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정권이 뜻있는 지구촌 사람들의 반대여론에도 불구하고 세계 최대의 바미안대불을 중무기를 동원해 파괴함으로써 인류를 경악케 했다. 이 불상은 그 문화예술적 가치도 높아 유네스코 등에서는 일찍이 인류의 문화재로 선언했고, 그 보존을 호소해 왔다. 그러나 극단적 회교주의자들인 그들은 '우상 파괴'가 하나님의 뜻이라며 불상을 파괴하는데 광분했다.

불상은 문화재적 가치를 따지기 이전에 불자들에게는 예배의 대상이다. 불자들은 그래서 불상을 소중하게 여기고, 탈레반 정권의 만행을 뼈아프게 여기는 것이다.

얼핏 보면 신본주의자들이 주장하는 '우상숭배 배격론'에 불상이 가장 좋은 본보기로 여겨질지 모른다. 그러나 그들은 불상의 의미도 모를 뿐 아니라 '우상'의 참뜻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독선, 파괴주의자들에 지나지 않는다.

불상은 석가가 생전에 제자들에게 승인한 일이다. 수행과 불교 전승에 좋은 방편이 되기 때문이다. 어머니의 사진, 할아버지의 위패는 종이나 나무에 불과하다. 그러나 위패를 바라보면서 고인을 그리워하고 이야기도 나누는 가운데 그것은 종이나 나무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따라서 불상은 불자들이 신행하는 한 방편적 대상이다. 불상이 사라진다고 해서 부처님이 세상에서 사라지거나 불자들이 신행활동을 하지 못할 것으로 안다면, 불교에 대한 오해의 선을 넘어 무지의 극치라 해야 할 것이다.

불교의 관점에서는 존재하는 것이든, 존재하지 않는 것이든, 정신적인 것이든, 물질적인 것이든 그 무엇이든 절대화시킬 때 그것이 바로 '우상'이 된다. 그리고 인간이 우상의 노예로 전락해 무조건 맹종할 때 그것을 바로 '미신'이라 한다. '불상 파괴'는 거룩한 종교적 행동이 아니라, 인간성을 파괴하는 만행일 뿐이며, '우상 왜곡'의 폐해는 '역사 왜곡'에 견줄 바가 못될 만큼 엄청난 것임을 파괴적 신본주의자들은 물론 지구촌 가족 모두가 깨달을 일이다.

도수(정업도량 회주, 본지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