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높고 말은 살찐다”라는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이다. 옛사람들은 10월을 상달(上月)이라 불렀다. 추석 차례를 지내고, 오곡백과를 거둬들여 곳간에 식량이 그득하게 쌓여 있어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르니 이보다 좋을 수는 없을 것이다. 거기다 덥지도 춥지도 않고, 하늘마저 높고 푸르러 1년 중 으뜸가는 달임이 분명하다. 그래서 10월이면 잘 사는 집이나, 못 사는 집이나 자기 형편에 맞게 하늘에 제(祭)나 고사(告祀)를 지냈다. 한 해의 농사를 풍성하게 거둘 수 있는 것을 감사하는 추수감사제이다.그런데 남들과 달리 곳간을 채우
“개에게도 불성이 있습니까?”화두와 선문답 가운데 대중적으로도 잘 알려진 물음이다. 어떤 스님이 이같이 묻자 조주 스님은 ‘없다’고 답했다. 그런데 이 답 자체가 화두가 되는 선문답의 예가 되곤 한다. ‘모든 생명체에게 불성이 있다’는 부처님 가르침을 모를 리는 없으련만 구태여 질문을 던진 스님이나 선지식으로서 ‘없다’고 답한 조주스님이나 만물이 불성을 품었다는 가름침을 귀히 여겨 불문에 들었을 터이다.조주 스님이 어떤 분인가? 778년에 태어나 120세에 선종하기까지 ‘무엇이 조사가 서쪽에서 온 까닭은(如何是祖師西來意)’ ‘뜰 앞
지난 호에 이어서질문자1(여) 스님, 반갑습니다. 제가 처음에 초발심이라 아무것도 모르고 산이 좀 깊은 곳에 가서 삼천배라는 것을 해 봤는데, 열 시간 동안 삼천배를 하고 딱 끝내고 나니까 왜 그렇게 울음이 나는지요.큰스님 삼천배를 하셨다는데 그 삼천배는 한 사이가 없죠. 그런데 마음으로 ‘내가 여기 가서 삼천배나 해 보면 어떨까?’ 하는 그 생각 때문에 그런 것입니다. 지극한 그 마음 때문이지 몸뚱이로 절을 했다고 해서가 아닙니다. 만약에 여러분이 몸으로 삼천배를 해야만 된다 이런다면 우리가 지금 생각하면서 뛰고 뛰면서 생각하는
우리가 한마음 한뜻으로 오늘 여기 이 자리에 앉아서 한생각 잘하는 게 중요하다는 그 점을 함께 논의해 봅시다. 우리는 같은 자리에서 모든 일들을 하고 또 서로 주고받으면서 먹고사는, 공생으로서 공용하고 있죠. 그러니 가정에서의 어려움이나 다른 모든 문제를 각자 마음에서 해결할 수 있는 그런 묘법이 바로 우리들의 법이자 부처님 법이고 부처님 법이자 우리들의 법입니다. 여러분은 부처님 법이 따로 있어서 생활과 동떨어져 있다고, 부처님 도량에 가야만 부처님이 계시다고 생각하지 마세요.우리 각자 마음은 체가 없습니다. 그 체 없는 마음은
아쇼까왕 순례일행은 강가강 지류를 건너서 서남쪽으로 갔다. 다르마 대비의 영향을 받아 불심이 깊어진 아상가밋따 정비는 고따마 붓다가 성도한 곳을 생각만 해도 가슴이 설렜다. 그러나 띠쉬아락시따 왕비는 수레바퀴가 고장나거나 흙바람이 불 때마다 짜증을 냈다.“삡팔라나무가 그렇게 유명한 거야! ”“왕비님, 삡팔라나무가 유명한 것이 아니에요. 붓다께서 성도하신 곳에 있는 나무라서 찾아가시는 것이랍니다.”시녀가 짜증을 내는 띠쉬아락시따 비위를 맞추었다. 다음날 오후, 우빠굽따는 순례일행이 야영하기 전에 어제 하지 못했던 태자의 이야기를 이동
중심 잡고 마음공부 하려면질문 마음공부를 하려고 찾아보니 마음공부에 대한 수많은 유튜브 영상과 법문이 있고 수많은 책들도 있는데 어떻게 중심을 잡고 마음공부를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답변 사람이 마음을 배우려면 모든 거를 이 마음으로 들이고 내야 합니다. 잎새 하나까지도, 그 나뭇가지의 털 하나 난 것까지도 뿌리에 붙어 있는 것이지 딴 데 붙어 있는 게 아닙니다. 일거수일투족, 여러분이 마음을 내고 들이고, 만나고 보고 듣고 하는 그 전체 도리가 뿌리에 달려 있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것저것 아리송하게 생각하지 마시고, 책을
(지난 호에 이어서)질문자5(남) (독일어로 말함)혜진 스님(통역) 스님, 저는 오스트리아 비인, 비엔나에서 왔습니다. 자기가 질문할 테니 제가 도와줄 수 있느냐 그래서 그런다고 그랬습니다.질문자5(남) (혜진 스님 통역) 약 2, 3년 넘게 선(禪)을 공부해 왔습니다. 내 존재가 무엇인지, ‘나’가 누구인지 2, 3년간 계속 찾아 왔습니다. 제가 그 길을 찾아 오면서 두 번이나 스승을 바꾸었고, 3개월 정도 화계사에서 공부를 했었습니다. 그렇게 공부를 해 왔는데 요즘 갑자기 어떤 생각이 났느냐 하면 ‘내가 왜 이렇게 찾아다녀야 되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가윗날만 같아라”라는 추석이다. 결실의 계절인 만큼 오곡과 과일들이 풍성하다. 주먹만 한 빨간 사과를 한 입 베어 물었다. 달콤새큼한 과즙이 입 안 가득 터져 여름동안 잃었던 입맛을 되살아나게 했다. 아삭아삭 사과를 맛있게 먹었다. 잠시 후 뱃속에서 커다란 요동이 벌어졌다. 갑자기 밀려드는 음식을 소화시킬 수 없었기 때문이다.서둘러 소화제를 삼키는데 주역 산뢰이(山雷?)괘가 비수처럼 가슴에 꽂혔다. 이(?)는 턱을 뜻하는데 입 전체를 지칭하기도 한다. 이()괘의 형상은 입을 닮았다. 위와 아래에 있는 양(
질문자1(여) 스님, 저는 진주에서 왔습니다. 한마음선원을 알기 13년 전에 남편이 양다리 수술을 받고 큰 힘을 못 쓰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저희 식구가 6명이고 대학생이 지금 둘이 있습니다. 옛날에 저희들이 합천 상가에서 살았을 때, 465평이라는 논이 있었는데 그 논이 도시계획에 묶여서 22년간 팔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래서는 애들 공부하는 데도 지장이 많고…, 제가 지금 너무 그 논을 못 팔아서…, 이런 말씀 스님께 드리기 죄송합니다.큰스님 어떠한 길이든지 가지 못할 길은 없습니다. 내가 항상 말씀드렸죠. 모든 것이 몸 안의
불타는 이 세상에서 벗어나려면질문 법화경에 삼계화택이라는 비유도 있듯이 우리가 이 삼독으로 불타는 세상에서 어떻게 해야 벗어날 수 있는 것인지요.답변 만약에 이 세계가 빌딩이라면, 우리가 그 빌딩 안에 있는데 빌딩에서 불이 났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옴치고 뛸 수도 없는데 어떻게 하죠? 거기에서 무슨 생각이 들겠습니까? 그 안에서 살겠다는 생각이 생길 여유가 있겠습니까? 단 하나의 생각만 있겠죠. 빠져나갈 구멍이 있는가 하는 거요. 빠져나갈 구멍만 찾지 아무 생각도 없습니다. 내가 생각할 땐 그렇습니다. 여유가 없는데 어떻게 살아
(지난 호에 이어서)그 사람도 사람이고, 그 사람도 어떤 어머니가 아들 낳았다고 좋아했을 테고 또 나도 인간이고 그런데, 생각하면 가엾고 안됐지. 그러니까 동생으로 생각을 해도 되고 또는 그때 생각을 안 해봤지마는 지금 얘기하자면 동생이라도 몇째뻘 동생이더라고.그래서 ‘에이휴, 만약에 내 동생이 저런다면 얼마나 속이 썩을까.’ 하는 생각도 해 봤고 그랬어. 그러니까 그게 아깝지도 않고 아무것도 아니야. 내가 그 손에 죽는다 하더라도 아무 그것도 없어. 왜? ‘내가 하고 갈 게 있다. 내가 뭘 해야 할 텐데. 내가 꼭 있어야만 해.’
여러분과 또 이렇게 만났군요. 우리 이 머리가 하나의 해골로 구성이 됐지만 너 나가 있듯이 대뇌 속에 반쪽씩 나누어져서 들어 있다고 봅니다. 우측은 잠재의식 자체로서 아주 광대무변한 법을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그런 대뇌의 우측이라고 봅니다. 또 좌측에는 현재 50% 현상 생활에서 판단할 수 있는 그러한 능력을 소유하고 있다고 봅니다.그런데 옛날에도 내가 말씀드렸듯이 ‘애비 묘지와 자식 묘지가 있는데 양면이 구멍이 뚫렸느니라. 그런데 자식이 애비한테 가면 애비로 하나가 되고, 애비가 자식한테로 오면 자식으로 하나가 되니 그 연
무더위가 극성을 부리는 말복이다. 삼계탕을 먹으려는 사람들로 음식점 안은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예부터 삼복에는 뜨거운 백숙을 먹고, 엄동설한에는 차가운 냉면을 먹는다. 차가운 것은 차가운 것으로, 뜨거운 것은 뜨거운 것으로 극복하는 이열치열(以熱治熱)이다. 부정의 부정으로 긍정을 이끌어내려는 것일까. 추우면 살얼음이 끼는 동치미에 국수를 말아먹고, 더우면 뜨겁고 매운 육개장을 먹어 추위와 더위를 이겨내려고 한다. 참선을 하고, 고행을 하여 고(苦)를 이겨내고자 한다. 공부를 하거나, 수도를 하면서 자신을 더 부자유한 곳으로 끌어들
주인공에 관함으로써 깨달음을…질문 유튜브를 통하여 대행 큰스님의 법문을 듣게 되었는데 다른 수행 없이 주인공에 관하는 것만으로 깨달음을 이룰 수 있는 것인지요? 어디서부터 공부를 시작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답변 이거 보세요. 지금 댁에서 말씀하시는 것도 육신과 정신계가, 이 싹과 뿌리가 같이 붙어 있는 가운데서 꽃이 피었습니다. 안 그렇습니까? 그래서 음파가, 지금 향의 음이 나온 거죠. 그러니까 어디서부터 공부를 하느냐는 소리는 마세요. 왜냐하면 육신과 정신계가 둘이 아니게 맞붙어서 돌아가고 있습니다, 정맥 동맥이 돌아가듯.
(지난 호에 이어서)여러분이 겁내지 않고 당당하게 사실 의향이 있다면 이런 거를 한번 생각해 보세요. 여러분이 아주 세련된 옷을 착 입었다 이겁니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까 더 세련된 옷이 생겼어요. 그게 새로이 유행이 되고 그러니까 이것은 벗고 그것을 좀 입어 봐야겠다 이럽니다. 우리 인생이 그런 거와 같습니다. 죽으면 아주 죽는 게 아니고 사대가 흩어져서 원점으로 돌아가서 원점에서 다시금 생산이 되는 겁니다. 다시 생산이 돼서 다시 새로운, 즉 말하자면 유행되는 옷을 입고 다시 나오죠. 그런데 왜 그 구식의, 유행이 지난 옷을 입
우리는 일분일초도 쉬지 않고 서로 공생 공용을 하면서 공체로서 공식화하고 돌아갑니다. 그러나 그렇게 공식화하고 돌아가는 반면에 네가 있고 내가 있고 천차만별로 개개인이 있습니다. 차원에 따라서 말입니다. 그래서 한 달에 한 번 이렇게 만나게 되는 오늘의 이 자리를 너무나 기쁘게 생각합니다.항상 하는 말이지만, 인간이라 하면 ‘우리 이 자체가 어디서 왔는가. 그리고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내가 마음과 마음으로써 내 마음과 몸을 다스리면서 모든 일을 꾸려 나가고 있는가. 그리고 어디로 가는가.’ 이거를 여러분이 제대로 알아야 합니다
주인공 맛을 보고 싶어요질문 선원에서 공부한 지는 몇 년 됐는데 아직 그 주인공 맛을 못 보고 있어 답답합니다. 뭔가 공부 방법이 잘못된 것일까요?답변 지금 선생님 영혼이 없으면 그 몸뚱이가 송장이 돼서 말도 못 할 텐데, 그걸 모르세요? 바로 뿌리와 싹이 한데 붙어 있기 때문에 이렇게 말도 할 수 있고 그런 겁니다, 알고도 싶고요. 그런 거니까 자기 영혼의 뿌리를, 즉 말하자면 불성을 진짜로 믿고요, ‘다른 데 먼 데 있는 게 아니라 나하고 바로 밀접하게, 뿌리와 싹이 같이 붙어 있는 것처럼 그렇게 붙어 있구나. 그러니 진짜로 믿
한 발만 내딛으면 북한강으로 굴러 떨어질 것 같은 절벽 끝에 소나무가 휘늘어져 있다. 바위 틈새에 발 돋음하고 선 소나무가 바르르 떠는 것 같다. 바람이라도 몰아치면 저 몸을 어찌 가눌 것인가. 강물을 향해 잔뜩 허리를 구부리며 가녀린 팔로 낭창거리는 모습이 아슬아슬하다. 언젠가 보았던 중국 황산의 소나무들도 삼학산의 소나무처럼 새가 되어 날아오르지 못하고 온 몸으로 용트림하고 있었다. 황산의 소나무는 오랜 세월 동안 몸이 뒤틀리도록 누구를 기다려왔던 것일까. 수많은 제왕들과 시인 묵객들이 황산을 찾아왔다. 그들은 소나무의 격조 높
(지난 호에 이어서)여러분의 영혼은 의식으로 뭉쳐진 것이니 바로 그 영혼을 여러분이 다스려야 합니다. 좋고 나쁘고를 아는 여러분의 마음이 다스리는 겁니다. 여러분이 나쁜 거는 나쁜 거대로 다스리고 좋은 거는 좋은 거대로 다스려서 잘 이끌어 갈 수 있는 그런 한생각의 도리를 실천한다면 우리 역사도 바꿔 놓을 수가 있고, 우리 삶도 경제도 기술도 지금 발전을 시킬 수 있습니다. 우리 한생각이 모든 것을 바꿔서 정말이지 신성하게, 땅도 넓어질 수 있고, 뺏어서 넓어지는 게 아닙니다. 또 마음도 넓어질 수 있고 우리 살림살이도 풍족할 수
마산의 여러분과 한자리를 하게 된 것을 참으로 기쁘고 반갑게 생각합니다. 이렇게 더운데도 와서 맨바닥에 앉아 있을 수 있는 그런 마음이시라면 뭐는 못 하겠습니까? 아니, 아무것도 모르는 나를 이렇게 맞아 주시니 감사합니다.그런데 나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나를 맞이하는 게 아니라 여러분을 끌고 다니는 여러분의 그 길잡이를 맞이하는 거라고 말입니다. 지금 누가 끌고 가는지도 모르고 어디서 왔는지 어디로 가는지, 지금 내가 무엇을 하고 가는지 그것을 종잡을 수 없어서 미래의 정신세계를 까맣게 잊어버린 채 물질에만 여념이 없는 분들이 많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