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환경위, 지율 스님 관련 호소문 발표 … 지율 스님 단식 중단도 호소



지율 스님은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뜻을 굽히지 않은채 단식을 계속해오고 있다. 현대불교자료사진.
지율 스님의 건강이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조계종 환경위원회(위원장 지원, 이하 환경위)는 호소문을 발표하고 정부의 성의 있는 답변을 촉구했다. 환경위는 또 지율 스님에게도 단식 중단을 간곡히 호소했다.

환경위는 1월 21일 발표한 ‘초록의 공명과 생명살림을 위한 호소문’에서 “귀머거리 세상은 지난 3년간 4차례에 걸친 200일이 넘는 단식이라는 경이적인 숫자에만 주목할 뿐 수행자의 진실한 목소리와 생명살림의 뜻에 답하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환경위는 이어 “시민과 환경단체들이 정부는 침묵이 능사만이 아님을 속히 자각하고 국민들과 지율스님이 납득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며 “천성산에 치명적인 발파와 공사를 일시 중단하고 천성산에 끼칠 환경영향에 대해 지금부터라도 다시 재평가해야 한다”고 정부당국에 일침을 가했다.

환경위는 지율 스님에게도 “지율스님 역시 스님의 고행을 통해 이미 우리주변에는 수십만의 또 다른 ‘지율’과 ‘도룡뇽’들이 초록의 공명에 함께 하고 있음을 깊이 인지하시길 바란다”며 단식중단을 호소했다.


아래는 환경위 호소문 전문.

초록의 공명과 생명살림을 위한 호소문

지금 우리 곁에서 한생명이 시들어가고 있습니다. 한 비구니 수행자가 뭇 생명을 살리기 위한 가냘프고도 절박한 호소를 하고 있습니다. 이를 사람들은 ‘초록의 공명’이라 부르고, ‘도롱뇽 소송’이라 부르며 ‘지율스님의 외로운 단식’이라 부르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 귀머거리 세상은 지난 3년간 4차례 걸친 200일이 넘는 단식이라는 경이적인 숫자에만 주목할 뿐 수행자의 진실한 목소리와 그 속에 담겨있는 생명살림의 참 뜻에 대해서는 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율스님은 천성산 내원사의 산감(山監)이었습니다. 산을 돌보는 것이 그의 소임이었습니다. 그런 그가 세상거리에 나선 것은 인간의 탐욕에 의해 짓밟힌 천성산의 뭇 생명들의 살려달라는 호소를 들었기 때문입니다. 산이 죽으면 사람도 온전치 못하다는 것을 천성산에 대한 사랑과 존재에 대한 뚜렷한 인식 속에서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그리하여 지금 지율스님은 “내가 죽어가는 것만 보지 말고 천성산과 뭇생명이 죽어가는 것을 보아달라”고 하며 80일 넘는 기간 동안 스스로 곡기를 끊는 고행을 자처하고 있습니다.

지금 전국에서는 초록의 공명을 이어가기 위한 도룡뇽의 친구들이 발 벗고 나서고 있습니다. 각자의 마음에 생명을 살리겠다는 작은 촛불하나를 밝히고 도롱뇽과 천성산, 지율스님, 죽음을 목전에 둔 온 생명들을 살리기 위한 실천행에 나서고 있습니다. 그들은 “천성산을 바로 보아 주십시오. 지율스님 만을 보지마시고 천성산 생명들의 아우성과 인간의 탐욕에 희생되는 생명들의 작은 호소에 우리의 눈과 귀와 마음을 열어주십시오.”라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또한 많은 양식있는 단체와 시민들이 정부는 침묵이 능사만이 아님을 속히 자각하고 국민들과 지율스님이 납득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천성산에 치명적인 발파와 공사를 일시 중단하고 천성산에 끼칠 환경영향에 대해 지금부터라도 다시 재평가해야 하며, 지율스님을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고 있는 원인이 된 정부당국의 무책임과 약속위반에 대해 당사자들의 겸허한 반성과 솔직한 사과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요구에 정부는 시급히 답변해야 할 것입니다.

지율스님 역시 스님의 고행을 통해 이미 우리주변에는 수십만의 또 다른 ‘지율’과 ‘도룡뇽’들이 초록의 공명에 함께 하고 있음을 깊이 인지하시길 바랍니다. 한 생명이 살아야 다른 생명도 구할 수 있음을 간과하지 마시길 간절히 당부합니다. 그것이 천성산 뿐만 아니라 온 생명을 살리는 거대한 울림의 시작임을 아시고 스님의 작은 결단을 통해 생명살림과 초록의 공명이라는 밝은 불빛이 되어 주시길 기원합니다.

이제 우리 모두가 생명의 간절한 호소에 답해야 할 때입니다. 어쩔 수 없다는 체념보다는 현재 각자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작은 실천에 나서야 합니다.
지율스님의 숭고한 정진을 통해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존재양식을 함께 만들어가야 합니다. 정부와 국민모두가 생명살림과 초록의 공명에 함께 하기를 호소합니다. 자연과 인간의 공존에 대한 깊은 각성과 실천을 통해 생명살림과 공생의 숭고한 흐름으로 우리사회가 전환되고 기쁜 생명의 향연이 벌어지는 밝은 세상을 만들어나가기를 기원합니다.

불기 2549(2005)년 1월 21일

대한불교조계종 환경위원회 위원장 지 원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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