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계 대표 석학인 이중표 교수의
완벽한 번역으로 읽는 소박한 불교 정수

이중표 역주/ 불광출판사/ 3만원
이중표 역주/ 불광출판사/ 3만원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진흙탕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불교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쉽게 접했을 것이고, 불교에 관심이 없더라도 지나가다 한 번은 접해 봤을 구절이다. 하지만 그 출처가 불교 경전이라는 것까지 알고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이 유명한 구절이 수록된 경전은 바로 〈숫따니빠따〉다.

〈담마빠다〉와 함께, 초기경전인 5부 니까야 가운데 〈쿳다가 니까야〉에 수록되어 있는 〈숫따니빠따(Sutta-Nipta)〉는 ‘불교 경전’을 뜻하는 ‘숫따(Sutta)’와 ‘모아놓다’라는 의미의 ‘니빠따(Nipta)’의 합성어로서, 제목을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경전 모음’이라는 뜻이다. 그 의미에 걸맞게 〈숫따니빠따〉에는 72개의 경전, 1149개의 게송이 수록돼 있다. 특히 수록된 경전의 내용뿐만 아니라 남아 있는 기록물의 연대를 근거로, 누구도 이견 없이 가장 오래된 경전, 최초의 경전으로 꼽는 경전이기도 하다.

그러나 〈숫따니빠따〉가 우리에게 소개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운문 형식의 간결한 문장과 쉬운 내용 덕분에 남방불교권에서 일찍부터 널리 사랑받아왔던 것과 달리, 한문으로 번역된 적이 없었기 때문에 대승불교권에는 〈숫따니빠따〉가 잘 알려지지 못했다. 결국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된 것은 1991년에 이르러서였는데, 법정 스님이 일본어 번역본을 우리말로 옮긴 것이 출간되면서부터였다. 이를 시작으로 여러 종의 〈숫따니빠따〉 번역서가 출간되었지만 그동안의 번역서는 모두 의미 전달과 원전의 형식, 두 가지 중 하나에만 치중할 수밖에 없었다. 운문으로 된 원전의 운율을 포기하고 정확한 의미 전달에 초점을 맞추거나 운율을 맞추기 위해 본래의 의미를 명확히 드러내지 못하고 모호하게 옮길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의 번역자 이중표 교수는 두 가지를 모두 살렸다. 먼저, 철저한 사전 작업을 통해 기존 번역서들의 오류를 면밀히 파악하고, 빠알리어 경전과 사전을 폭넓게 검토해 단어들의 다양한 용례를 정리했다. 이를 토대로 새롭게 원전을 번역하면서 기존 번역서들의 왜곡된 부분을 바로잡아 표현의 적확성을 높이고, 문맥을 해치지 않는 의역을 통해 가독성과 리듬감을 살렸다. 원전과 달라진 부분에 대해서는 각주를 달아 본래의 뜻과 의역한 이유를 상세하게 밝혔다.

동아시아 불교사에 절대 없어지지 않을 자취를 남긴 대표 역경가 구마라집은 산스크리트를 한문으로 번역하는 일에 대해서 “마치 밥을 씹어서 남에게 주는 것과 같다”고 평했다. 음식의 영양분, 즉 문장의 뜻을 전해줄 수는 있지만 원전이 지닌 본래의 맛까지 전달해줄 수는 없다는 의미다. 구마라집의 말처럼 각기 다른 체계와 표기법, 문화적 배경을 지닌 두 언어를 완벽하게 일치시켜 번역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그래서 원전의 뜻을 가능한 정확하게, 그러면서도 읽기에는 편한 문장으로 옮기는 사람을 좋은 번역자로 꼽는다. 그래서 번역자에게는 언어 능력뿐만 아니라 원전에 대해 깊은 이해가 요구된다.

저자 이중표 명예교수.
저자 이중표 명예교수.

그런 점에서 볼 때, 이 책의 번역자인 이중표 명예교수는 충분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한국불교계를 대표하는 석학으로서 30여 년간 경전 번역과 불서 집필에 매진해 왔기 때문이다. 깊은 철학적 사유와 원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방대한 초기경전 가운데 핵심 부분만을 정리해서 옮긴 ‘정선(精選) 니까야 시리즈’를 비롯하여 붓다의 가르침과 불교 교리의 정수를 담은 책을 여러 권 출간하였다. 이 책들은 모두 이미 불교를 공부하는 독자들에게 필독서로 자리매김하였다.

이중표 교수는 〈숫따니빠따〉에 특히 더 공을 들였다고 말했다. 번역된 원고를 거듭 퇴고하면서 단어 하나 조사 하나까지 신중하게 골랐다. 뿐만 아니라 번역한 게송을 가사로 쓰는 곡을 만들어 운율을 확인하기도 했다. 한 사람이라도 더 쉽게 불교 경전을 접하고, 조금 더 바르게 가르침을 이해하도록 하고픈 마음에서다. 

이번에 출간된 〈숫따니빠따〉는 평상시에도 쉽게 가까이할 수 있도록 가볍고 튼튼한 가죽 재질의 표지와 휴대하기 편한 아담한 크기로 책을 만들었다. 누구나 쉽게 단순하고 소박한 언어에 담긴 불교의 정수를 느낄 수 있게 하기 위한 노력이다.

▲이중표 저자는?

전남대 철학과를 졸업한 뒤 동국대 대학원에서 불교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호남불교문화연구소 소장, 범한철학회 회장, 불교학연구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불교 신행 단체인 ‘붓다나라’를 설립하여 포교와 교육에 힘쓰고 있다.
저서로는 〈정선 디가 니까야〉 〈정선 맛지마 니까야〉 〈정선 쌍윳따 니까야〉 〈붓다의 철학〉 〈니까야로 읽는 금강경〉 〈니까야로 읽는 반야심경〉 〈담마빠따〉 〈불교란 무엇인가〉 〈붓다가 깨달은 연기법〉 〈근본불교〉 외 여러 책이 있으며, 역서로 〈붓다의 연기법과 인공지능〉 〈불교와 양자역학〉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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