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에서 발급하는 행복면허증, 받아 보셨어요?’
행복하고 건강한 가정생활을 견인하는 ‘지혜 배움터’ 사찰이 늘고 있다. ‘지혜 배움터’ 역할을 하는 사찰의 강좌는 실생활에 밀접하면서도 유익해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혜 배움터’ 1호는 서울 강남 봉은사(주지 원혜)다. 봉은사는 ‘참살림 행복 프로그램’이라는 생활강좌를 연이어 마련해 불자들은 물론 무종교인·이웃종교인까지 사찰로 끌어들이고 있다. ‘좋은 아버지’ ‘행복한 부부’ ‘웰다잉’ ‘예비부부’ 등 실생활과 밀접한 주제가 효과를 발휘한 것.
‘참살림 행복 프로그램’은 3월부터 6월까지 행복한 부부교실과 좋은 아버지교실이 열렸고, 웰다잉교실은 현재 진행되고 있다. 모두 조기에 모집정원을 넘어설 만큼 높은 호응도를 보였다. 웰다잉교실의 경우 100명 모집에 250명이 몰려, 높은 인기를 증명했다. 무엇보다 신청자 가운데 무종교인과 이웃종교인이 차지하는 비율이 절반을 넘어선 점은 눈여겨볼만하다. 봉은사 신도는 20%에 불과했다.
앞서 진행된 생활강좌의 인기로 한층 고무된 봉은사는 8월 18일부터 9월 29일까지 매주 금요일 오후 7시 30분 진행하는 예비부부교실로 ‘지혜 배움터’ 사찰의 입지를 굳힐 태세다. ‘행복한 결혼, 건강한 가족문화’를 주제로 한 예비부부교실은 수료자에게 ‘행복면허증’을 주는 등 관심이 쏠린 하이라이트 강좌다. ‘이성교제·내짝 찾기’ ‘성·사랑·결혼’ ‘결혼 준비 및 혼인 예절’ ‘재정관리·가족여가문화’ 등 총 7회에 걸쳐 진행되며, 김외숙 방송통신대 교수, 이미선 21세기 가족문화연구소장, 김연화 용산구 건강가정지원센터 수석팀장, 송말희 가족상담교육연구소 책임연구원 등 가정전문가들이 진행자로 나선다.
‘참살림 행복 프로그램’의 바통은 9월 부모와 자녀 교실, 2차 웰다잉교실로 넘겨진다. 봉은사는 ‘놀토’인 9월 9일과 23일 부모와 자녀가 함께 참여하는 강좌를 개최하고, 1차 웰다잉교실 신청자들의 요청에 따라 2차 웰다잉교실을 준비중이다. (02)3218-4821
학업성취기도가 대세를 이뤘던 입시관련 프로그램도 수험생 자녀를 둔 부모를 대상으로 한 생활강좌로 새롭게 선보였다. 수험생 부모에게 편한 마음으로 입시를 치르는 지혜를 제공한다는 취지.
서울 조계사(주지 원담)는 8월 4일 이석록 메가스터디교육연구소장을 초청해 ‘입시 마무리 100일 전략’에 대해 첫 강의를 연데 이어, 8월 10일과 10월 20일 김수현 식생활상담소장과 이만기 UA중앙교육 평가이사의 진행으로 ‘수험생 클리닉’ ‘수능 직전, 직후 학부모의 자세’ 특강을 진행한다. (02)732-2187
봉은사도 8월 9~12일 송종건 맑은샘심리상담소장, 김윤희 경희대 교수, 이인수 한의학 박사를 초청해 ‘자녀의 마음을 읽는 대화법’ ‘수험생의 스트레스 관리와 부모의 역할’ ‘수험생의 바른생활과 건강음식’ 등의 정보를 제공한다.
산사의 자연친화적인 생활문화에서 현대의 환경성 질환을 치유하는 지혜를 배우는 프로그램도 처음으로 시도된다. 불교환경연대와 생태지평, 공주 갑사(주지 장곡)가 주관해 8월 21일부터 25일까지 갑사에서 개최하는 아토피성 질환 예방과 치유를 위한 ‘아토피 Zero 산사학교’가 그 것.
산사학교는 어린이 스스로 질환을 치유하기 위한 생활개선 노력을 기울일 수 있도록 실천의 지혜를 준다는 취지다. 이를 위해 프로그램도 한의학 건강검진, 건강음료·천연비누·치약 만들기, 천연염색, 유기농 식단 배우기, 아토피를 이기기 위한 실천법, 숲 체험 놀이 등 산사의 환경과 순응하는 생활문화를 치료제로 삼았다. 불교환경연대와 생태지평은 이번 산사학교를 전국의 산사로 확대, 아토피 Zero 산사치유센터를 설치할 계획도 세워둔 상태다. (02)338-9572
남원 실상사(주지 종고)와 서울 수효사 효림원의 건강강좌도 인기를 더해가고 있다.
실상사는 ‘내 몸 내 이웃을 내 손으로 치료하는’ 지리산자연의학교실로 예방의학적 차원의 가족건강법을 전한다. 8월 18일부터 20일까지 실상사 지리산교육원에서 열리는 이 강좌는 일상적인 병 치료법과 응급처치법을 생활건강의 길을 제시한다. (063)636-3776
수효사 효림원(원장 무구)은 성훈 스님이 개발한 생활의학 ‘성훈 따주기 강좌’로 생활의 지혜를 전하고 있다. 9월 12일부터 3개월간 진행되는 이 프로그램은 체하거나 소화불량에 손쉽게 활용할 수 있어 지역주민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02)313-5124
봉은사 주지 원혜 스님은 “급격하게 변하고 있는 국민들의 의식에 맞추어 포교와 신행 전략도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사찰은 기존의 프로그램을 답습하는데 그치지 말고 보다 다양하고 업그레이드된 프로그램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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