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중부 힌두쿠시 산맥 깊숙한 곳에서 1,500년간 높이 54m의 위용을 자랑했던 바미얀 대불이 되살아날 수 있을까.

최근 스위스에서 아프간 문화재 보존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는 ‘아프간 연구소’(Afghanistan Institute)와 인터넷에서 세계유산보호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단체인 ‘7대 불가사의 사회’(7 Wonders Society) 등이 연대해 바미얀 대불을 복원하기 위한 준비 작업에 들어갔다.

지난 3월 탈레반에 의해 대불이 파괴되자 스리랑카의 불교단체인 부처님 사회(Bodhi Society)가 복원 의사를 밝힌 바 있지만, 이번엔 온ㆍ오프라인에서 세계유산 보존 분야에서 오랫동안 활동해온 두 단체가 대불 복원계획을 발표해 주목된다.

두 단체는 우선 2002년 봄까지 스위스 드번도르프시에 있는 아프간 연구소에서 사진을 토대로 바미얀 대불의 3차원 컴퓨터 그래픽을 제작한다. 바미얀 대불의 3차원 그래픽은 파괴된 바미얀 대불을 9분의 1로 축소한 6m 크기의 모형 대불을 만드는 데 기초 자료로 활용된다.

모형 대불은 아프간 석공들의 손을 빌려 바미얀 대불의 석재인 붉은 사암을 사용해 건립된다. 또한 두 단체는 정확한 복원을 위해 12,13세기에 중국인 순례자들과 아랍의 지리학자들이 남긴 불상 기록과 1970년대 오스트리아 지리학자가 측정한 탐사 자료를 사용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인류의 소중한 유산은 파괴되더라도 결코 망각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7대 불가사의 사회’의 버나드 웨버(Bernard Weber) 대표는 “대불 복원 계획은 2년 정도면 그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두 단체에서 추진하고 있는 대불 복원 사업에 관심을 보이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또한 웨버 대표는 “복원된 바미얀 대불은 아프간 지역에 평화가 찾아 왔을 때 아프간 정부에 전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아프간 연구소 폴 부케러(Paul Bucherer) 소장은 “54m 대불을 복원하는 데 약 13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재원을 마련하기는 어렵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바미얀 대불에 대한 아시아 불교국가들의 관심이 커, 복원 계획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동참하는 나라들이 늘어날 것이라 게 부케러 소장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의 크리스찬 만하트(Christian Manhart) 아시아 유산 담당관은 “파괴된 문화유산을 다시 재건하는 일은 문화유산 국제규약인 베니스 조약에 의해 금지되어 있지만, 유네스코 유산위원회가 이 문제를 놓고 예외 조항을 찾고 있어 복원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최근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을 점령한 아프간 북부 동맹군은 “두 단체의 복원 계획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며 “바미얀 대불은 세계문화유산으로 유네스코에서 제정했던 만큼, 이 문제는 세계유산위원회의 의견을 따를 생각”이라고 말했다.

오종욱 기자
gobaoou@buddhap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