 각 지방 관아에 있는 사부(祠部) 소속의 승록사(僧錄司)에서 주관한다. 당말 경종(景宗, 825~826) 때 치러진 시험 내용을 보면, 남자 행자는 <법화경> 등 지정된 경전을 150장, 여자는 100장 암송하도록 돼있다. 당말 오대(五代)와 송대에는 다섯 가지 시험을 보았다. △경전에 대한 설명 △참선 △경전 암송 △논술 △경전에 대한 주석이 그것이다. 시험에 합격하면 국가에서는 출가허가증인 도첩(度牒)과 세금ㆍ부역ㆍ병역 면제증인 면정유(免丁由)를 발급한다. 이 두 가지는 계첩과 함께 승려에게는 가장 중요한 신분증이다. 이것이 없으면 사도승(私度僧), 가짜승으로 취급돼 행각(만행)할 때 제재를 당하거나 안거 때 괘탑(입방)할 수가 없다.

<선원청규>와 <칙수백장청규>에 의하면 행자로서 1년이 돼야 사미(니)계를 받을 자격이 주어진다. 1년 동안 총림의 예의범절과 의식, 염불 등을 익힌 다음 시험을 치른다. 시험을 통과한 행자는 도첩을 소중하게 받아들고 다시 해당 총림으로 돌아와서 방장(주지)화상과 계사와 증명법사 그리고 스승과 대중들이 모두 참석한 가운데 정식으로 부처님 앞에서 득도식(수계의식)을 거행한다. 이것은 부처님 앞에서 어떤 일이 있어도 받은 계를 지키겠다는 서약의식이다. 이날 비로소 계사(戒師)로부터 10계와 계첩, 7조가사와 장삼, 법명 등을 받는다. 행자 때까지 기르고 있던 긴 머리도 이날 깎고, 승복도 정식으로 입는다.

그런데 당일에 삭발을 하면 복잡하기 때문에 하루 전에 미리 삭발을 한다. 다만 정수리 부분만은 남겨뒀다가 수계식 날 10계문을 낭독한 후 스승이 마저 깎아 준다. 사미계를 받아야만 비로소 자타가 공인하는 승려이다. 수계 사실을 본관(本貫, 본적지)에 통보하면 해당 관아에서는 그 사람의 호적을 사찰로 전출시켜 준다.

득도식 절차는 먼저 교수아사리가 계를 받게 될 행자들을 데리고 입당(入堂)해 부처님과 계사를 향해 각각 3배를 시키고 호궤합장(무릎을 꿇고 선 채로 합장함)을 하게 한다. 이어 여러 가지 법식을 행한 다음 행자들을 데리고 밖으로 나가서 속복(혹은 행자복)을 벗기고 승복으로 갈아입힌다. 그리고는 다시 들어와서 부처님께 3배, 계사에게 1배하고 꿇어앉으면, 계사는 정병(淨甁, 깨끗한 물병)에 있는 물로 정수리를 적신다. 정수리에 남겨 둔 머리는 스승만이 자를 수 있는데, 이때 당사자와 대중 모두는 다음과 같이 세 번 낭독한다.

“훌륭하도다. 대장부여/ 능히 무상을 깨달을지어다. 속(俗)을 버리고 열반으로 나아가노니, 그 희유함은 사의(思議)하기 어렵 나니라.”

이어 교수아사리는 수계자를 데리고 본사(本師, 스승. 대체로 해당 사원의 주지가 스승이 됨) 앞으로 가서 호궤합장하게 한다. 본사인 스승은 삭도(削刀)를 들고 다음과 같이 말한다.

“최후의 일결(一結, 한 가닥 머리카락)/ 이것을 주라(周羅)라 한다./ 오직 스승만이 능히 끊을 수 있나니,/ 나는 지금 그대를 위해 이것을 제거하고자 하노라/ 그대는 동의하는가?”    수계자가 “가(可)하나이다”라고 대답한다. 이렇게 묻고 답하기를 세 번 반복한다.

이어 낙발(落髮)의 게송을 읊는다. “형(形)을 허물어 지절(志節)을 지키며/ 애(愛)를 끊고 소친(所親, 부모형제)과 이별을 고한다./ 출가해 성도(聖道)를 넓히고/ 일체 중생을 제도할지어다.” 대중도 모두 소리 내어 함께 복창한다. 수계자는 일어나서 3배를 하고 다시 호궤합장한다.

이렇게 하여 정식으로 머리를 깎고 승복을 입었으니 다음은 스승으로부터 가사를 받을 차례이다. 본사(本師, 스승)는 정중하게 가사를 들어서 수계자의 머리 위에 얹은 후 다음과 같은 게송으로 말한다.

“위대하도다. 해탈의 옷이여,/ 무상(無相)의 복전이로다./ 여래의 계를 받들어 널리/ 모든 중생을 제도할지어다.” 대중들도 모두 함께 복창한다. 수계자는 가사를 착용하고 스승과 부처님 그리고 계사에게 각각 3배를 하고 호궤합장한다.

그리고 또 계사는 말한다. “선남자여/ 불법은 대해(大海)와 같아서 들어 갈수록 더욱 깊어진다. 그대는 이미 출가하였으니 마땅히 먼저 삼귀계와 오계를 받을지어다. 그래야만 비로소 대승(大僧, 비구)을 가까이 섬길 수 있는 것이다.”

수계자는 “제가 지난 날 지은바 모든 악업은 모두 탐ㆍ진ㆍ치로 부터 비롯된 것이며, 신ㆍ구ㆍ의(身口意)로부터 생긴 것입니다. 일체를 지금 모두 참회하나이다”라고 한다. 이어 삼배를 한 다음 첫 번째로 삼귀계를 받는다. 삼귀계는 삼귀의로서 행자는 계사(혹은 갈마사)가 낭독하는 대로 따라 복창한다.

“불(佛)에 귀의 하나이다,/ 법(法)에 귀의하나이다./ 승(僧)에 귀의하나이다./ 불(佛) 무상존(無上尊)에 귀의하나이다./ 법(法) 이욕존에 귀의하나이다./ 승(僧) 중중존(衆中存)에 귀의하나이다./ 여래, 등정각, 이는 곧 나의 큰 스승이시니, 지금 저는 귀의하였나이다. 지금부터는 불(佛)을 칭하여 스승으로 삼겠나이다. 다시는 사마외도에 귀의하지 않겠나이다.”

이상과 같이 세 번 하는데 그때마다 오체투지하고 대중들도 함께 복창한다. 다음에는 오계를 받는다. 갈마사의 낭독을 수계자는 그대로 따라 복창한다.

“이 형체와 목숨이 다할 때까지/ 살생하지 아니한다/ 투도하지 아니한다/ 음욕하지 아니한다/ 망어하지 아니한다/ 음주하지 아니한다/ 이것은 5계이다. 그대는 능히 지킬 수 있겠느냐?”

수계자는 능히 호지할 수 있다는 뜻에서 “능지(能持)”라고 대답한다. 그런 다음에는 다시 10계를 받는데 순서와 절차는 앞과 같다. 이후에도 계사의 법문과 부연설명 등이 상당히 많고 절차도 많다. 한 과정이 끝날 때마다 수계자는 3배와 호궤합장을 반복한다. 행자는 사미계를 받은 후 2~3일 내로 방장화상을 배알하고 오체투지로 감사의 인사를 올려야 한다. 또 6두수와 6지사 그리고 승당의 대중들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올려야 한다.

비구계 수계에 대해서는, <선원청규> ‘수계편’ 등에 기록돼 있는데, 사미계의 1/10 정도로 아주 소략하게 다루고 있다. 비구계를 받을 때는 수계자는 삼의(三衣, 3종류의 가사)와 발우를 새 것으로 준비해야 한다. 새 것이 없으면 기존의 것을 깨끗하게 세탁한 다음 비구계를 받아야 하며, 남의 것을 빌려 쓰는 것은 절대 금하고 있다. 의발을 빌려 쓰면 비록 수계했다고 하더라도 온전한 수계가 아니라고 규정하고 있다.

또 “사미계를 받은 자는 반드시 대승계(비구계, 보살계)를 받아야 한다” 그리고 사미는 비구를 만나면 “저는 사미입니다”라고 밝히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율장대로 시행됐는지는 의문시된다.

간화선의 거장인 대혜 선사(1089~1163)의 경우, 연보를 보면 16세에 입산해 17세에 바로 비구계를 받고 있다. 율장대로라면 20세 이전에는 비구계를 받을 수 없다. 율장이 전해지기는 했지만 그대로 시행되지는 않았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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