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교육원(원장 무비)은 2일 발간한 <승가교육> 제4집에서‘21세기 승가교육의 나아갈 방향과 청정 승가상 구현의 길’을 특집으로 다뤘다. 여기에서는 기초·기본·재교육·승가고시 등 네 분야에 대해 모두 8편의 글을 싣고, 현 승가교육에서 나타나고 있는 문제점과 개선방향을 모색했다. 다음은 기초·기본·승가고시에 대한 능허·월호·법산 스님의 기고문을 요약한 것이다.


▲ 능허스님(조계종 교육원 불학연구소장) - 승가 기초 교육 내실화 방안

행자교육의 목표는 승단에 첫발을 내딛은 초발심 행자들에게 수행자로서 평생 지녀야 할 소양을 습득케 하고 출가정신을 바로 세움과 동시에, 점차 조직화되고 전문화되어 가는 현실에 맞는 체계적 승가교육을 체계적으로 실시하는 데에 있다.

하지만 행자가 과거의 가치관과 세속적인 번뇌를 업을 비우지 않아 출가생활을 중시하지 않거나, 본사나 말사가 행자를 사찰 유지를 위한 노동력이나 문중세력 확장수단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첫째 해당 사찰에서 행자교육을 담당하는 스님과 행자간의 면담이나 교육 점검을 꾸준히 진행해야 한다. 둘째 사중 스님들이 입산 행자들의 마음을 잘 살펴 보리심을 굳건히 발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즉, 초발심의 중요성과 그 마음을 유지할 수 있는 기초수행과 참회의 사간을 갖게 하기 위한 교육 방법이 모색돼야 한다. 셋째 행자 스스로가 항상 출가의 의미를 되새기도록 노력해야 하고, 행자교육지침서에 입각한 기초교리강좌를 본사 단위에서 체계적으로 강의해 그 내용을 복습하고 정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넷째 행자교육원 정상화도 필수적이다. 현행 행자교육 교과과정에서 ‘불교사 개설’ 과목을 신설해 불교에 대한 역사적 인식을 바로잡아주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승가교육을 향상시키기 위해 교수사 및 습의사의 자질 강화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 월호스님(쌍계사 강사) - 강원 교과과정에 대한 문제점 및 개선안

강원과 대학교육의 결정적 차이는 삶과 교육의 분리냐 결합이냐에 달려 있다. 즉 강원 교육은 삶과 교육이 함께 어우러져 있으며, 강원의 교과목은 생활의 일부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이토록 뛰어난 교육여건을 제대로 살려줄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실상사의‘작은 학교’는 강원 교육 체계에 그대로 적용할만한 가치가 있다. 다시 말해 일반교과를 자꾸 늘려서 대학식 교육을 닮고자 노력할 것이 아니라, 대학으로서는 도저히 시행할 수 없는 체험교과 같은 부분에 비중을 두고 정규과목으로 설정해 체계화할 필요가 있다.

3단계의 학제를 가진 대안학교는 현대식 교육 방법과 전통 강원식 교육 방법을 병행해 전문학림이나 동국대에 진학할 사람과 선행수행을 할 사람들을 동시에 양성하고 있다.

또한 교과체계는 일반교과와 체험교과, 주제교과로 나누어진다. 일반교과에서는 중학교 3학년 과정에 필요한 지식체계를 가르치고, 체험교과에서는 직접 농사일을 해 자치적인 삶의 방식들을 배우고 나무 다루기, 천 다루기 등을 통해 실용적인 지식을 배울 뿐만 아니라 봉사활동, 역사문화기행 등을 통해 세상에 대한 경험을 익힌다. 마지막으로 주제교과에서는 자율적으로 주제를 선택, 아침 명상과 몸 다루기를 통해 자기 발견의 시간을 갖고 있다.

이 작은 학교의 모델은 대학식 교육과 전통식 교육 방법을 하나로 묶는 사례가 될 것이다. 이와 같이 삶과 공부가 하나로 연결된 공부야말로 현대 승가교육이 추구할 바일 것이다.


▲ 법산스님(동국대 교수) - 승가고시 시행의 의의

고려시대는 불교가 국교였기 때문에 승직 및 승과제도가 국가에서 과거에 준하는 인재 등용의 기회가 됐다. 승과제도를 통해 불교는 선?교학 승려를 배출하고 고려불교와 민족문화 발전에 많은 기여를 했다. 조선시대에는 주자학에 밀려 멸문의 지경에 이를 뻔도 했지만, 명조대 문정왕후의 도움으로 승과고시가 실시돼 서산, 사명 등 훌륭한 승려를 배출했다.

불교 도입 1700년이 되는 현 시점에서 불교는 한민족 문화의 정신적 지주가 돼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 지혜와 덕성을 갖춘 훌륭한 승가가 많이 배출돼야 하며 엄격한 승가교육과 도제양성은 필수적이다. 근래 들어 교육체계가 확립되고 각급 승가고시가 정착돼 가고 있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특히 3급 승가고시는 승가교육의 질적 토대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지난해 처음 실시된 3급 승가고시는 산림 내에서 정규 교과 및 전통대중생활을 겸비해 여법하게 치러졌다. 다만 이를 기회로 향후 2급 및 1급 승가고시의 원만한 정착될 수 있도록 해야 할 필요가 있다.

또한 해당 법계 품수자를 배출하는 것만이 아니라 그들을 종단 요소 요소에 배치하여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할 것이다. 향후 승랍 10년 이상 스님을 대상으로 승가교육 전문화와 다양화로 대변되는 본격적인 승가교육이 시작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