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물고기를 수출할 때 같은 물탱크 안에 그 물고기의 천적 한 마리를 집어넣기도 한다. 천적의 도전을 받음으로써 물고기들은 필사적이 되어 쉽게 기진하지 않고 생명을 보다 연장시키게 된다는 것이다.

자살 동기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그런 도전에 주목한다. 전쟁이나 전염병, 경제위기의 시대를 삶에 대한 '도전'으로 본다. 이럴 때 사람들은 필사적으로 살아 남으려 애쓰지 죽으려 하지 않는다. 조사 결과로도 이 같은 고난의 시기에 자살율은 줄어들고 우울증 등 정신병 환자도 예상 밖의 감소율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어려움이 극복되고 나면 자살율이나 정신질환은 다시 늘어나기 시작한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평화롭고 살기 좋은 시대를 사람들은 견디지 못하는 것인가. 통계적으로도 후진국에 비해 선진국의 자살율이 한결 높다. 그뿐 아니라 계절적으로도 가을이나 암울한 겨울에 비해 생명이 약동하는 봄철에 자살율이 높다 한다. 학자들의 이 같은 분석은 평소 우리들의 상식을 깬다.

70년대 이후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던 한국의 자살율이 이제 OECD국가 가운데 5위라 한다. IMF 이후의 생활고 자살 외에도 인터넷 자살 사이트를 중심으로 별의별 이유의 자살이 늘고 있는 것을 보면, 자살율 증가로 한국도 선진국 문턱에 들어섰다 할 것인지. 인터넷에서 자살 이야기를 나누다 처음 만난 젊은 남녀가 함께 극약을 나누어 먹고 나란히 누워 저승길로 떠났다는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의 소식도 전한다.

자유로운 인간은 죽음에 대해 생각하지 않으며, 지혜는 생명에 관한 명상에서 나오는 것이라던가. 불교는 지혜와 자유와 깨침의 종교다. 루이 암스트롱이 들려주는 '이 멋진 세상(What a wonderful world)'이라도 한번 들어 보라. 거기 깨침의 세계 하나가 열려있다. 이 좋은 봄날.

김징자(언론인. 본지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