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찾은 사찰서 지나쳤던 것들
하나하나엔 역사·의미·지혜 담겨
공부·답사로 모은 이야기 보따리
알수록 다가오는 사찰 문화 감동

노승대 지음 / 3만 원 / 불광출판사
노승대 지음 / 3만 원 / 불광출판사

누군가는 전국 곳곳에 자리한 사찰을 ‘숲속의 박물관’이라 칭한다. 오랜 시간 동안 그 자리를 지켜오며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은 불상과 불화, 전각 등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절집에 자리한 보물은 단지 그뿐만이 아니다. 저자는 우리가 ‘문득’ 찾은 사찰에서 ‘으레’ 지나쳤던 것들, 이를테면 무엇에 쓰는 물건인지 모를 절 마당의 돌기둥이나 단순한 장식으로 보이는 지붕 위의 오리 조각, 불상 앞에 놓인 탁자는 물론 절집의 일상을 보조하는 계단, 석축도 우리 역사 속의 보물이라 이야기한다. 그 이유는 단순히 ‘오래되었기’ 때문이 아니다. 놀랍게도 이들 하나하나에 거대한 역사적 맥락과 상징적 의미, 옛 조상들의 지혜와 염원이 새겨져 있기 때문이다.

문득 찾은 사찰에서 으레 지나치게 되는 것들. 그것에는 과연 어떤 이야기가 숨겨져 있을까?

그동안 절집에 숨어 살던 신기하고도 의외인 존재와 그 역사·문화를 조명하며 절집의 또 다른 모습을 소개해 온 저자는 전작 〈사찰에는 도깨비도 살고 삼신할미도 산다〉, 〈사찰 속 숨은 조연들〉에 이어 절집의 숨은 보물찾기, 그 ‘마지막 라운드’를 펼친다.

총 2부로 구성된 〈사찰에 가면 문득 보이는 것들〉에서 저자는 암벽 위에 새기고, 바위를 다듬어 조성한 사찰의 석조물과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한 사찰 속 의외의 보물에 대해 다룬다. 

1부는 암벽 위에 새기고, 바위를 다듬어 조성한 사찰의 석조물에 관한 내용이다. 어느 사찰에서든 만날 수 있어서 관심 가지 않았던 보물로 마애불, 석탑, 석등, 승탑, 그리고 그 용도에 대해 잘 알려지지 않은 노주석과 당간지주를 다룬다. 

2부에서는 사소해 보이지만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한 의외의 보물에 관한 이야기이다. 법당의 불상 앞에 놓인 탁자와 법당에 오르는 계단, 돌로 쌓은 옹벽인 석축은 물론 사찰 화장실 해우소, 전각 지붕 위에 얹어진 오리 조각, 처마 밑에 놓인 항아리 등이 그 주인공들이다.

선암사 해우소는 전남 문화재자료로 지정돼 공식 명칭은 ‘순천 선암사 측간(뢀間)’으로 돼있다. 1920년 이전에 지어졌다고 하니 100년이 넘는 긴 역사를 가진 건물이다. 자연 지형을 그대로 이용해 건물을 앉혔으며 언뜻 보면 해우소인지 사찰 부속 건물인지 분간이 안 될 정도로 산뜻하다. 그런 유명세 탓에 선암사를 찾는 방문객은 꼭 찾아서 둘러보는 장소가 됐다.ⓒ불광미디어

어찌 보면 너무나 당연해서 관심 가지 않은 것들, 혹은 사찰의 단순한 장식이나 생활용품, 일상적 공간 정도로 생각할 수 있는 것들이지만 그 무엇도 그냥 있을 리는 없을 테다. 저자는 그간의 공부와 답사를 통해 끌어모은 이야기 보따리를 아낌없이 풀어 하나하나에 새겨진 역사에 관해 들려준다. 특히 그 연원부터 우리 땅에 자리하게 된 경위와 그 안에 깃든 상징적 의미에 대해 설명함에 있어, 종교와 역사, 오래된 문헌과 기록, 설화와 신화 등을 종횡무진한다. 더욱이 현존하는 유물의 사례를 300여 컷의 사진 자료를 통해 소개함으로써 텍스트에 갇힌 사찰 문화 가이드가 아닌 생생한 답사 체험을 지면을 통해 경험할 수 있게 했다.

이 책에 담긴 이야기는 사찰이나 불교 유적을 다니며 떠오른 질문에 대한 답이 되어 주기도 한다. 권말 두 파트에 걸쳐 이야기되는 ‘절집의 사소해 보이는 것들에 관한 사연’은 옛날이야기를 듣는 듯 즐겁다. 흔하고 오래된 것들을 통해 우리의 역사와 비밀스런 상징적 의미는 물론 옛 조상들의 지혜와 염원도 살필 수 있다.

40여 년간 책상 앞이 아닌 오직 길 위에서 우리 역사와 옛사람들의 문화를 읽어 온 ‘찐’ 답사가의 기록! 뜻밖에 발견한 사찰의 보물들, 그리고 그 역사의 증거가 모인 사찰에 대해 오직 애정으로 정성스럽게 써내려 간 이 책을 통해 알면 알수록 다가오는 사찰 문화의 감동을 금치 못하게 될 것이다. 

이번 가을 저자가 안내하는 마지막 답사에 동행해 보는 것은 어떨까?

▲저자 노승대 작가는
1975년 입산해 광덕 스님을 은사로 모셨으며 10여 년 뒤 하산했다. 구도의 길에서는 내려왔으나 그 길에서 찾았던 ‘우리 문화’에 대한 열정은 내려놓지 않았다. 1993년부터 문화답사모임 ‘바라밀문화기행’을 만들어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으며, 2000년부터 7년간 인사동문화학교 교장을 맡기도 했다. 인사동문화학교 졸업생 모임인 ‘인사동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회원들과도 전국 문화답사를 다니고 있다.
답사 틈틈이 〈불광〉, 〈사람과 산〉, 〈템플스테이〉 등에 우리 문화와 관련된 글을 기고해 왔으며, 저서로 〈사찰 속 숨은 조연들〉 〈사찰에는 도깨비도 살고 삼신할미도 산다〉 〈바위로 배우는 우리 문화〉가 공저로 〈나를 채우는 섬 인문학, 강화도〉가 있다.
  

 책 속의 밑줄 긋기

전국에 흩어져 있는 마애불을 답사하다 보면 불교 이전부터 전통적 기도터로 쓰였던 바위 신단에 마애불이 새겨진 경우가 많다. 근처에는 샘이나 계곡이 있고, 그 분위기 자체도 심상치 않은 곳이 대부분이다. 결국 오랫동안 한민족의 전통 신단으로 쓰였던 곳에 불교의 마애불이 나타나고 암자가 들어서면서 불교 사찰로 변모했다는 뜻이다. 이렇듯 마애불이 있는 곳에서는 불교 이전의 역사도 함께 생각해 봐야 한다. -25쪽

오랜 과거 무불상시대에는 존귀하신 부처님을 어떤 형상으로도 만들 수 없다고 생각해서 부처님 발자국이나 깨달음을 이루신 보리수나무, 그리고 연꽃, 법륜(法輪) 등을 조각해 부처님의 상징으로 삼았다. 그중 가장 중요한 신앙물은 부처님 사리를 모신 불탑이었다. -93~94쪽

〈대반열반경〉에는 ‘중생은 번뇌의 어두움 때문에 지혜를 잃는 데 반해 부처님은 방편으로 지혜의 등을 켜니 모든 중생을 열반에 들게 한다’는 말씀도 있다. 결국 등은 중생 구제를 위해 세상을 밝힌다는 의미와 언제나 꺼지지 않는 지혜의 등불이란 상징적인 의미가 있으므로 이를 영구적인 시설로 만들려는 시도가 생기게 되었고, 우리나라에서는 ‘석등(石燈)’이 출현하게 된다. -160쪽

전등사 대웅전 수미단은 보탁을 포함해 계단식 3단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고안한 방식이다. 보탁은 사용하지 않을 때에는 떼어 놓을수 있도록 제작된 것인데 지금은 어느 절에나 상단에 고정시켜 놓았다.ⓒ불광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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