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나 먼 오지에서 손님 한 분이 오셨다. 어리둥절하며 사방을 두리번거리는 그의 모습은 언뜻 보기에 여느 촌로와 다름없이 보인다.

빌딩 숲 사이로 줄달음질치는 자동차의 물결, 사람들도 뭔지 모르게 하나 같이 바쁘다. 사람들이 저런 것을 만들어서 타고 다니는구나. 자동차를 처음 보는 듯 그는 신기해한다. 고약한 냄새의 매연이 목과 코를 덮쳐온다. 숨쉬기조차 만만치가 않다. 눈살을 찌푸리며 그는 하늘을 올려다본다. 파아란 빛깔은 오간 데 없고 잿빛 하늘이 머리를 감싸고 있다. 몸치장을 잔뜩 한 사람들, 그들의 마음치장이 궁금하다. 가게마다 산더미처럼 진열된 갖가지 화려한 상품들은 사람들의 기호와 편의를 충족시키기에 별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그의 얼굴에는 신기한 감동보다는 씁쓸한 한숨이 스쳐 지나간다. 자세히 살펴보니 그의 사려 깊은 눈빛과 행동거지가 결코 예사롭지가 않다. 마치 사람들의 마음 속을 다 꿰뚫어 보는 듯하다. 삶에 시달리고 번뇌와 고독에 절어 있는 진면목들을.

다시 눈을 돌려보니 교회의 십자가가 즐비하게 시야에 들어온다. 인지가 이렇게 발달했으면서도 아직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신의 노예를 자처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이 깊고도 끈질긴 어리석음과 아집의 끝은 어디인가? 현대는 중독의 시대다. 종교에 중독되고 탐욕에 중독되고 게임에 중독되고 비행과 사악함에 중독되어 살아가고 있다. 입으로는 좋은 말을 하면서 뒤로는 못된 짓만을 일삼는 것은 종교인, 정치인, 교육자, 예술인 등 어느 분야 누구도 예외가 없을 정도다.

귀에 익은 염불소리를 따라 사찰에 들어선다. 마침 부처님 오신날 준비로 어수선하다. 한켠에선 연등을 달라고 소리친다. 3만원 짜리, 5만원 짜리가 잘 팔린단다. 욕망의 다스림을 가리치기보다는 그 충족을 위해 중생들과 야합하고 있다.

그는 쫓기듯 사찰 문을 나선다. 부처님오신날 나는 무엇을 할까? 그는 어려운 이가 있는 곳에 찾아간다. 그들의 손발이 되어주고 마음의 벗이 되어준다. 그들에게 참 진리와 그에 걸맞는 삶을 말해준다. 좋은 자동차를 굴리며 물 좋은 주지자리를 찾아 헤매는 승려를 못 본체 지나쳐 참 수행자를 찾아가 격려한다. 그리고 자취 없이 그곳을 떠나 자리를 잡고 선정에 든다.

부처님이 오신다면 나는 너무 부끄러워 그 분을 도저히 친견할 수 없을 것만 같다. 아마도 이미 와 계실지도 모른다.

도수(정업도량 회주, 본지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