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를 보여드리겠다”며 “일단 한번 보시라”던 희극인 이주일(본명 정주일). 8월 27일 폐암으로 사망하기까지 그의 62년 일생은 ‘아름다운 회향’으로 막을 내렸다.

유랑극단의 막간배우로 출발한 그의 희극인 인생 가운데 가장 화려하고 감동적인 연기는 투병중의 행적들로 모아진다. 폐암 말기라는 비참한 현실을 딛고 금연 홍보대사로 변신해 250만명이 담배를 끊게한 것은 국민훈장 모란장보다 값지고 빛나지 않는가.

그가 떠난 지금. 대한민국은 그의 죽음이 부메랑되어 다시 금연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고인의 금연홍보활동에 대해 국립암센터 박재갑 원장은 “이주일씨 한분의 노력으로 250만명이 담배를 끊었다”며 “암환자의 30%가 담배 때문에 죽어가는데 이 현실을 막아보자는 암센터 설립취지의 30%를 혼자 감당해 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80년대 중반부터 20년 가까이 고향땅 강원도 고성군과 제주도 서귀포시 보목 어촌마을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해왔고 낙도 어린이 돕기 등 남모를 선행을 해왔다. 그의 선행이 알려지면서 연예인을 중심으로 ‘이주일 장학회’를 설립해 불우청소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자는 움직임까지 일고 있다. 그의 이같은 선행이야말로 우리사회에 진정한 희극인이 무엇인가를 온몸으로 보여준 것이다.

살아생전 이주일씨는 봉은사 상조회인 지장연화회에 가입하고 자신이 죽으면 화장해줄 것을 유언했다. 유족들은 고인의 뜻에 따라 장례를 불교식으로 치르고 그의 유해를 화장했다. 49재는 9월 2일부터 10월 14일 서울 강남 봉은사에서 봉행된다. 불자로서의 바른 길도 흐트러짐없이 걸었던 것이다. 그래서 빈소에서 울려퍼지는 봉은사 주지 원혜스님의 독경과 합창단의 ‘고운님 잘가소서’라는 제목의 조가는 조문객의 마음을 숙연하게 했다. 빈소를 지키고 있는 유가족들과 지인들도 왕생극락의 염원이 더욱 간절했다. 아마도 고인은 자신의 어머니와 7대 독자인 아들의 위패가 모셔진 강남 봉은사에서 활짝 웃고 있을런지도 모른다.

희극인 이주일. 그는 비록 얼굴이 못생겨서 죄송했을지는 몰라도 세상을 사랑하고 인간을 아름답게 여기는 마음만은 이세상에 사표가 될 것이다. 인간을 웃기는 일이 무엇인가를 죽음으로까지 연출해 보인 그를 두고 불교에서는 ‘보살’이라 할만하지 않을까.

김두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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