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 ‘틱낫한’, ‘달라이라마’
올해 불교 출판을 관통한 단어들이다.

불교출판은 올해도 침체의 늪을 벗어나지 못했다. 한달에 책 한권 내기도 빠듯한 것이 불교출판사 대부분의 현실이었다. MBC TV의 ‘느낌표’에 소개된 이른바 느낌표 브랜드 책들의 폭발적인 인기와 KBS의 ‘TV, 책을 말하다’, MBC의 ‘행복한 책읽기’ 등 방송의 책 소개 프로그램 확대와 시민단체들의 독서운동 확대로 모처럼 출판시장이 활기를 띤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반면, 김영사, 열림원, 명진출판사, 해냄출판사 등 일반 거대 출판사들의 불교 책 출간은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이들 출판사에서 주도적으로 펴낸 틱낫한과 달라이라마의 책들은 올 한해 전체 출판계의 화제라 할 수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틱낫한과 달라이라마의 책들은 올해 꾸준한 인기를 유지했고, 이 가운데 <화>(틱낫한, 명진출판)는 70만부가 팔린 <뇌>(베르 베르, 열림원)에 이어 50만부가 넘게 팔려나가 전체 베스트셀러집계 2위에 올랐다.

이들 거대 출판사들의 불교 책 출간 경쟁으로 인해 자본과 마케팅 등에서 뒤질 수밖에 없는 불교 출판사들은 상대적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이같은 환경 속에서 올 한해 출간된 불교 책들을 살펴보면, 사찰 답사·여행 안내서 들이 꾸준함을 유지했으며, 여느 해와 달리 불교 관련 문화재나 사찰의 전설, 사찰음식 등 불교문화를 소개한 영역서 들의 출간도 눈길을 끌었다. 마음 수행, 명상 등을 주제로 한 읽을거리들도 다수 선을 보였으나, 틱낫한과 달라이라마의 열풍을 잠재울 만한 역작은 없었다.

한편, 올해 출판계는 느낌표 등 방송에 소개된 책들이 베스트셀러 상위권을 거의 점령하는 일이 벌어지면서 이에 대한 찬반양론이 팽팽하게 전개됐다. 지나친 상업주의로 독서시장을 왜곡시켜, 출판인들의 신간 출간 의욕을 떨어뜨린다는 부정론과 전체 출판 시장의 매출확대에 기여해 급격하게 붕괴하고 있는 유통 시스템을 안정시키고 청소년들의 독서유발 효과도 가져왔다는 긍정론으로 나뉘었다.

이밖에 출판 및 인쇄진흥법의 통과로 인한 도서정가제의 재확립, 95년 역사의 종로서적 도산 등도 올 출판계의 이슈들이었다.

이은자 기자
ejlee@buddhap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