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장 스님 “업에 끌려가는 삶에서 법이 이끄는 삶으로”
11월 24일 출간기념 법회 부산 아랑주서 200명 참석
동국대 교수 법장 스님(전 해인사승가대학 학감)이 11월 24일 부산 아랑주 4층에서 신간 <업이란 무엇인가> 출간 기념 법회를 열었다. 현장에는 200여 명의 불자가 참석해 준비된 도서가 모두 소진될 정도로 높은 관심을 보였다.
법장 스님은 이날 '업(業)'의 이해가 불교 수행의 핵심임에도 대중들에게 잘못 알려진 내용이 많다는 점을 짚었다. 스님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업의 개념은 힌두교적 색채가 짙다”며 “불교는 무아를 전제로 12처 18계의 구조 속에서 업을 이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는 업(業)대로 끌려 살지만, 수행을 통해 법(法)이 이끄는 삶으로 전환할 수 있다”며 불교 수행의 방향을 명확히 제시했다.
이번 책은 인도 고대 사상에서 시작해 초기불교, 대승불교에서의 업에 이르기까지 전개 과정을 폭넓게 다룬 저술이다. 스님은 일본 유학 시절 겪었던 우울과 공부의 어려움 속에서 <업이란 무엇인가>가 힘이 됐던 경험을 들려주며 “업을 헤쳐 나가며 법으로 방향을 세우는 과정이 수행자의 길이다. 이 책이 누군가의 삶을 전환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날 법회는 부산 신도들의 자발적인 요청으로 마련됐다. 도반인 혜성 스님(동국대 박사과정)이 출간 소식을 가까운 인연들에게 전하며 소규모 자리로 기획했던 행사가 삼보회와 월정사 봉창기도회 등의 참여 의사로 자연스럽게 확대됐다. 행사 실무는 월정사 봉창기도 부단장 김근하 보살이 맡았고, 범일동 ‘아랑주’ 운영자가 장소를 제공했다. “학인 스님들께 공양으로 올리겠다”는 참석자들의 호응에 준비된 책이 모두 소진됐다.
<업이란 무엇인가>는 불교의 업과 윤회 사상이 고대 인도에서 어떤 배경 속에 등장하고, 불교의 전개 과정 속에서 어떻게 형성되고 확장돼 왔는지를 역사적으로 분석한 연구서다. 업과 윤회의 주체를 과학적으로 규명하려는 접근이 아니라, 고대 인도 사상사와 초기 대승불교 문헌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무엇을 윤회한다고 이해했는지를 밝히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법장 스님은 업을 선악의 결과를 설명하는 차원을 넘어, 시간과 공간 속에서 인간 존재를 규정하는 인연의 법칙으로 해석한다. 인도 사유 전통과 불교의 문헌적 근거를 바탕으로 업 사상이 어떻게 정립되고 변화해 왔는지 치밀하게 추적하며, 현대 사회의 인간 이해와 삶의 방향에 어떤 통찰을 제공하는지 설명한다.
하성미 부산주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