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화합시민연대(상임대표 정각)는 4월 18일 NGO운동 속에서 종교NGO의 위상과 그 역할을 점검하고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세미나를 가졌다. 이날 기조발제를 맡았던 정천구 씨와 지정토론자인 김민남, 강호일, 도관스님의 글을 통해 바람직한 종교NGO의 모습을 알아본다.

◇종교NGO운동의 방향

정천구(영산대 교수, 정치학)

80년대 말을 기점으로 우리나라 NGO운동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종교NGO운동도 이와 함께 성장해 한국사회의 문제해결에 기여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종교NGO운동이 잠재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발전 방향이 필요하다.

가장 먼저 종교NGO운동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먼저 종교적 교리와 신앙에 투철한 대중보살 운동, 복음주의 운동이 전개돼야 한다. 종교적 기초에 서서 현실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교리를 발견하고 적극적으로 새롭게 해석해 내는 작업이 뒤따라 이뤄져야 할 것이다.

또한 종교NGO운동의 저변을 확산시키기 위해 일반NGO운동의 쟁점 이외에도 건강, 노인복지, 청소년 교육, 아동복지, 스포츠 보급 등 시민들의 일상생활과 밀접한 분야를 개척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일상생활과 사찰?교회에서의 신행 활동은 전혀 다른 분야라고 생각하는 관습이 변해야 할 것이다. 신행생활과 일상생활은 긴밀한 협조 관계를 맺고 서로 보완작용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세계화 시대에 맞게 종교NGO운동은 국제적 연계성을 획득해야 하며, 동일한 목표를 추구하고 있는 다른 종교NGO들과의 유대를 강화해 나가야 한다.

◇불교의 현실 참여문제

김민남(동아대학교 언론홍보대학원장)

시민운동에 있어서 종교의 역할에 있어 종교가 시민운동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는 것에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아직도 참여의 대상, 수준, 방법 등에서는 종교 내외부적으로 의견이 엇갈리는 경우가 많으므로 이에 대한 충분한 연구와 고민이 있어야 할 것이다.

종교는 인간의 근본적 문제에 대한 물음이요 대답이라는 점에서 개인적, 사회적 문제해결에서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특히 불교는 수행을 통해 집착을 버리고 편견과 독선을 벗어나는 몰아일체의 관점을 제시하고 있으므로 시민운동의 기본 정신을 제공해준다.

이런 점에서 불교가 좀더 적극적으로 현실문제에 접근해야 한다. 이제 불교를 비롯한 종교는 교리와 신앙에 투철하면서 시민운동의 저변확대, 지속성 확보 등을 위한 노력에도 적극 동참해야 할 때다. 특히 사회의 중요한 이슈나 아젠다뿐만 아니라 건강, 노인, 여성, 사회소외계층, 청소년, 아동복지 등 일상생활과 관련된 분야로 관심의 영역을 확대시켜 나가야 한다.

◇종교NGO네트워크의 역할

강호일(부산일보 논설위원. 부산불교언론인협회장)

비정부 시민단체인 NGO의 활동은 전국에서 2만여개의 신생단체가 생겨날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다. 특히 불교의 경우 종파, 사암, 직장별로 활성화된 단체도 있지만 이름뿐인 단체도 많다. 종교 NGO 운동에 거는 사회적 기대가 높아지고 있는 현재, 종교NGO 단체들의 자정 노력과 자립도 확보는 필수적 과제다.

여기서 우리는 세속화 상업화돤 한국 종교의 개혁을 위해 지난해 11월 발족한 종교NGO네트워크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종교NGO네트워크는 맑은 종교를 위한 실천강령을 통해 종교시민운동의 방향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종교지도자들의 부정부패와 일반 종교인들의 근시안적 종교행위를 극복하는 자기정화 노력을 시작한 것이다.

종교 재정의 투명성 확보, 경제적 빈자와 소외계층을 위한 나눔, 기부문화정착 등 물량주의로 흐르는 종교문화를 척결하는데 주안점을 둔 이들의 움직임은 종교시민운동의 지향점을 제시해 준다. 이처럼 종교계가 시민운동에서 제 역할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종교계의 내부적 자정노력을 통해 일반 대중들과 종교인들의 공감을 형성할 수 있어야 한다.

◇불교와 사회참여

도관스님(불교인권위원회 사무국장)

종교시민운동의 정체성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종교시민운동의 태동 계기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베트남의 파고다운동이나 만해스님의 대한불교청년회, 혁명불교연맹 등이 국가의 독립운동을 지원하는 중추적 역할을 했듯이 초기불교의 혁명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50여개의 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불교NGO협의체에서 주장하듯 사찰은 하나의 비정부기구로서 지역사회에서 시민운동의 핵심이 되어야한다. 각 사찰이 지역내에서 봉사와 문화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복지관 역할을 하면서 사찰 재정, 인재, 공간 등을 대사회적으로 회향해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에 비해 성숙된 시민의식 속에서 불교종교시민운동이 제 역할을 다 하기 위해서는 불교적 생명관이나 세계관을 토대로 대중성 이념성을 확보해야한다. 불교적 진리가 종교시민사회운동의 새로운 틀로 짜여질 때 여성, 환경, 인권 등 보다 폭넓은 시민운동으로 폭을 넓혀가며 파급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