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담(부천 석왕사 주지) 스님이 철부지 행자생활을 비롯 사미승이 될 때까지의 이야기를 담은 <동승일기>(들녘)를 내놓았다.

앙상한 나무 가지가 널려 있는 60년대 중반 늦가을 김천 청암사 극락전, 중학교를 갓 졸업한 13세 어린 소년이 편지 한통 들고 불문에 들기를 청한다. 큰스님의 허락으로 머리를 깍은 그는 행자생활을 시작한다.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일화들은 때론 가슴
뭉클하게, 때론 폭소를 터뜨리게 한다. 화장실 벽에 잠깐 기대어 졸다가 새벽예불에 늦기도 하고, 몰래 꿀을 훔쳐 먹다가 큰스님께 혼이 나고, 벌에 쏘이기도 하면서 불가의 생활에 익숙해져 간다. 그러나 대강백 노스님이 열반하여 그 뼈를 까마귀밥을 만들어 산에 뿌리는 것을 보았을 때, 또 엄하기만 했던 큰스님이 청암사를 떠났을 때는 속가에서 엄마와 헤어질 때보다 더욱 슬퍼한다. 특히 추운 겨울날 대중 스님들의 꼬임에 빠져 비구니 스
님들의 신발에 물을 부어 꽁꽁 얼린 일이나 처음 본 라면을 어떻게 끓이는지 몰라 변발이 손가락만해지도록 푹 삶아 내놓은 일 등을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기 어렵게 한다.

이처럼 이 책은 60년대나 있었을 법한 해프닝을 주요소재로 하고 있어, 읽는 이들에게 절집의 향수에 젖어들게 한다. 또 송광무 화백이 그린 26컷의 선화는 이런 순수하고 익살스러운 동심을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데 부족함이 없어 읽는 즐거움을 배가해 준다.

영담 스님은 서문에서 '부처님의 출가 정신이 상실되어 위계질서가 파괴되고 승풍이 해이해져 가는 오늘날, 이 글들을 통해 작지만 소중했던 나의 행자시절을 더듬어 보고 지금의 나를 돌이켜 보는 계기로 삼으려 한다'고 말했다. 값 8천5백원. <김중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