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 벽화를 통해 고구려인들의 일상문화부터 종교에 이르기까지 그들의 삶과 정신을 복원한 <고구려 고분벽화 연구>(사계절)가 나왔다.

미술사나 고고학 분야의 영역으로 치부되던 고구려 고분 벽화
를, 역사학자 전호태(울산대) 교수가 문화인류학적 물음을 던진 셈이다.

전 교수는 이 책에서 4∼6세기에 집중 조성된 집안과 평양 지역의 고분에 담긴 세계관의 변화를 추적한다. 고분벽화는 크게 3단계 변화를 보이고 있다. 고구려의 전통신앙에 불교적 영향이 가미된 1단계,연꽃의 장식화를 중심으로 불교의 영향이 두드러진 2단계, 그리고 음양오행에 영향을 받아 나타나는 사신도 중심의 3단계가 그것이다. 이 과정에서 고구려인들의 세계관도 저승과 이승을 연결된 것으로 보는 속계적 세계관에서 양자를 분리하는 세계관으로 나아간다.

이처럼 벽화 속의 다양한 그림들이 갖는 의미를 당시의 역사·문화적 상황을 배경으로 되살려냄으로써 우리를 벽화세계 속으로 이끌어 간다. 주변국 문화, 특히 돈황석굴과의 영향관계를 풍부한 자료를 바탕으로 입증해낸 것도 이번 작업이 갖는 특징이다. 실제로 돈황석굴의 조성된 시기와 고구려 고분벽화가 만들어진 시기는 둘 다 3∼7세기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외에도 이 책은 300여장에 달하는 컬러사진을 비롯해 벽화고분 90여기의 분포도, 명칭 일람표, 편년비교표, 고분벽화 연구논저 목록 등을 함께 수록해 연구자들은 물론 일반인들도 고분벽화의 흐름을 한눈에 알 수 있도록 했다. 값 2만9천원. <오종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