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관광부는 2002년도 ‘이달의 문화인물’ 12명을 선정, 발표했다. 조선 후기 학자이자 천주교 순교자인 정약종·독립운동가이자 언론인인 이상재·서민층의 모습을 향토적 기법으로 표현한 서양화가 박수근·청록파 시인 조지훈 등이다.

343명의 역사 인물을 심사한 이번 선정결과를 살펴보면 불교권의 인물은 하나도 없다.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일부러 불교인을 제외시키기야 했으랴.

하지만 올해만 해도 지난 5월의 문화인물이 조계종의 중흥조인 보조국사 지눌 스님이었고, 11월은 우리나라 천태종의 종조인 대각국사 의천 스님의 달로 지정되었다. 또한 2000년 5월의 문화인물은 신라 말의 선승으로 불교음악인 범패를 최초로 도입하고 차를 들여와 차문화발전에 공헌한 진감국사 혜소 스님이었다. 그런데 왜 내년도 문화인물 가운데는 이렇게 우리 역사와 문화, 사상사에 영향을 끼친 불교인이 한명도 포함되지 못한 것일까?

불교역사를 말하지 않고는 우리 역사를 말할 수 없고, 불교를 말하지 않고는 우리 문화의 정체성을 말할 수 없다. 아직도 많은 불교문화유산과 큰 스님들의 가르침이 우리의 정신적 힘이 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올해 초부터 사명당기념사업회가 사명당 유정 스님의 문화인물 선정을 추진해 왔다. 실제로 올해 후보 343명 가운데 사명당 유정스님도 포함돼 있었다.

사명당 유정 스님이 이번에 선정된 이들보다 어떤 점에서 떨어지는가? 그 이유를 묻고 싶다. 사명당 유정스님외에도 우리 문화발전에 기여한 불교인들은 너무나 많다. 만약 타종교와의 형평성을 고려한 것이라면 그 종교가 이 땅에 뿌리내린 지 얼마인가도 함께 묻고 싶다.

취재2부 이은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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