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포교의 키워드로 떠올랐다. 문화의 시대, 늘 하는 법회 만으로는 사람들의 발길을 사로잡을 수 없다. 뭔가 ‘신선한 충격’과 ‘은은한 향기’가 필요하다. 사찰을, 법회와 신행은 물론 다양한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복합공간으로 바꾸어 포교효과를 얻는 사찰이 늘고 있다. ‘문화포교’의 중요성이 점차 높아져 체험성 프로그램이 쏟아지고 있다. 문화포교로 호응을 얻고 있는 서울 대전 부산의 세 스님으로부터 독특한 문화 포교 노하우와 그 효과를 들어봤다.

무구 스님(서울 수효사 주지)
{image1}_c“수효사에서는 문화강좌가 매일 열립니다. 법당이 비는 날이 없어요.”
서울 수효사 법당은 오전에는 예불과 기도로, 오후에는 문화강좌가 열리는 강의실로 변한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비는 시간이 없다. 문화포교의 중요성에 공감한 주지 무구 스님이 퀼트, 컴퓨터, 요가, 따주기, 찬불가 등 다양한 문화프로그램을 운영하기 때문이다. 17년전부터 스님 시인들을 초청해 계절마다 시낭송회를 하는 등 다양한 신도들의 문화욕구 충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초창기 때는 기도 중심으로 운영했는데 기도만으로는 신도들의 문화와 신행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켜주지 못했습니다. 그때부터 문화강좌를 개발해서 운영하니까 다양한 사람이 모이고 그들의 원하는바가 충족되더군요.”
문화강좌를 듣고, 사찰에서 열리는 시낭송회에 참가하면서 신도들은 행복을 느꼈다. 행복하니까 절에 더 자주 왔다. 혼자 오다가 친구를, 가족을 동행하면서 절에 오기 시작했다.
절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진 신도들은 문화강좌만 듣는 단순 수강생에서 봉사자로 변신을 시작했다. 수효사가 운영하는 사회복지법인 효림원에서 반찬도 만들고, 독거어르신의 말벗도 되어줬다. 복지에 새롭게 눈을 뜨고 수효사에서 운영하는 복지대학으로 발길을 돌린 신도들도 생겼다.
“수효사 다니는게 너무 행복하다”는 신도의 말을 들을 때마다 무구 스님은 문화포교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느낀다. “요즘처럼 포교당들이 어려움을 겪는 시기에 수효사가 살아남은 이유는 오전에는 수행을 하고 오후에는 문화프로그램들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일 것”이라는 무구 스님은 “문화적 측면을 겸하지 않고는 도심포교당의 가치는 없다”고 단언한다. “문화 교육적인 면을 충족시키기 위해 신도들은 교통 편하고 가까운 포교당으로 오는 것이기 때문에 포교당에서는 불교와 문화를 항상 새로운 기획 프로그램으로 접목시켜 신도들을 맞아야 한다”는 무구 스님.
문화포교, 복지포교를 다져온 무구 스님은 앞으로 교육 프로그램에 좀더 신경쓰겠다는 원력을 세운다. 강지연 기자

선오 스님(대전 만불선원 주지)
{image2}_c“대전불교계가 취약한데 도심포교가 이렇게 가다가는 불교세가 사라질 수밖에 없다는 절박한 심정에서 대안을 모색하는 불교포럼을 준비하게 됐어요. 도심포교의 문제점과 타개방안을 마련해보려고 합니다.”
대전 만불선원 주지 선오 스님은 오는 11월 개원 1주년을 맞아 다채로운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대전지역에서 활동하는 학자, 신행단체장 등을 중심으로 포럼을 열고 그 결과를 토대로 도심포교 모델을 만들어서 다른 도시에 파급시키도록 할 방침이다.
1주년을 기념해 작은음악회도 준비한다. 6개월 전에 40~50대 신도들을 중심으로 창단한 ‘니르바나 합창단’이 찬불가 7곡을 선보인다. “합창단을 격려하고 신도들과 주변 시민들, 만불선원 식구들이 어울리는 흥겨운 한마당을 만들고 싶다”는 스님은 “대금 거문고 장고 등 국악 연주자들과 한자이(대전시 무형문화재 제14호 ‘가곡’ 보유자)씨 등이 와서 함께 흥을 돋울 것”이라고 음악회를 소개한다.
개원 초기 운영했던 ‘불화’ ‘국선도’ 등 문화학당을, 불교대학 커리큘럼으로 대폭 흡수해 불교문화적인 요소를 강화시킨 대전불교대학을 열었다.
지난 3월 문을 연 대전불교대학은 불교건축, 불교사, 교리, 불화의 세계, 포교방법론 등을 가르치고 있다. 선오 스님은 불교문화 강의를 맡아 ‘돈황불교미술’ ‘사리신앙과 사리장엄구’ ‘건축’ 등을 강의해 인기다. 10월 12일에는 한선학 고판화 박물관장을 초청해 ‘목판화의 세계’ 강의를 들었고 11월 19일 고판화박물관을 찾아가 고판화 관람과 인경체험을 할 계획이다.
충남도청 바로 옆에 위치한 만불선원은 위치 탓인지 근처 공무원들과 경찰들이 수시로 모이는 모임터로 변신했다. 매달 정기적으로 합동법회도 본다.
스님은 내년 초파일에 만불선원을 또다른 형태의 문화교육의 장으로 만들 계획이다. 불교상담관련 전문인 5~6명 이틀간 초빙해 불자들이 들을 수 있는 심층강좌를 제공하겠다는 것. 어린이 한자교실도 무료로 운영할 예정이다. 대전불교계가 일차적으로 인드라망을 구성해 신도를 공유하고 다양한 문화·포교·교리 프로그램을 공동으로 만들고 참여할 수 있는 장을 열어 정법불교를 세워야 한다는 것이 스님의 원력이다. 강지연 기자

수진 스님(부산 해인정사 주지)
{image3}_c“세상을 맑고 아름답게 장엄하는 것이 어찌 부처님 가르침 뿐이겠습니까? 마음을 울리는 한곡의 노래가 부처님 가르침보다 더 빠르고 효과적으로 사람의 심성을 맑힐 수도 있는 것이죠.”
10월 28일 불교전문밴드 ‘해조음’ 정기 연주회와 해인문화회관 개원식을 앞두고 있는 부산 해인정사 주지 수진 스님은 ‘문화포교는 21세기 포교의 키워드’가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왜 문화 포교여야 하느냐는 질문에 스님은 대뜸 1980년도 초반 비진도에서 일어난 사건을 들려준다.
“안거를 해제하고 비진도에 갔다가 섬마을 아이들 5~6명을 만나게 됐어요. 다른 아이들은 내가 동화처럼 들려주는 부처님 이야기에 감동을 받았는데, 유독 한 아이만 어두운 얼굴이 펴지질 않는거예요. 그래서 고민 끝에 그 아이에게 하모니카로 동요 몇 곡을 들려줬죠.”
결과는 스님도 놀랐을 정도였다. 아이 얼굴에 환하게 웃음이 피어났다. 스님은 그때 아름다운 음악 한 곡이 보다 감각적으로 불교에의 궁금증을 자극하는 것을 깨닫고 문화포교의 원력을 쌓아왔다.
스님은 2005년 불교전문밴드 ‘해조음’을 창단했다. 열악한 환경에서 연극에 매진하는 이들을 위한 후원도 해오고 있다. 단돈 몇 십만 원에 눈물을 흘릴 정도로 고마워하는 그들을 보면서 향후 ‘신인희곡상’을 제정, 21세기의 대안이 될 불교를 현대적 언어로 각색하는 작업에도 힘을 쏟을 계획을 세웠다.
특히 28일 개원하는 100평 규모의 해인문화회관에는 다이나코드, JBL 등 최고의 명품으로 음향시설을 갖추고 있다.
수진 스님은 “앞으로 문화회관에서 매월 1회 이상의 정기 공연을 열고 해인다도회 강습, 어린이 다도 학교, 시민선원 등을 열어 스스로의 삶을 보다 아름답게 가꾸어가는 사람들에게 중점을 둔 문화 포교에 더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천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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