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ㆍ대중이 무엇을 원하는지 바로 보자

현대불교신문은 불기 2550년 부처님오신날 특집으로 ‘불교의 경쟁력은 무엇인가’를 주제로 불교계 최초로 경영 분석기법을 응용한 ‘SER-M’ 분석을 시도했다. 불교계에 내재된 경쟁력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알아보고, 그 힘을 면밀히 추출해내기 위해서다.

이번 분석은 이 분야의 전문가인 김대곤 한경아카데미 원장의 진행으로 4월 11일 한국경제신문 3층 한경아카데미 세미나실에서 진명 스님(소불선원 주지), 이미령(동국대 역경위원), 김영일(농협중앙회 여신부 차장), 이종만(풍경소리 실장)씨 등 4명의 불교계 인사가 패널로 참석해 ‘브레인스토밍’ 방식으로 3시간여에 걸쳐 강도높게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한국불교가 갖고 있는 장점, 긍정적인 요소 등에 관한 수십 가지의 ‘키워드’를 생각나는 대로 나열해 배치한 뒤 다시 수차례에 걸친 논의를 통해 우선순위를 정했다. 참가자들은 분석과정에서 ‘불교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것’ ‘타종교에서 배워야 할 것’ ‘한국불교의 강점’을 차례로 나열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SER-M’분석 결과 △Subject는 재가 기업인, 과학자, 스포츠 스타, 문화예술인을, △Environment는 상생ㆍ화합, 마음의 평화=참선ㆍ명상, 환경운동ㆍ생명존중사상을, △Resource는 경전, 불교문화재, 수행법, 사찰음식, 부동산, 연등축제 등을 불교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적극 활용해야 할 자원으로 꼽았다.

이를 다시 종합한 분석결과 △Mechanism에서는 템플스테이, 사찰여행, 음악회, 불교 언론매체 등을 활용한 계층별 포교전략의 극대화가 한국불교의 강력한 경쟁력이 될 수 있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이번 ‘SER-M’ 분석을 통해 우리가 미처 눈여겨보지 않았던 한국불교의 경쟁력은 무엇이고 10대 과제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점검해 본다.

▶ SER-M 분석이란?

Subject(리더십), Environment(내ㆍ외적 환경), Resource(자원활용), Mechanism(성공적 구조)의 이니셜을 딴 분석법으로 리더십, 경영환경, 자원활용, 메커니즘 등을 종합 분석해 미래 경영전략을 짜 나가는 경영분석 프로세스. 이 이론은 ‘경영주체(Subject)가 환경(Environment) 속에서 자원(Resources)을 활용하는 메커니즘(Mechannism)을 구축한다’는 의미로 지속적 성장을 필요로 하는 조직(기업)에서는 필수적인 경영분석법이다. 구체적으로는 조직 내부에 존재하는 독특한 자원을 중심으로 전략을 도출하여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개별 조직의 메커니즘 특성을 파악하면 그 조직의 성공과 실패의 원인까지 알 수 있다.




참가자
진명 스님(소불선원 주지)
이미령(동국대 역경위원)
이종만(풍경소리 실장)
김영일(농협중앙회 차장)
진행=김대곤(한경아카데미 원장)

지난 4월 18일 현대불교신문사에서 좌담회가 열렸다.



참가자들이 말하는 ‘불교의 경쟁력’

진명 스님 "출가자 위한 경영 교육 필요"

참선을 비롯한 수행에 대한 관심이 확산되고 있다. 그만큼 마음 닦는일에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졌다는 증거다. 조계종 위주의 간화선은 불자들에게 너무 어렵다는 인식이 강하게 박혀 있다. 그래서 이제는 다양한 방법이 필요할 때다.

한방에 10명이 앉아 있으면서 모두가 ‘이뭣고’ 화두를 들 수는 없다. 지도법을 좀더 개선해야 하는 것은 물론, 각자의 근기에 맞게 단계를 구분해 지도해줘야 한다. 각 사찰마다 참선을 지도할 수 있는 시설 확보도 필수적이다.

불교에 경영마인드 도입도 무엇보다 중요한 때다. 사찰도 이제는 경영을 필요로 하는 시대다. 그러기 위해서는 출ㆍ재가의 의식전환부터 시급히 이루어져야 한다. 이제는 출가자들의 기본교육 과정에 경영관련 교과목을 삽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제도권이라 할 수 있는 각 종단의 총무원에서도 장기적으로 출가자들을 위한 경영 교육계획을 세워야 한다.

또한 신도시의 불사는 출가자 개인의 힘으로 하기 어려운 면이 많다. 택지지구의 계획 단계부터 총무원이 직접 나서 포교당이나 사찰을 세우기 위한 종교부지를 확보하고 교세를 확장시킬 수 있는 투자 마인드도 절실하다.


이미령 "경전속에 리더십 원리 있다"

팔만대장경 같은 경전의 재해석과 응용이 필요하다. 내가 생각하는 우리나라 법회의 가장 큰 문제는 법사스님들이 출가자위주의 법문을 하는 것이다. 사회적으로 왕성한 활동력을 가진 남자신도들이 절에서 법문을 들으면 자신들은 더없이 속되고 부정한 삶을 사는 게 아닌가 하는 죄책감을 갖게 만든다.

우선 경전 해석의 심각한 오류를 지적하고 바로잡는 일이 필요하다. 그리고 출가자에게는 세속을 뛰어넘는 설법을, 재가자에게는 재가자에게 필요한 대기설법이 필요하다.

부처님은 한번도 재가자들에게 돈이나 재물을 모으지 말라고 한 적이 없고, 오히려 권하기까지 했다. 불교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재가자 중심의 법문을 개발해야 한다.

또한 스님들이 포교를 위해서 사회운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현실을 인정하고 긍정적이면서 진취적인 삶을 불자들에게 유도해야 한다. 이를 위해 경전속 등장 인물들의 말씀과 행적을 활용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들에게는 현 시대에도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리더십의 원리가 담겨져 있다. 경쟁력을 가르칠 수 있는 행동요령을 경전에서 얼마든지 배울 수 있다.


김영일 "인재육성 체계적인 준비 시급"

우리사회에는 타종교에 비해 재가불자 리더가 부족하다.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인사들을 불교인재화 하는 방법도 불교가 사회적으로 영향력을 확대하는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불교는 지금까지 체계적 준비가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불교인재를 육성하는 것은 상당한 시간과 재원이 필요하다. 현실적으로 우선 가능한 방법을 찾는다면 지역, 직장, 직능 단위별 네트워크가 확대돼야 한다. 사회 곳곳에 불교적 가르침을 실천하는 재가불자들을 발굴해야 한다.


이종만 "단계별 신도교육 정착돼야"

개인적으로 신행생활은 어머님을 따라 절에 다니면서 불교와 인연을 맺은 것이 다였다. 그러던중 불교대학을 다니면서 경전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면서 신심도 더 깊어졌다고 생각한다.
불교를 배우고 싶어 하는 불자들에게 수준에 맞는 단계별 교육체계가 정착돼야 한다고 본다. 또한 전국 어느 사찰을 가더라도 정해진 커리큘럼에 따라 교리를 배울 수 있도록 교육 네트워크 확충도 시급한 과제다.



참가자들이 뽑은 한국 불교 10대 과제

1. 전국단위 자원봉사 체계 구축

2. 사부대중의 평등과 상호존중

3. 불교 예술과 문화를 통한 포교

4. 전통자원의 현대화ㆍ콘텐츠화

5. 명망 높은 불교리더 키우기

6. 경전과 교리의 현대적 개발

7. 도-농간 사찰 간 네트워크 강화

8. 사찰의 경영마인드 기법 도입

9. 청소년 포교프로그램 개발

10. 사원공동체 운영기법 개발





S-Subject 리더십
‘사람’이 최고의 재산…인재 연결망 구축을

참가자들은 출가와 재가의 구분 없이 불교계를 이끌어갈 리더십을 갖춘 인재는 얼마든지 구할 수 있지만, 이를 하나로 묶을 불교지도자 인적 네트워트 구축이 안 되어 있는 것이 문제라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즉,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것. 사회 각 분야에서 활동하는 불교 인재를 발굴하고, 살아있는 연결망으로 결집해 불교의 현대화ㆍ사회화에 필요한 원동력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특히 출가자 위주의 불교로는 그 한계가 분명한 만큼, 재가불자의 리더십 확대가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최근 조계종 중앙신도회가 추진 중인 ‘불교인재개발원’ 같은 곳의 역할도 기대된다.
환경운동에 앞장섰던 지율 스님, 서정적 글쓰기로 대중적 인기를 얻고 있는 법정 스님, 미국 명문대 출신의 특이한 이력과 대중을 사로잡는 강렬한 선법문의 현각 스님은 어떤 선지식보다도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소위, 시대와 대중이 원하는 코드를 갖춘 불교적 자산이다.

동국대 경제학과 임배근 교수는 “각 분야의 지도층들이 다양한 교육 및 수행 프로그램을 통해 불교적 삶을 살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며 나아가 불교와 사회 발전에 회향 할 수 있는 인물을 조직화해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E-Environment 환경
상생·생명·웰빙 등 불교 트렌드 전문화 필요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해 4월 20일 저녁 서울 그랜드힐튼 호텔에서 열린 ‘나라와 민족을 위한 기원법회’에 참석해 “화합과 상생의 불교정신이야말로 경쟁과 연대가 조화를 이루는 사회를 만드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가의 입장에서 보면 국내외적으로 대립과 갈등이 증폭되고 있는 이 시대에 상생과 화합, 화해의 욕구만큼 절실하게 피부에 와닿는 키워드는 없을 것이다.

이번 브레인스토밍 참가자들도 현 시대에 불교가 타종교보다 비교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상생과 화합을 중요시한 부처님 가르침의 핵심 내용을 요약해 정치인은 물론 일반인들에게 법문이나 활자매체를 통해 널리 전파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굳이 불자가 아니더라도 참선과 명상을 통해 심신의 안정과 건강을 챙기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으며, 생명존중과 환경운동을 사찰 생활에서 벤치마킹하려고 산사를 찾는 이들도 많다.

윤세원 인천전문대 교수는 “상생과, 생명존중, 웰빙 등 불교만의 트랜드를 전문화시키고 해당분야의 코칭멘토(가르침을 줄 수 있는 스승)를 집중 육성시킨다면 불교는 종교로서 뿐 만 아니라 대중들에게 다방면에서 길잡이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R-Resource 자원활용
풍부한 자원 활용 위한 시스템·매뉴얼 급선무

한국불교 경쟁력 진단에서 문화재, 사찰음식, 삼보일배 등을 꼽은 자원 분야가 가장 많은 점수를 받은 점은 눈여겨볼만하다.
면면이 이어져 내려온 선불교를 비롯해 지정문화재의 60%에 해당하는 불교문화재, 유·무형의 불교문화, 천문학적 가치를 지닌 사찰부동산 등 한국불교가 갖고 있는 풍부한 자원은 급격한 변화를 거쳐 온 우리 사회에서 불교가 현재의 위상을 차지할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 꼽힌다. 문제는 이 자원을 한국불교 경쟁력 향상을 위해 현대사회에서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인 것이다.

불교미술, 방생, 수행법 등은 자원으로서의 가치를 발휘하지 못한 측면이 강하다. 현대에 맞는 활용법을 개발해내지 못한 탓이다. 정토회의 빈그릇 운동으로 각색된 발우공양은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데 있어 시사하는 바가 크다.

건축양식 뿐만 아니라 생활양식에 이르기까지 불교의 장점으로 꼽히는 사찰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제까지는 수행과 신앙, 포교의 기능을 담당했지만 이제는 교육과 문화, 육아, 지역공동체 등의 기능을 아우르는 공간으로의 변화를 필요로 하고 있다. 최근 조계종 실천불교전국승가회를 중심으로 일고 있는 사찰에 경영기법을 도입하려는 움직임은 시대적 변화에 발맞춘 적절한 대안으로 꼽힌다.

불교호스피스, 자원봉사활동, 불교환경운동 등을 통해 사찰과 불자들의 사회참여가 늘고 있는 최근의 추세는 경쟁력을 갖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인적자원을 보다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시스템과 활동매뉴얼을 갖춤으로써 경쟁력을 높여나가야 한다.

전통적 가치를 해치지 않으면서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찾는 일은 불교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할 과정이다. 역할과 기능이 다른 산중사찰과 도심사찰의 차별화는 좋은 대안이다. 건축양식에 있어서 산중사찰은 전통을 유지하고, 도심사찰은 실용적인 공간을 확보하기 위한 현대적 건축양식의 수용이 절실하다.

수원포교당 주지 성관 스님은 “물질문명주의가 팽배해있는 현대사회의 대안사상으로 불교가 각광받고 있음을 간과해선 안된다”며 “선조가 이루어놓은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사회를 선도하는 종교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변화가 절실히 요구된다”고 강조한다.


M-Mechanism 성공적 구조
현대인들에 쉼터 안식처 역할 충실해야

‘불교는 시대를 이끌어갈 경쟁력 있는 메카니즘이 풍부한 종교다.’
불교가 작금의 시대를 이끌어 가기 위해서는 현재 인기를 끌고 있는 ‘템플스테이’ ‘산사음악회’ ‘산사여행’ 등과 같은 행사를 차별화된 프로그램으로 정착시켜야 한다는 게 참가자들의 대다수 의견이다.

불교계 내부의 수요자들에게 정착을 시키는데 까지는 일단 성공한 것으로 평가되지만, 일반인들을 불교계나 사찰로 불러들이기 까지는 아직까지도 2% 부족하다는게 한결같은 지적이다.

다수의 산사음악회를 기획한 경험이 있는 이종만 풍경소리 실장은 “이제는 산사음악회가 찬불가나 트로트, 클래식 등 각 사찰 특성에 맞는 장르로 전문화 되거나 미술 전시회, 시낭송 발표회 등과 같은 이벤트를 함께 기획하는 등 차별화된 프로그램을 내놓아야 사람들이 몰린다”고 분석했다.

또 발우공양, 새벽예불, 참선, 다도 등 비슷한 프로그램만으로 운영돼오던 템플스테이도 최근들어 마곡사를 중심으로 테마별로 나눠 특정 계층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도 경쟁력을 높이려는 좋은 예로 꼽는다.

사찰여행도 차별화를 위해서는 지역사암연합회 차원으로 향토사학자를 중심으로 한 문화유산 해설사를 집중 육성해야 된다는 대안도 제시됐다. 아는 만큼 보이는 것처럼 산사를 찾는 이들에게 쉽고 자세한 설명을 해주는 도우미들을 있다면 그만큼 불교를 알리기가 쉽다는 계산에서다.

수많은 직장인들에게도 불교가 쉼터와 안식처 역할을 한다면 경쟁력을 크게 높일 수 있다고 참가자들은 힘주어 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국불교종단협의회 차원에서라도 범종단적으로 1사찰 1직장직능단체 자매결연 운동을 적극 펼쳐야 한다고 말한다. 이는 일상에 지쳐 있는 직장인들이 편안히 경전독서모임도 갖고 법회도 볼 수 있는 공간과 지도법사 파견도 자연스럽게 이루어 질 것이며, 꼭 불자들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다는 의도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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