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자수명한 곳에 위치한 고찰을 찾아가면 누구나 고향을 찾는 것처럼 마음이 설레게 마련이다. 그러나 매표소 근처에 도착하는 순간 기분이 상하고 만다. 사찰 초입의 사하촌(寺下村) 대부분은 음식점들, 조잡한 기념품들을 파는 상가, 여관과 모텔, 단란주점과 노래방들로 무질서하고, 심지어는 호객행위까지 하여 참배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 때문이다.

사하촌의 무질서와 향락화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최근 들어 더욱 심해져 수행환경을 크게 훼손시킴은 물론 사찰을 관광지화하는데 일조하고 있어 불자들을 안타깝게 만들고 있다.

그런데 최근 동학사가 일주문 안에 자리잡고 있던 계룡휴게소 등 음식점 3곳을 경내지 밖으로 이전시키고 이곳을 새롭게 보수해 불교문화센터로 꾸민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동학사는 이곳을 대대적으로 수리해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여름불교학교와 불교도서관, 서예실, 부처님가르침과 한문을 같이 배울 수 있는 불경서당 등 다양한 문화를 배울 수 잇는 포교센터로 만들어 지역민들에게 개방한다고 한다. 이렇게 사하촌이 정비되는 데에는 주지 일연스님의 수년에 걸친 끈질긴 노력 때문에 가능했다고 한다.

지자체가 자체수익때문에 사찰과 연계시킨 관광개발사업을 가속화시킴에 따라 사찰의 수행환경이 크게 침해받고 있다. 지난 99년 전통사찰보존법 개정안이 통과되어 사찰환경 수행환경을 보호할 안전판이 마련되었다고는 하나 아직도 많은 지자체에서는 이 법의 시행에 필요한 조례제정에 소극적이다.

사하촌 정비와 올바른 사하촌 문화 정립은 단시일에 가능하지 않다. 사찰측이 인내력을 갖고 꾸준히 설득하고 주민들과의 분쟁이 일지 않도록 그들의 이익도 고려하는 일이 필요하다. 사찰소유의 상가일 경우 사찰 품위에 맞는 상가나 음식점이 되도록 계약조건을 삽입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것이다.

스님들과 사하촌 주민들이 일체가 되어 깨끗한 사찰, 청정한 수도도량이 유지되도록 무질서한 사하촌이 정비되고 올바른 사하촌문화를 만드는데 노력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