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일회용품 대신 텀블러만 사용하겠다고 다짐했던 적이 있다. 기후위기 극복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겠다는 마음이었다. 사실 일상에서 가장 실천하기 쉽고 간단한 방법이기도 하다. 처음엔 잘 지켰다. 출근 후 텀블러를 씻는 게 일과가 됐고, 음료를 사러 갈 땐 꼭 텀블러를 가지고 다녔다. 그에 따른 할인 혜택은 덤이었다. 마치 지구를 구하는 ‘히어로’라도 된 듯 뿌듯했다.그리 오래가진 못했다. 귀찮음이 주된 원인이었던 것 같다. ‘나 하나쯤이야’라는 마음이 스멀스멀 피어올랐고, 온갖 핑계를 대면서 텀블러를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
소셜미디어 활동과 동영상 범람에 피로감을 느껴 디지털 단식을 시도하는 20~30대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하는 소위 ‘디지털 디톡스’ 카페가 하나둘씩 생겨나고 있다는 소식이다. 입장 시 휴대전화는 무음으로 설정한 뒤 금고에 보관된다. 당연히 노트북, 태블릿PC 등의 다른 전자기기도 사용 금지다. 오로지 독서만이 허용된다.디지털 미디어 이용 행태의 변화에 대한 조사 결과는 디지털 미디어 이용이 주는 편의성 못지않게, 디지털 미디어를 이용하는 행태가 개인과 사회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 역시 적지 않다는 결론을
불교 최고의 명절 ‘부처님오신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한국에서 부처님오신날은 국가공휴일이라 불자들은 잠시 일상을 벗어나 원찰을 찾아 공양 올리며, 아기 붓다에 대한 관욕과 등을 밝히며 붓다의 탄생을 축하한다.불탄(佛誕) 문화의 핵심은 ‘관욕(灌浴)’과 ‘연등(燃燈)’이라고 할 수 있다. 연등은 부처님오신날 한 달 전, 길거리에 등을 걸면서 시작된다. 길거리에 등을 다는 것은 여러 요인으로 불자들이 직접 참여하기 어려워 수주한 업자들에 의해 무대 설치처럼 진행된다. 불자들은 정성 다해 등값을 내는 데 그친다. 연등을 보시하거나, 봉
서울국제불교박람회가 2030세대에 많은 호응을 받으며, 이슈의 중심에 섰다. 소위 불교가 ‘힙(Hip)’하다는 인식을 심어준 계기가 됐다. 이와 더불어 조계종 포교원이 선보인 불교 에니어그램 ‘부처님 마음, 내 마음’ 성격 유형 검사도 2030세대의 또 다른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는 소식이다.조계종 포교원이 공개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보급 이후 4월 23일까지 약 한 달간 7476명이 에니어그램 검사에 참여했다. 연령으로 보면 30대가 1위를, 40대를 이어 20대가 3위를 차지했고, 전체 비율의 절반 이상(57%)이 2030세대에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 품위를 지키며 삶을 마무리하는 웰다잉(Well-dying)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앞선 웰빙이 삶을 행복하게 잘 살아가는 것이라면, 웰다잉은 삶의 마무리를 능동적이고 평안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정부에서도 호스피스·완화의료를 의료정책으로 다루고 있다.최근 국가호스피스연명의료위원회는 ‘제2차 호스피스·연명의료 종합계획’을 의결했다. 이번 계획 내용 중 불교계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영적 돌봄’이다.미국에서는 영적 돌봄에 대한 임상 진단 연구가 이뤄지고, 대만에서는 불교 관련 전문 프로그램이 개
장애인의날이었던 4월 20일, 불교를 사랑하는 장애인들의 모임 보리수아래가 개최한 토론회 ‘장애인의 날, 마음열어 대화하기’에 발제자로 동참했다. ‘내가 생각하는 장애·우리가 함께하는 장애’를 주제로 진행된 이날 토론회에는 다양한 곳에서 활동하고 있는 장애인과 비장애인 10명이 발제자로 나서 진솔한 대화를 나누는 자리였다. 장애인이 어떤 활동을 하고 있으며 불교계에서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어떤지 들어보는 시간이었다. 또 장애인들이 사회 변화 속에서 대중들에게 바라는 점은 무엇인지 파악하고 좋은 사례를 공유하는 자리이기도 했다.소소하
국회의원을 뽑는 제22대 총선이 광풍처럼 지나갔다. ‘광풍’이란 용어를 사용한 것은 탐욕, 분노, 어리석음 등 삼독(三毒)의 회오리 속에서 치러진 선거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래도 국민의 한 표를 구하기 위한 정치인들의 치열한 갈망을 보면 대한민국은 분명 민주주의 국가인 모양이다. 민주주의는 선거의 텃밭에서 이루어진다. 선거의 텃밭은 민주주의를 키우는 정원이다.민주주의가 성장하고 성숙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조건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여러 조건 중에서 제일 중요한 것이 바로 공동체 구성원의 민주적 인성과 삶의 양식이다. 민주주의 성패
나옹 혜근(1320~1376)은 20세에 친구 죽음을 목격하고, 출가했다. 나옹은 운수납자로 여러 곳을 유행하다 25세에 양주 회암사로 들어가 4년간 장좌불와로 용맹정진했다. 나옹은 29세에 원나라로 건너가 연경 법원사에 머물고 있던 인도 승려 지공을 만났다. 지공이 먼저 물었다.“너는 어디서 왔느냐?” “고려에서 왔습니다.”“배편으로 왔느냐, 육로로 왔느냐, 신통으로 왔느냐?” “신통으로 왔습니다.”“그러면, 신통을 내게 보여 주시오.”그러자 나옹이 지공 앞에서 두 손을 잡고 서 있었다. 지공이 다시 물었다.“고려에서 왔으면 동해
한반도에 불교가 도래한지 1700년이 됐다. 1000년이 넘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불교는 한국인의 정신수행문화 근간을 이뤘고, 건축·미술·공예·기록 등의 전반에서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그 양과 분야가 방대하다보니 이룩해 놓은 결과물들을 망라하기란 쉽지 않았다.그런 의미에서 조계종과 동국대 불교학술원이 선보인 플랫폼 ‘한국불교문화포털’은 주목할 만하다. 한국불교문화포털은 ‘한국불교 등재유산’ ‘불교민속의례’ ‘전통수행’ ‘디지털 사지(寺誌)’ ‘고승아카이브’ ‘기록문화’ ‘영역불서’ ‘오디오경전’ ‘불교용어’ 등 9개 코너에,
최근 전국적으로 대학 불교동아리 창립이 이어지고 있다. 이중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조계종립 동국대의 노력이다. 동국대 서울캠퍼스에서는 현재 단과대학별 불교동아리 창립이 추진되고 있으며, WISE캠퍼스에서는 학내 전법을 위한 전법단이 출범했다.동국대 서울캠퍼스는 지난 3월 20일 사회과학대학 불교동아리 ‘템플애플’이 창립된 데 이어 4월 15일 경찰사법대학 ‘캠폴스테이’, 4월 18일 예술대학 ‘진선미’가 창립되며 총 3개의 단과대학 불교 동아리가 창립됐다.동국대 WISE캠퍼스는 4월 16일 교내 정각원 법당 및 백주년기념관 앞 광장
“모진질병 돌적에는 약풀되어 치료하고흉년드는 세상에는 쌀이되어 구제하되여러중생 이익한일 한가진들 빼오리까.”이 발원문을 처음 들었던 날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어느 해 여름이었다. 아이들 방학 기간이어서 아침 시간에 여유가 생긴 나는 새벽 예불에 참석할 수 있었다. 순전히 궁금증에서 참석한 첫 새벽예불은 내게 새로운 세상을 선사했다. 스님 한 분이 종이를 펼쳐 들고 읽어내려가는 한 구절 한 구절에 빨려들 듯 듣다가 마지막에 가서는 눈이 뜨거워졌다. 나중에 찾아보니 ‘이산혜연선사 발원문’이었다.그때까지 절에 가면 불상 앞에 절을 하
해마다 봄꽃과 함께 펼쳐지는 ‘서울국제불교박람회’가 올해는 특히 큰 인기를 모았다. 소위 MZ세대들의 공간인 ‘X’에서 X하고 Hip한 불교로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지고 봄을 즐기듯 불교를 즐겼다. 불교인의 한 사람으로서 그 모습이 참으로 싱그럽고 새로운 모습의 태동처럼 느껴져 행복함으로 가득하다.우리의 불교는 언제나 즐겁고 웃음이 가득한 것이다. 그러나 출가라는 고정관념과 산사에서 지내는 모습으로 인해 사회와 동떨어진 출세간의 모습이 그동안 불교를 올드하고 정체된 종교로 인식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2600년 전 부처님께서도 단 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4·10 총선이 끝났다. 이를 통해 국회는 제21대에 이어 ‘여소야대’ 형국을 이어가게 됐다. 불교계의 관심이 집중됐던 불자 의원들은 36명이 당선된 것으로 확인됐다. 추후 제22대 국회가 개원한 뒤 정각회가 구성돼야 정확한 인원을 파악할 수 있겠지만, 기존 정각회원들과 미디어에 노출된 내용을 종합했을 때 36명 안팎으로 불자의원들이 국회 입성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특히, 이번 선거에서는 국회 불자의원 모임인 정각회 소속 국회의원들의 선전이 눈에 띄었다. 정각회 여야의원 48명 30명이 공천을 받아 출마했고
2014년 4월 16일. 이날 일어난 세월호 참사는 한국사회에 큰 파장을 남겼다. 세월호 총 탑승객 476명 중 304명(미수습자 포함)이 사망했고, 5명이 실종됐다. 세월호 참사는 안전불감증에 빠져있던 한국의 안전관리 실태를 여실히 보여준 사회 부조리의 끝판왕이었고, 그로 인해 피해는 단원고 학생들과 교사, 일반인에게 돌아갔다. 그렇기에 세월호 참사는 사회적 공업(共業)이며, 우리는 똑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도록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기억해야 한다. 10년 전 4월 16일, 당시 불교계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무거운 마음으로 봉축점등
지난 4월 3일 서대문 독립공원에서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가 주관한 제주4·3사건 희생자추모재가 봉행됐다. 3만여 명에 달하는 희생자들의 극락왕생과 그들을 보호하다 화를 입은 제주불교계의 명예회복을 발원하는 추모재 현장에서 문득 기자의 고향에서 발생한 여수·순천10·19사건이 떠올랐다.1948년 발생한 여수·순천10·19사건은 당시 여수에 주둔하던 일부 군부대가 4·3사건을 진압하라는 명령을 거부하고 일으킨 반란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1만여 명의 시민이 희생된 비극이다. 전개과정도 제주4·3과 유사하다. 그날 여수와 순천에서도 제주와
4월은 장애인의 날이 있는 달이다. 장애인이 사회에서 불편함 없이 살아가려면 사회의 장애인접근권이 중요하다. 장애인 접근권에는 건축물의 이용과 접근권, 교통 등의 이동권, 정보 접근권 등이 있다. 그 중의 장애인 이동권은 장애인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인 동시에 장애인에게 가장 필요한 서비스다. 지하철 집회 등으로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장애인 이동권의 보장은 비장애인이 이용하는 모든 도로, 모든 여객시설, 모든 교통수단이 이동권의 대상과 범위가 될 것이다.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차별 없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모든
일(一), 십(十), 입(卄), 삽(卅), 십(卌)이라는 숫자를 나타내는 한자를 아는가? 숫자를 통해 여러 가지를 나타내기도 한다. 하나라는 한자 일(一)이 뚫다는 뜻인 곤(丨)을 만나면 ‘열 십(十)’이 된다. 열에 열을 더하면 ‘스물 입(卄)’이고, 열을 더 더하면 ‘서른 삽(卅)’이 된다. 게다가 열을 더 더하면 ‘마흔 십(卌)’이 된다. 열에 열을 곱하면 ‘온 백(百)’이 되고, 열을 더 곱하면 ‘즈믄 천(千)’이 된다. 온은 모두라는 뜻에서 백퍼센트라는 말이 된다. 천은 즈믄이라고 한글로 부르기도 한다.‘서른 삽’은 아는
제주 4·3사건은 제주도와 한국 현대사에서 가슴 아픈 사건이다. 76년 전 극한의 이념대립으로 약 3만여 명의 제주도민의 목숨을 잃었다. 아버지가 어머니가 조부모가 희생됐지만, 어느 곳에서도 하소연할 수 없었다. 연좌제로 인해 폭도로 구분됐던 사람들은 자신이 피해자임을 적극적으로 밝힐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연구에 따르면 제주 4·3사건 당시 불교계의 피해는 상당하다. 당시 14개 사찰 16명의 스님들이 목숨을 잃었다. 상세하게 살펴보면 총살 10명, 수장 2명, 고문 후유증 사망 1명, 일본으로 도피 1명, 행방불명 2명이다.희생된
“석전 스님은 내전이고 외전이고 도대체 모르는 것이 없을 만큼 박식했다. 나는 누구에게 물어볼 것이 없었는데, 오로지 석전 스님에게는 물어볼 것이 있었다.” 일제강점기 시절 천재라고 불렸던 육당 최남선이 석전 박한영 스님을 이르며 한 말이다.위당 정인보 역시 석전 스님에 대해 “대관절 석전 스님은 한국 땅 어디에 가나 모르는 것이 없다”고 했다.근대기 한국 문학, 사상계를 이끌었던 걸출한 인물들이 입 모아 그 학식과 인품을 칭송했던 석전 스님은 한국 불교학과 불교교육 발전의 초석을 놓은 선지식이기도 하다. 하지만, 스님의 전서나 관
“너 동국대 공짜로 다니려고 출가한 거 아냐?”설령 아무리 막역한 친구 사이일지라도 상대방에게 큰 실례라서 좀처럼 입 밖으로 내뱉을 순 없을 이 말. 놀랍게도 조계종 사미·사미니계 수계산림에 입교한 젊은 출가자가 선배스님격인 어느 습의사에게 들은 말이라고 한다. 출가자 급감으로 인해 많은 사찰이 주지도 없이 비어가는 현 시대에 가당키나 한 말인가. 후배의 발심을 마치 ‘위장 출가’로 보기라도 한 걸까.조계종이 ‘청소년출가’를 특별법으로 다뤄 많은 혜택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 만 19세 미만 소년출가자와 만 19세 이상부터 만 30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