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다'는 말에는 두 가지의 뜻이 있다. 시간의 변화에 따라 나날은 새롭다. 그 새로움은 자연스럽게 누구에게나 온다. 그러나 누구나 그 새로운 날을 진정 새로운 날로 만드는 것은 아니다. 새롭게 오는 시간을 주체적으로 받아들여 새로운 자신을 만들어 가는 사람에게 진정한 다른 의미의 '새로움'이 있다. 그러한 새로움을 만들어 나가기 위하여 우리들은 무한한 시간의 흐름을 쪼개어 단락을 지우고, 그 새로운 단락의 시작에나마 자신을 새롭게 하기 위한 각오를 다지는 것은 아닐까?

요즘 대학가는 그렇게 단락지워진 새로운 시작을 맞는 새내기들을 맞아 활기가 가득하다. 그들의 설렘은 오랜 동안 대학을 지키고 있는 사람에게도 전해져 온다. 대학 시절의 내 모습이 새삼 생각나고, 그 때 지녔던 꿈을 다시 한번 떠올린다. 대체적으로 지금의 모습에 겹쳐지면서, 자신의 불성실했던 지난날을 반성하는 쪽이지만, 그래도 그들의 설렘을 느끼고 전해받고 싶다.

시간이란 것이 일정한 속도로 흐르지 않는다는 것은 40대, 아니 30대를 넘기면 대개 느끼는 일이다. "한 생각이 한량없는 겁이요, 한량없는 겁이 바로 한 생각이다"는 법성게의 가르침이 실감나지는 않지만, 30 고개를 넘기고서는 세월이 갑자기 빨리 흐르기 시작하고, 40 고개를 넘으면 완전히 비탈길을 달리는 바퀴 같다는 느낌에는 누구나 고개를 끄덕이리다. 나날이 새로워지고, 변화를 겪으면서 자신을 바꾸어 나가는 시간은 그 새로워지는 내용만큼 천천히 흐른다. 그러다가 어떤 생활의 틀에 안주하고 나날을 반복적인 일상으로 채워가는 즈음이 되면 시간이 빠르게 가기 시작하는 것이다.

'나날이 좋은 날, 나날이 새로운 날' 이라는 경구를 되뇌이게 되는 것도, 이 일상의 타성을 벗어나 하루하루 자신을 새롭게 하고자 하는 다짐이리라. 이렇게 어느 정도 나이를 먹을수록 더욱 간절히 느끼는 새로움에 대한 갈구…. "어? 네가 벌써?"하는 물음으로 그들의 졸업을 맞지 않을 만큼, 나도 나날이 새로워지는 삶을 살겠다는 다짐으로 새내기들을 맞는다.

성태용(건국대 교수, 본지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