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박재완 기자
한국 불교사에서 여성의 역할은 어떠했을까?
‘동아시아의 불교 전통에서 본 한국 비구니의 수행과 삶’(5월 20~22일 안양 한마음선원 본원)에 관한 국제학술대회의 제1 분과에서는 신라에서 고려, 조선을 거쳐 현대에 이르기까지 한국 불교사에서 나타난 비구니와 여성 재가불자들의 활동을 살폈다.

처음 발표한 동국대 김영태 명예교수는 ‘신라의 비구니 승직 도유나랑’에서 한국 불교사에서 유일하게 등장하는 비구니 승직(僧職) ‘도유나랑’에 대해 발표했다. 김 교수는 <삼국사기>에 단 한줄 언급돼 있는 ‘도유나랑 일인 아니(都唯那娘 一人 阿尼)’를 통해 “‘도유나랑’은 신라시대 비구니 승직이며 ‘아니’는 법명이 아니라 당시 신라 비구니 승단의 어머니같은 비구니를 존경해 일컫는 호칭이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고려시대 비구니의 활동과 진각국사 혜심의 여성성불론’을 발표한 이화여대 김영미 교수는 비구니의 이름이 기록된 가장 이른 시기의 비문인 진각국사 혜심의 비문을 통해 고려시대 혜심의 여성관을 살폈다. 김 교수는 “혜심은 비구니 제자들에게 조주(趙州)의 방하착(放下着)과 무자(無字) 화두를 주며, 이 화두를 항상 주며 일상에서 공부하라고 가르쳤다”며 “혜심은 오애설(五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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設)이나 변성남자설(變成男子說)의 입장을 따르지 않고, 간화선을 통해 일상생활에서 여성들도 지금 당장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고 밝혔다.

또 혜선 스님(동국대학교 선학과 박사과정)은 ‘대행 스님의 수행관에 대하여’에서 대행 스님의 수행관을 ‘주인공 관법’이라 규정했다. 그리고 이 수행관은 생활선, 실천성, 대중성, 개방성, 접근 용이성 등의 특징이 있다고 설명했다.

1분과에서는 이외에도 ‘고려왕실의 여인들과 불교 : 인예왕후와 천태종 설립을 중심으로’(서울대 최병헌 교수), ‘중국 원나라에 거주했던 고려 여인들의 불교활동에 대하여’(서울대 박사과정 토니노 푸지오니), ‘침묵하는 주변적 존재로서의 조선시대 비구니들’(호주 그리피스 대학교 존 죠르겐센 교수) 등이 발표됐다.

22일까지 계속되는 이번 국제학술대회는 △제도의 변화와 한국 비구니 승가의 설립 △동아시아에서 여성종교 수행의 법맥과 전통 △창조적 종교 표현과 새로운 가르침의 탄생 △한국여성의 불교 신앙에 대한 여성주의적 접근 등을 주제로 발표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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