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박재완 기자
포근한 햇살이 재소자들의 머리위에 내려앉는다. 교도소 입소 전에 보았던 세상의 하늘. 그 하늘이 어느덧 일년 이년이 지나, 생애 어느 때보다 소중하고 값진 봄 햇살로 다시 반짝인다.

3월 22일 의정부의 선재동자원은 색다른 손님들로 북적거렸다. 경기도 지장사 수지포교원(주지 의선)의 자원봉사단체 ‘부처를 닮은 사람들’과 출소를 앞둔 의정부교도소 모범수 20명이 바로 그 주인공. 분기별 사회적응 및 교화활동을 위해 일일외출을 나온 재소자들은 수송차량에서 내리자마자 서둘러 아이들이 묵는 방으로 향했다. 방을 쓸고 닦고, 책상을 걸레질하고 널어놓은 빨랫감을 개는 재소자들의 손길은 의무 그 이상의 따뜻함이 담겨 있었다.

“엄마, 아빠 없이 서로를 의지하고 사는 아이들을 생각하니, 저도 모르게 손에 힘이 들어갑니다.” 20대 초반부터 4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재소자들은 때로는 형의 마음으로, 때로는 묵묵한 아버지의 마음으로 아이들의 보금자리를 살뜰히 챙기고 있었다.

“자자. 식사들 드시고 하세요.”
부처를 닮은 사람들 부회장 원명심(강민경) 보살과 함께 온 봉사자들은 재소자들을 위해 밤새 정성껏 준비한 음식들을 꺼내놓으며, 향긋한 사랑을 나눴다.
“밥을 조금씩만 덜어. 고기랑 이것저것 많이 먹어야지. 밥만 먹으면 쓰나.”

재소자들의 밥상을 챙기기에 바쁜 의선 스님과 “뭐 더 필요한 것 없어요?”하고 시종일관 묻고 다니는 봉사자들 덕분에 재소자들은 처음과는 많이 편해진 모습으로 점심공양을 마쳤다.

점심공양 이후 선재동자원 지산 스님과 담소의 시간을 가진 재소자들은 가슴속에 새로운 희망과 꿈을 그리기 시작했다.

“스님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분별심을 내려놓고 내 마음의 평온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음달에 출소하면 공인중개사가 되기 위해 학업에 전념할 생각입니다.” 김모군(22)

사진=박재완 기자
“매주 찾아와 법문과 상담 등을 해주시는 스님과 부처를 닮은 사람들 분들 때문에 교도소 안에서 새로운 ‘희망’을 찾게 됐습니다. 올 6월에 출소하면 떳떳하고 정직한 농민으로 거듭나려 합니다.” 이모씨(34)

어디 재소자들뿐일까. 한달 20일 이상을 의정부교도소, 영등포구치소, 여주교도소, 안양교도소, 천안 개방교도소 등을 쫓아다니며 재소자교화활동을 벌이고 있는 부처를 닮은 사람들 회원들의 감회도 남다르다.

“사실 처음에는 힘들고 고달팠지만, 이렇게 인연이 달아 베풀 수 있다는 자기만족도 상당히 커요. 그러니 봉사란 생각이 안 들게 되더라구요.” 청정문 보살에 말에 옆에 있던 자성명 보살도 한수 거든다.

“내 작은 마음으로 다른 이의 닫힌 마음을 열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기쁨이죠.”

그래서일까. 재소자들의 입소시간제한으로 오후 2시 반경 일일 교화봉사활동을 마친 이들의 얼굴에서는 보람보다 더 큰 아쉬움이 묻어나온다.

“다들 안타까워서 그래. 사회가 피해자들 위주로만 돌아가 가해자들에게는 너무 각박하거든. 그들을 보듬지 않는 이상 재범은 물론 범죄가 나날이 증가할 텐데 말야. 맑고 밝고 깨끗한 세상을 만드는 지름길은 소외된, 그래서 더욱 외로운 사람들을 돕는 길이야.”

부처를 닮은 사람들 회원들은 의선 스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다음주 교도소내 봉사활동을 기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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