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4일 MBC 9시 뉴스데스크에서는 '국고로 문화재 훼손'이라는 제목으로 범어사가 광해군 5년에 지어진 3백년 된 건물 월조헌을 헐어내고 새 주지 집무실을 짓는다는 내용의 방송을 내보냈다. 또한 이날 내용에는 공사비를 문화재청에서 부담하는 등 문화재 훼손에 국고가 동원되고 있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 보도로 많은 시청자들은 자신이 낸 세금으로 범어사측이 문화재를 훼손하고 있는 것에 개탄하고 분노했을 것이다.

그러나 MBC에서 말하는 월조헌은 임진왜란 당시 이미 화재로 소실된 건물인 것으로 최종 확인됐다. ‘범어사 주지실 요사 이건기’에 따르면 현재 개축중인 문제의 월조헌은 32년 전인 성수스님 주지 당시 1916년에 지어졌던 회랑을 현재의 위치로 이건 한 것. 또한 문화재로 지정된 범어사 대웅전 주변 건물의 개·보수시 전통사찰의 균형적인 보호를 위해 문화재청이 지원하는 것은 당연한 일.

이쯤 되면 불자들이 분노할 수밖에 없다. 막대한 영향력을 가진 방송에서 이처럼 어처구니없는 오보를 내보낸 것은 방송매체의 책임을 망각한 처사다. 정확성을 생명으로 여기는 뉴스보도가 그 생명을 잃은 격. 여러 차례 방송 매체를 통해 훼불과 불교비하가 공공연히 자행되어 온 것은 주지의 사실이나 이처럼 사실 취재가 충분히 가능한 상황의 오보는 납득하기 어렵다는 게 불교계의 반응이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담당 기자는 “자신은 문화재로 지칭한 적 없고 주지 집무실이 50여 평이나 되고 수입목 쓰는 것 등을 지적하고 싶었다”고. 그러나 그것 또한 요사채의 기능이나 사찰 건축에 대한 몰이해일 뿐 오보에 대한 책임 있는 해명은 되지 못한다. 상황이 이런데도 MBC는 이렇다 할 해명을 하거나 정정보도를 내놓지 않았고 범어사도 정정보도를 요구하는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이번 범어사 일뿐만 아니라 불교계의 언론 대응은 언제나 소극적이고 미온적이다. 이번 일을 통해 불교계의 언론 모니터 강화와 아울러 방송 매체를 통한 훼불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책을 마련하는 계기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또한 범어사 같은 큰 사찰에서의 대언론 창구 마련은 아주 시급하다. 일관된 통로를 통해 정보가 제공되고 사실 취재가 이루어져야 취재과정상의 오류를 방지할 수 있고 일반적인 상식과 종교적 특이성 간의 격차를 줄여나갈 수 있을 것이다.

천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