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대부분의 여성 수행자들은 남성 수행자들에게 의존상태에 있거나 주변적 위치에 있다. 비구니 승단이 존재하고 있는 나라는 주로 동북아시아 대승불교권으로 한국 대만 일본 베트남 등에 불과하다.

따라서 재가 여성불자들 역시 남성보다는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신행과 대사회활동을 펼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서구에 불교가 전래되고, 지식인층을 중심으로 불교가 영역을 넓히게 되면서부터 불교 여성운동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불교계 내외적으로 남성과 동등한 지위를 요구하며 비구니 또는 여성 불자의 강점을 살린 포교, 인권, 환경, 여성운동, 사회복지사업 등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불교 여성운동 지도자들

불교 여성운동을 이끄는 여성 불자들은 개인적인 수행과 함께 인권, 환경, 의료, 사회복지,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포교와 불교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인권 분야에서는 91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필리핀의 아웅산 수지 여사, 사회비평가로서 인종과 여성문제에 왕성한 활동을 보이고 있는 영국의 벨 훅스(Bell Hooks), 참여불교(http://www.engagedpage.com) 사이트를 통해 인권운동을 펼치는 미국의 레슬리 윌리암스(Lesslie Williams) 등이 대표적이다.

벨 훅스는 미국의 성, 인종, 계급에 따른 불평등이라는 정치적 문제를 비판해 온 사회비평가이자 사상가로서 베트남의 틱낫한 스님을 따르는 수행자이기도 하다.

인권과 사회적 정의를 북돋우기 위해 인터넷 상의 정보제공에 힘을 쏟아온 레슬리는 인권을 빼앗긴 사람들에 대한 정보를 전세계에 공유함으로써 소리없는 시위를 벌이고 있으며, 최근 지뢰 제거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환경분야는 틱낫한 스님의 제자이며 불교환경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의 조안 헤리펙스를 비롯해 조앤나 메이시, 헬렌 노르벅 호지 등이 돋보인다.

‘평화주의 선종’의 창설 멤버이자 불교 교육 및 실천단체인 ‘우파야(Upaya)’의 창립자인 조안 지코 헤리펙스(Joan Jiko Halifax)는 우파야나 에살렌협회 등 전세계의 법회장에서 환경과 조화해서 살아가는 불교 및 범신론적인 방법에 대해 가르치고 있다.

조앤나 메이시(Joanna Macy)는‘참여불교’ 운동에 선구적인 역할을 한 활동가이자 생태주의자, 저술가로서 심층 생태학과 불교 연기론을 접목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전세계에서 환경 강연과 워크숍을 진행중이다.

스웨덴의 언어학자, 환경운동가, <오래된 미래, 라다크>의 저자로서 인도 ‘라다크 프로젝트’의 설립자인 헬렌 노르버그 호지(Helen Norberg-Hodge)는 ‘생태와 문명을 위한 국제 사회’의 책임자로서 1986년 ‘올바른 삶’ 상(Right Livelihood Award)을 수상하기도 했다.

여성운동분야에는 87년 세계비구니대회를 열고 사키야디타를 결성해 당시까지 가부장적이었던 각국의 승단을 놀라게 한 아야 케마(Ayya Khema) 스님이 대표적이다.

이밖에 레즈비언(여성 동성연애자)의 신행을 위해 애쓰고 있는 미국인 사리카 다르마(Sarika Dharma) 스님, 스리랑카의 여성불자위원회 회장 찬드라(Chandra) 여사, 사키야디타 현 회장인 혜공(Karma Lekshe Tsomo) 스님, 20년 동안 폭력에 노출된 여성과 어린이들을 위해 쉼터를 제공해온 쿤닝 카니사((Khunying Kanitha Wichiencharoen, 여성지위향상연합의 공동 창립자), 가정중심의 불교여성 네트워크를 추진하고 있는 다이안 밴 페리스(Diane Van Parijs) 스님 등이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사회복지 및 의료분야에서는 대만의 증엄 스님이 가장 유명하며 조안 지코 헤리팩스, 궝생 스님, 엔쿄 팻 오하라 등이 두드러진 활동을 펼치고 있다.

세계적인 불교구호단체인 대만 자제기금회의 창설자로 1991년 막사이사이 상을 수상한 증엄(證嚴) 스님은 전세계 400만 자제공덕회 회원들을 통해 교육과 문화사업, 국제 재난구호 활동, 골수 기증운동, 환경보호 캠페인, 자원봉사 활동 등을 펼치고 있다.

평화주의 선종’의 창설 멤버이자 환경운동가인 조안 지코 헤리팩스(Joan Jiko Halifax)는 임종간호 활동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조동종 선사인 엔쿄 팻 오하라(Enkyo Pat O'Hare) 스님은 불교 AIDS 네트워크를 조직, 맨해튼의 AIDS 환자들을 위한 참선 모임을 지도하면서 정기 수련회도 열고 있다. 태국의 사회사업가인 궝생(Guong Saeng) 스님은 태국 사찰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뿐 아니라 학교 병원 등도 후원하고 있다.

이밖에 불교교육 분야에 앞장선 대만 화범(華梵)대학 설립자 효운(曉雲) 노스님(92), 소년원 등의 청소년 교화에 앞장서온 카이트리오나 리드(Caitriona Reed), 종파를 넘어선 평화운동에 매진해 온 산드라 지슈(Sandra Jishu Angyo Holmes), 약물 재활치료, 도박 중독증에서부터, 강간, 아동확대에 이르는 다양한 사회문제에 대해 불교 심리학적 해법을 제시해 온 고타미(Gotami) 스님 등도 불교 여성운동의 선구자로 꼽힌다.

■종파-지역별 여성 수행자들

여성 수행자들은 선종, 남방불교, 티베트 밀교 등 종파나 지역의 전통에 입각한 수행을 한 후 수행센터나 불교단체를 설립해 포교에 나서고 있다. 이들 중에는 특정 종파에서 수행하거나 비구니계를 받았더라도 무종파주의를 지향하며 남방 및 북방불교의 다양한 수행법을 보급하는 여성 수행자들도 적지 않다.

<선종>

북방불교의 선종에 속하는 여성 수행자들은 화계사 조실 숭산 스님의 제자인 성향(바바라 로드), 낸시 브라운 헤지페스, 제인 맥라인 도비즈 법사와 송광사 구산 스님(입적)의 제자인 성일(마르티네 배철러) 법사를 비롯 서구형 선불교인 불교명상종을 설립한 지유 케넷 스님, 바하의 음악을 화두로 주는 모린 묘온 스튜어트 법사 등이 대표적이다.

1992년 숭산 선사로부터 인가를 받은 성향(Barbara Rhodes) 법사는 숭산 스님이 지도하는 관음선원의 부원장이자 관음선원 산하의 플로리다, 시카고, 콜로라도 선센터의 지도법사로 활동중이다.

1979년부터 숭산 스님의 제자로 공부한 낸시 브라운 헤지페스(Nancy Brown Hedgepeth)는 미국 프라비던스 선센터의 원장으로서 노숙자나 도시 빈민들을 돕고 있다.

1991년 숭산(화계사 조실) 스님의 공안집인 <세계일화>를 엮어 출간한 제인 맥라인 도비즈(Jane Mclaughlin-Dobisz)는 1992년 숭산 선사로부터 인가받은 후 미국, 유럽, 남아프리카 등지에서 한국의 선불교를 가르치고 있다.

입적한 송광사 구산 스님 문하에서 1975년부터 10년간 참선한 성일(Martine Batchelor) 스님은 영국의 가이아 하우스(Gaia House)의 지도법사로서 <선의 원리>, <연꽃 밟고 걷기> <여성의 불교, 불교의 여성> 등을 통해 한국 선을 소개하고 있다.

1962년 일본으로 건너가 조동종 총본산 총지사의 방장 고호 스님으로 비구니계를 받고 인가를 받은 지유 케넷(Jiyu Kennet, 1924~1996) 스님은 1970년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샤스타수도원을 설립하고 서구형 선불교인 불교명상종을 설립했다.

1977년 일본 임제종의 소엔 나카가와 노사에게 임제선을 배우고 82년 인가를 받은 모린 묘온 스튜어트(Maurine Myo-On Stuart, 1922~1990)는 자녀를 둔 수행자로서 어떻게 수행할 것이지에 대해 여성들에게 역할 모델이 되었으며, 바하의 음악을 화두로 내어주는 등 독창적인 선불교를 선보였다.

<남방 불교>

남방불교권에서는 사키야디타 창립자인 아야 케마 스님과 루스 데니손, 루스 데니손이 대표적인 여성 수행자들이다.

55세에 출가해 비구니계를 최초로 단합시킨 아야 케마(Ayya Khema) 스님은 1923년 독일에서 유태인으로 태어나 99년 입적 때까지 남방불교의 전통을 세계에 전한 선구적인 비구니 스님이다.

78년부터 호주 시드니의 ‘붓다 담마 사원’을 시작으로 스리랑카 콜롬비아의 국제불교여성센터, 87년 파라푸두와(Parappuduwa) 여성 수도원 섬, 89년 독일 붓다 하우스, 97년 독일 최초의 산림 승원인 '메타 비하라'를 뮌헨에 설립했으며 87년 세계 최초의 비구니 국제대회를 주관했다.

1960년 미얀마의 고승 우 바킨(U Ba Khin) 문하에서 공부한 루스 데니손(Ruth Denison)은 73년 캘리포니아 사막 수행처인 담마 데나와 독일 불교센터를 설립했다. 그녀는 전통적인 교리의 틀을 벗어나 운동과 음악, 리듬, 독경, 소리와 보조적인 명상법 등 다양한 방편으로 위빠사나 명상을 지도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태국청년불교연합의 지도법사인 쿤 매 시리 크린차이(Khun Mae Siri Krinchai)는 태국인과 외국인을 위한 명상 강의와 설법으로 2001년 '세계 여성의 날'에 '훌륭한 여성 불자'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티베트 불교>

티베트 불교전통의 여성 수행자 가운데 대표적인 스님은 텐진 팔모 스님과 툽텐 쵸드론 스님이다.

영국 출신의 티베트 비구니 스님인 텐진 팔모(Tenzin Palmo) 스님은 1976년 히말라야 석굴에 입산하여 12년간 수행한 최초의 서구 여성이다. 1988년 이태리 아사시로 가서 5년간 전법활동을 펼친 후 인도 북부지방에서 드룩파 카규 전통을 잇는 비구니 수도원을 운영하고 있는 그녀는 비구니 계맥을 잇기 위해 기금모금 운동을 펼치고 있다.

둡텐 쵸드론(Thubten Chodron) 스님은 1977년 티베트 불교 전통에서 계를 받은 미국인 스님으로서 시애틀에 소재한 법우재단의 상임법사를 맡고 있다. 불교와 유대교간의 종교간 대화도 시작해 2001년 UN이 지정한 '세계 여성의 날'을 기념해 '훌륭한 여성 불자'상을 수상했다.

이밖에 국제적인 불교 뉴스 매거진인 <만달라(Mandala)>의 편집장이자 ‘자유 감옥 프로젝트’의 책임자로서 활발한 포교활동을 펼치고 있는 로비나 쿠어틴(Robina Courtin) 스님, 15년간 타랍 툴쿠(Tarab Tulku)를 비롯한 티베트의 저명한 학자들로부터 티베트 철학과 심리학, 명상, 심리치료를 배운 후 심리학자이자 심리치료사로 활동중인 르네 핸드버그(Lene Handberg) 박사, 1971년 티베트 불교에 입문해 1985년 달라이 라마로부터 직접 비구니계를 받고 미국 콜로라도 스프링스에 소재한 툽텐 샤드럽의 상임 지도법사를 맡고 있는 텐진 가쵸(Tenzin Kacho) 스님 등도 티베트 여성불교를 이끌고 있다.

<무종파주의>

서구의 여성 수행자들은 종파나 수행법을 특별히 가리지 않는 무종파주의를 지향하는 경향이 많은데, 이들 가운데 대표적인 이들이 묘법(헬렌 잔다밋), 안나 더글라스, 클라라 루즈, 세실리 콰이트 등이다.

영국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비구니계를 받은 묘법(Helen Jandamit) 스님은 1974년 이후 위빠사나 명상 강좌를 주도하고 있고, 태국에 국제 불교명상센터를 설립했다.

스피리트 락(Spirit Rock) 명상센터의 창립자로서 통찰명상회의 지도법사인 안나 더글라스(Anna Douglas)는 심리학과 예술을 배운 후 15년간의 위빠사나 명상 수련을 바탕으로 선종과 티베트불교의 불이학파. 족첸(Dzogchen) 전통의 가르침을 전하고 있다.

위빠사나와 참선, 티베트 밀교(가큐파, 닝마파)를 수행한 클라라 루즈(Clara Luz)는 스페인에 닝마파 수련센터를 처음으로 세운 후 관세음보살의 대자대비심을 강조하는 대승불교와 요가, 명상을 함께 가르치고 있다.

1965년까지 남방불교와 티베트 불교를 공부하고 수행해 제16대 카르마파(Karmapa)에 의해 미국 토론토에 카르마 카규 센터 초대 지도법사에 임명된 세실리 콰이트(Cecille Kwait)는 현재 캐나다 캘거리에서 살면서 남방 및 대승불교의 가르침을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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