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전통정원과 외국 정원의 가장 두드러진 차이점은 무엇일까?

바로 우리의 옛 정원에는 분수가 없다는 것이다. 물은 높은 데서 낮은 곳으로 흐른다는 자연의 법칙을 거스르지 않는 한국인의 심성이 반영된 때문이다. 굳이 물의 흐름을 감상하고 싶을 때는 분수 대신 폭포를 만들었다.

우리의 정원은 이웃하고 있는 중국과 일본의 정원과도 차이점을 보인다. 중국의 정원은 석가산을 쌓고 태호석으로 바위풍경을 조성하는 등 대규모의 인위적인 공간이 주를 이룬다. 일본의 정원은 연못 속에 여러 개의 작은 섬을 배치해 소나무를 심고 못가에 소금 굽는 연기를 솟아오르게 하여 안개를 대신하는 등 자연물에도 인간의 체취가 강하게 배어 있다. 그러나 우리의 옛 정원은 가급적 인간의 손길을 배제하고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살리기 위해 노력한 흔적들이 역력하다.

한국정신문화원 책임편수연구원인 허균 씨가 전국 곳곳의 정원을 답사해 얻은 결과물을 모아 정리한 책 <한국의 정원>(이갑철 사진, 다른세상)은 이런 차이점을 통해 우리 옛 정원의 우수성을 보여준다. 지은이는 "우리의 옛 정원을 들여다보면 자연과 융화해서 살려는 선조들의 의식을 마주하게 된다"고 말한다.

전남 담양 소쇄원, 보길도 부용동 정원, 경북 영양 서석지 정원 등 한국 정원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면서 원형도 잘 보존하고 있는 옛 정원 28곳을 골라 생생한 사진과 함께 소개한다. 외국인들을 위해 영문과 사진으로 간추린 '놀라운 한국의 정원(The Amazing Beauty of Korean Garden)'을 덧붙였다. 값 1만 8천원.

여수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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