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이 실현되면서 북한 불교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출판가에도 북한 관련 불서들을 찾는 불자들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눈밝은 독자들은 이미 북한불교관련 불서들을 통해 북한불교에 바짝 다가서고 있다.

현재 북한불교의 수준과 현황을 알 수 있는 불서들을 어떤 것이 있을까. 출판가에 나와 있는 북한불교 관련 불서들은 크게 3부문으로 나뉜다. 사찰 및 문화유적 답사기, 북한불교 연구서, 그리고 북한동포의 실상 등에 관한 책들이다. 이 가운데 답사기가 주종을 이룬다.

1925년 독일인 수도자 노르베르트 베버가 금강산의 사찰들을 둘러보고 쓴 <수도자와 금강산>(푸른숲)을 비롯, 1940년대 북한불교와 1990년대의 북한불교 50년을 통해 북한불교의 어제와 오늘을 조명한 정태혁 교수와 법타 스님의 북한불교기행집 <북한불교답사기>(민족사), 유홍준 씨의 <나의 북한 문화유산 답사기>(중앙M&B), 고은 시인의 <산하여 나의 산하여>(중앙M&B), 풍수지리학자 최창조(전 서울대 교수) 씨가 펴낸 <북한 문화유적 답사기>(중앙M&B) 등이 대표적이다. 또 최근 출간된 <북한의 문화재와 문화유적>(서울대출판부), <동독 도편수 레셀의 북한 추억>(효형출판), <겸재를 따라가는 금강산 여행>(대원사)을 비롯 <나는 지금 금강산으로 간다>(김영사), <북한의 지리여행>(문예산책),
<금강산 유람기>(전통문화연구회) 등을 통해서도 북한불교의 일면을 엿볼 수 있다.

특히 북한 지역에 건립됐던 사찰을 총정리한 <북한사찰연구>(사찰문화연구원)와 지역별로 사찰과 사지, 그리고 문화재를 일목요연하게 소개하고 있는 <북한의 사찰>(일지사)은 북한불교의 현황을 총체적으로 이해하게 하는 만만치 않은 분량의 노작이다.

이들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사찰들은 대부분 한국불교사에서 큰 비중을 차지했던 곳으로 귀중한 문화재가 소장돼 있는 곳들이다. 하지만 분단 55년 사이에 신앙의 공간이 아니라 관광지나 휴식공간으로 전락한 점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답사기류의 책들이 북한의 사찰 현황 등 겉모습을 살핀 책이라면, <북한불교연구>(민족사)는 북한불교 속살이라 할 수 있겠다. 1990년대를 전후한 북한불교의 현주소와 관련된 자료를 수집, 학문적으로 정리한 종합 연구서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북한 종교정책의 변화 △북한불교의 실상 △남북불교 관련자료 △북한의 현존 사찰현황과 국·보물급 문화재 등 방대한 내용을 수록돼 있다.

정토출판사가 통일마당 시리즈로 내놓은 <통일로 가는길>, <1999 민족의 희망찾기>, <두만강을 건너온 사람들> 등도 북한 불교와 관련해서 빼놓을 수 없는 책이다. 이 시리즈는 경제난과 식량난 이후 급속히 변모한 북한 동포들의 현재의 실상을 알 수 있게 하는 책들이다.

이밖에도 <북한 고고학 미술사 용어집>(백산자료원), <북한의 지리여행>(문예산책) 등 그 동안 창고에서 잠자고 있던 책들도 먼지를 털고 불자들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북한에서 불교는 공산화이래 침체 또는 폐쇄의 길을 걸었다. 그러나 불교의 자취는 아직도 적지 않게 남아 있다. 이는 불법이 체제와 이념을 초월한 것임을 알게 한다. 따라서 북한불교와 관련 책들은 북한불교를 온전히 이해함은 물론 남북한의 이질감을 해소하고, 통일의 기틀을 튼실히 하는 초석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