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봉녕사 제1기 여성출가학교 일보일배 정진

금탑에서 대적광전까지
약 2km 구간서 1500배
발원문 낭독·발우공양도
“출가학교가 선행 뿌리”

대자유인으로 향하는 한달 여정을 시작한  수원 봉녕사 여성출가학교 1기 행자 11명이 자신을 낮추고 비워내는 일보일배 정진을 이어갔다. 이들의 한걸음에는 일체 번뇌망상이 비워지길, 절 한 번에 진리와 지혜를 깨닫길 바라는 간절한 발원이 담겼다.

수원 봉녕사 제1기 여성출가학교(학교장 진상 스님, 봉녕사 주지)에 입교한 11명의 행자가 1월 31일 경내 금탑 앞에서 일보일배를 진행했다. 여성출가학교 한 달 여정 가운데 3분의 1이 지난 지금, 스스로를 점검하고 수행자로서의 초심을 되돌아보는 성찰의 시간이었다.

아침 8시, 습의(예행연습)를 거쳐 본격적인 일보일배를 준비하는 행자들의 눈빛이 사뭇 진지했다. 목장갑을 힘껏 당겨 손에 끼곤 여성출가학교 도감 도연 스님의 목탁 소리에 맞춰 조금씩 걸음을 옮겼다.

“석가모니불. 석가모니불. 석가모니불….”

11명의 행자는 석가모니불 정근과 함께 1보 걷고 1배를 하며 몸과 마음을 낮추고 하심을 익혔다. 여성출가학교 입승 능윤 스님, 봉녕사 교무 여요 스님, 율감 선정 스님이 행자들 곁에서 정진하며 힘을 북돋았다.

이들은 금탑을 세 바퀴 돌고 대적광전까지. 1시간 30분 동안 1500배 가까운 절을 하며 약 2km 구간을 이동했다. 몇몇 행자는 다리의 힘이 풀려 비틀거리기도 했고, 곳곳에선 연신 참회의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힘든 기색이 역력했지만 함께하는 도반들에 의지해 한걸음 씩 나아갔다.

대적광전 앞에 다다른 행자들은 맞이한 건 여성출가학교 교장이자 봉녕사 주지 진상 스님. 스님은 도착한 행자 한 명 한 명을 격려했다. 진상 스님은 “여성출가학교가 1월 22일 고불식을 봉행하고 열흘이 흘렀다. 전 일정의 3분의 1이 지나는 시점이다. 공부 일정이 굉장히 빡빡해 걱정이 많았는데, 한 명의 낙오자도 없이 오늘에 이르러 감사한 마음”이라며 “절은 운동 효과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복덕과 지혜를 구족한 부처님께 ‘나’라는 아만심과 아집을 내려놓는 수행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스님은 ‘담마빠다’ 중 한 구절을 읊으며 “한 달간의 출가학교가 세세생생 여러분의 삶을 바르게 지탱할 수 있는 선행의 뿌리가 되길 바란다. 출가학교의 원만 회향을 위해 부단히 정진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일보일배 정진은 ‘칠정례’를 외고, ‘이산연선사 발원문’과 반야심경을 봉독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심술궂고 욕심내어 온갖 번뇌 쌓았으며 보고 듣고 맛봄으로 한량 없는 죄를 지어 잘못된 길 갈팡질팡 생사고해 헤매면서 나와 남을 집착하고 그른 길만 찾아다녀 여러 생애 지은 업장 크고 작은 많은 허물 삼보 전에 원력 빌어 일심 참회 하옵나니 바라옵건데 부처님이 이끄시고 보살님네 살피옵서 고통바다 헤어나서 열반 언덕 가사이다….(이산 혜연 선사 발원문)”

여래향(54) 행자는 “지금껏 아만심에 내가 제일 잘난 줄 알고 살아왔다. 참회한다”며 “온전히 부처님 앞에 절을 하며 ‘하심’하는 마음을 갖게 해달라고 기도했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행자들 가운데 가장 어린 마니주(17) 행자는 “중간중간 발이 꼬꾸라질 만큼 힘들어 포기하고 싶었지만, 도반들 덕분에 끝까지 해내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버텨냈다”며 “평소에 해보지 못한 특별한 경험이었다. 성격이 차분해지고 세상에 더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한편 제1기 여성출가학교는 2월 17일 회향식을 봉행한다.

수원=김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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