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에 들어온 주말농장

▲ 우리집 베란다에 가정 경제에 보탬도 되고 집안 가득 봄 냄새 나게 할 텃밭을 가져보자
 

채소값의 고공행진이 계속 되고 있다. 1만원으로 장보기 힘들다는 말이 어제 오늘 이야기는 아니지만 요즘은 더더욱 채소조차 맘껏 장바구니에 담을 수가 없다. 파종하기 좋은 3월의 끝자락, 우리집 베란다에 가정 경제에 보탬도 되고 집안 가득 봄 냄새 나게 할 텃밭을 가져보자.
채소를 내 손으로 길러먹는 것은 취미를 넘어 도시민과 아이들에게 잃어버린 자연을 되찾는 의미가 될 것이다. 농사를 짓는 일은 사람의 마음을 평온하고 차분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채소를 재배하면 꽃이나 관상용 식물을 기르는 동안 맛보지 못했던 수확의 기쁨을 느낄 수 있다. 농작물은 농부의 발걸음 소리를 듣고 자란다는 옛말처럼 가까이 두고 정성들여 길러 먹어보자.

# 왕초보도 재배하는 몇 가지 작물 
1) 대파의 무한 리필
대파 한단으로 3개월 동안 먹을 수 있다면? 바로, 대파를 화분에 꼽는 것이다. 뿌리가 있는 대파를 구입해 5cm 가량의 밑동을 화분에 꼽기만 하면 끝이다. 하루 이틀만에도 밑동 위로 순이 올라오며 1주일이면 25cm가량 자라난다.
보통은 대파 한단을 알뜰하게 다 먹지 못하고 몇 개는 누렇게 변색돼 버려진다. 사온 대파를 흙에 꼽아 두기만 해도 마지막 한 뿌리까지 신선하게 먹을 수 있어 낭비를 줄일 수 있다. 

2) 진짜 쉬운 새싹 채소
집이 지하라 혹은 북향이라 일조량이 적어 식물을 키울 엄두가 나지 않았던 사람도 재배 가능한 채소가 있다. 무순, 배추순 등 새싹채소다. 접시나 컵에 거즈를 깔고 싹이 나기 전까지 어두운색 천으로 덮어준다. 단, 씨앗이 겹치지 않도록 평평하게 펼쳐준다. 물은 2~3시간에 한 번씩 분무기로 주고 추운 곳 보다는 따뜻한 곳이 좋다. 4일 후 싹이 나오면 천을 걷어주는데 6일이면 다란다. 

3)씨앗도 필요 없는 알뿌리 채소
감자, 생강은 알뿌리 채소로 열매를 심어 재배한다. 감자와 생강은 구입한 것을 그대로 심어도 된다. 단, 높이 30cm이상의 화분이 필요하다.
생강은 집안에 두면 쉽게 싹이 난다. 싹이 난 생강을 심으면 보름 후에  흙 위로 싹이 올라온다. 2주에 한 번씩 액비를 뿌려주면 5달 후에는 생강을 수확할 수 있다.
씨감자는 2~3월경에 구입가능하다. 하지만 보통 감자도 가능하다. 씨감자만큼 수확량이 좋지 못하지만 보통 감자도 자세히 살펴보면 싹처럼 솟은 씨눈을 볼 수 있다. 작은 크기의 감자를 사용하는 것이 좋은데 씨눈이 더 많기 때문이다. 보름이면 싹이 올라오고 3달이면 애기 주먹만한 감자들이 대롱대롱 달려 나온다.

# 가정에 있는 천연 농약
1)식용유와 노른자: 날달걀의 계란 노른자와 식용유를 섞어 만든 난황유를 이용하면 농약으로도 방제가 어려운 흰가루병, 노균병 등 곰팡이류병과 응애와 같은 해충에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계란 노른자 하나(15ml)와 식용유 100ml를 믹서에 3분간 섞은 후 물 20L에 희석해 작물에 부려준다. 이는 농가에서도 널리 사용하고 있는 방법이다.
2)식초: 곰팡이류병 예방에 좋다. 식초 1cc에 물 1L로 10배로 희석해서 분무기로 뿌려 준다.
3)우유: 희석하지 않은 채로 진딧물에 낀 가지에 살포하면 건조하면서 막이 생겨 진딧물이 질식해 죽는다. 2시간 정도 뒤에 깨끗한 물로 우유막을 제거해 준다.
4)마늘물: 다진 마늘을 물에 섞어 뿌려주면 된다. 해충이 싫어하는 냄새라 방충 효과가 있다.
5)커피물: 커피 역시 해충이 싫어하는 냄새로 방충제로 사용한다. 붓을 이용해 가지에 발라준다.
6)담배: 담배 10개비를 필터를 제거한 후 물 1L에 3시간 정도 담근 후 그 물을 분무기로 뿌려주면 된다.

# 흙 종류와 담기(마사토→ 퇴비→ 상토)
먼저 마사토를 밑바닥에 갈아준다. 마사토는 화강암이 풍화돼 생긴 흙으로, 입자가 굵어 배수와 통기성이 좋다. 화분 바닥에 구멍을 가릴 만큼만 조금 깔아준다.
다음으로 밑거름이 될 퇴비를 넣어준다. 냄새가 심해 사용하지 못한다면 재배하면서 액체 비료를 줘도 된다. 실내ㆍ가정용 퇴비로는 가장 냄새가 덜한 낙엽을 부식시켜 만든 것이 적당하다. 마사토와 섞어 넣는 것도 냄새를 줄이는 방법이다. 마지막으로 남은 공간을 상토로 채워주면 된다. 채소용 상토는 꽃집에서 파는 분갈이용 흙과는 조금 다르다. 배수를 좋게 하는 인공 토양인 펄라이트가 들어있어 훨씬 가볍다. 그러나 열매나 뿌리채소를 키울 때는 영양이 부족하므로 꼭 퇴비를 넣어주어야 한다.
 
# 씨앗심기
화분에 흙을 채우고 나서 씨앗을 뿌릴 때는 물을 한 번 흠뻑 적시고 나서 뿌린다. 씨앗을 먼저 뿌린 후 물을 주게 되면 씨앗이 물과 휩쓸려 나가버리기 때문이다. 젖은 토양위에 2~3cm의 간격을 두고 심는다. 흙을 얇게 덮어주고 분무기로 물을 한 번 더 뿌려준다. 씨앗을 물에 불려 심을 수도 있지만 번거롭고 시간에 별 차이가 없어 권하지 않는다.

# 씨앗 봉투에 답 있다
씨앗 봉투뒷면을 살펴보면 파종과 수확에 꼭 필요한 설명들이 소개돼있다. 생소한 단어들이 많아 가나다순으로 설명했다.


결구-배추나 양배추가 동그랗게 포기가 지는 것
관수-물을 주는 것
곡과-구부러진 열매
기지현상-수확 후 같은 땅에 동일 작물을 재배할 경우 잘 자라지 못하는 현상
내병성-병에 강한성질
내서성 더위에 강한 성질
내한성-추위에 강한 성질
동해-추위로 인해 얼어버리는 것
밀식재배-촘촘하게 씨앗을 뿌려 그대로 재배하는 것
복토-흙을 덮어주는 것
비배-토양을 기름지게 하는 것
숙기-열매가 익는 시기
열근-뿌리 갈라짐
정식-모종을 밭이나 재배용기에 본격적으로 옮겨 심는 것
초세-자라는 모습이 왕성한 정도
추비-재배 중 위에 주는 거름

# 원예도구는 주방과 문방구에 다 있다
원예도구를 구입하다보면 생각보다 비싼 가격에 놀란다. 원예가위는 몇 만원을 호가하고 그 흔한 물 조리개도 5000원이 넘는다. 하지만 베란다 텃밭에는 이런 것들이 필요없다. 모종삽은 큰 국자나 손잡이 달린 약수터 바가지면 충분하다. 냉이나 쑥처럼 작은 씨앗을 흩어 뿌리고 그 위에 흙을 덮어야 할 때는 굵은 체에 흙을 담아 밀가루 체 치듯이 흔들어 주면 균일하게 덮어 진다. 갈퀴가 필요할 때는 포크 하나면 끝이다. 액상비료는 보통 물 1000ml에 5ml정도를 넣어 희석해서 사용하는데 이때 필요한 1m단위의 계량기는 약국에서 받은 아이들 물약 병을 활용하면 된다. 물 받침은 쟁반으로 대신한다. 그밖에 숟가락이나 젓가락 등 주방용품과 송곳, 가위 등 문방용품으로 베란다 텃밭 농사는 충분하다.

# 재활용품을 화분으로
화분도 필요 없다. 분리수거 할 대부분의 것들이 모두 화분으로 변신 가능하다. 단, 용기 바닥에 구멍 뚫는 것만 잊지 말자.
가장 좋은 화분은 스티로폼 박스이다. 자체 보온성도 있고 보통 사각형으로 베란다에 배열하기도 좋다. 사이즈도 넉넉해서 김장채소나 쌈채소를 기를 때 용이하다.
바닥이 울퉁불퉁한 페트병은 배수가 잘되는 장점이 있다. 음료수 보다는 대용량 맥주 페트병이 좋다. 진한 갈색을 띄고 있어 뿌리에 햇빛이 드는 것을 막고 밑이 넓어 안정감을 주기 때문이다. 뚜껑을 잃어버린 반찬통, 일회용 컵 등도 바닥에 구멍을 뚫을 수 있다면 무엇이든지 된다.  
 

참고 <베란다 채소밭>, <꼭 기르고 싶은 채소 20가지>, 경기도농업기술원 
chun4q@gmail.com 천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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