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음선원 부산지원, 폐교 앞둔 학생들에 수학여행 지원
폐교 앞둔 전교생 30명 마지막 수학여행 가정 형편-환경 고려해 캐리어 전체 지원 여행경비-어린이신문 등 따뜻한 후원 혜도 스님 “새 환경서도 건강하길” 축원
폐교를 앞둔 부산 영도의 한 초등학교. 11월 25일 마지막 수학여행을 떠나는 날임에도 운동장은 학생들의 밝은 기운으로 가득했다. 새로 받은 캐리어를 조심스레 끌며 버스로 향하는 아이들, 친구들과 서로의 가방을 짐칸에 실어 주며 신나게 웃는 장면이 펼쳐졌다. 폐교를 앞둔 아쉬움 속에서도, 한마음선원 부산지원(지원장 혜도 스님)의 따뜻한 응원이 더해지며 아이들은 새로운 미래를 향한 발걸음을 내디뎠다.
A초등학교는 전교생 30명 규모의 소규모 학교다. 올해 6학년 5명이 졸업하면 나머지 25명의 학생들은 내년부터 인근 학교로 전학해야 한다. 학교는 학생들에게 마지막 추억을 만들어 주기 위해 수학여행을 준비했다.
그 과정에서 몇몇 학생은 가정 형편상 캐리어가 없거나, 파손된 캐리어를 사용해야 하는 경우도 있음이 확인됐다. 또 한부모가정(모자원)이나 그룹홈에서 생활하는 학생의 경우 여행에 필요한 물품을 마련하는 데 부담을 느끼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은 학교와 담을 맞대고 있는 한마음선원 부산지원에 자연스럽게 알려졌다. 운동장에서 뛰노는 아이들의 모습과 학생들의 생활 환경을 가까이에서 지켜봐 온 선원은 신속하게 지원 방안을 논의해 전교생에게 새 캐리어를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캐리어에는 학생들의 여행을 응원하는 문구가 담긴 안내지가 부착돼 선원 신도들의 따뜻한 마음을 전했다. 아울러 혜도 스님은 여행 경비 100만 원도 별도로 지원하며 “마지막 여행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길 바란다. 아이들이 여행 중에 건강한 간식을 먹으며 밝은 추억을 쌓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용호 교장은 “기부자의 뜻을 살려 학생들에게 따뜻하게 쓰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지원금은 교육청 규정에 따라 학교 발전기금에 편입해 학생 복지를 위해 사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달식은 취약가정 학생들이 포함된 점을 고려해 외부 공개 없이 조용히 진행됐다. 학교는 학생들이 여행 전에 짐을 꾸리고 활용할 수 있도록 캐리어를 미리 전달했다. 아울러 선원은 A초등학교와 더불어 인근의 다른 초등학교에 어린이 일간 신문 ‘소년한국일보’ 10부씩을 두 달간 지원해 학생들의 독서 교육을 돕기로 했다.
박 교장은 “필요한 시기에 필요한 지원이 이뤄져 학생들에게 큰 도움이 됐다”며 “폐교를 앞둔 상황에서도 지역의 관심과 배려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수학여행을 떠나는 현장은 설렘이 가득했다. 아이들은 저마다 새 캐리어를 뽐냈고, 짐칸 번호표를 확인하며 스스로 짐을 배치하는 등 익숙하지 않은 절차도 차분히 해냈다.
버스 앞에서는 혜도 스님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연신 손을 흔들며 아이들의 안전한 여행을 기원했다. 아이들도 즐겁게 손을 흔들며 화답했다. 작은 학교에서는 보기 어려운 ‘전교생 캐리어 행렬’은 아이들에게 마지막 학교생활의 긍정적인 경험을 남겼다.
지원장 혜도 스님은 폐교 소식을 접한 뒤부터 마음 한켠에 오랜 아쉬움이 남았다고 전했다.
스님은 “선원에서 아이들이 운동장에서 뛰놀던 모습을 보고 쉬는 시간마다 들려오던 종소리를 들으며 우리의 일상과 함께해 왔다. 오랜 세월 이웃으로 지내온 터라 학교가 문을 닫는다는 소식이 매우 안타깝고, 아이들 생각을 하면 마음이 애잔해진다”고 말했다.
스님은 마지막 수학여행 준비 과정에서 캐리어가 필요하다는 학교의 연락을 받고 주저 없이 지원을 결정했다는 설명도 더했다.
혜도 스님은 “아이들이 떠나는 마지막 여행이니만큼 불편함 없이 다녀오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작은 정성이지만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며 “이곳을 떠나 새로운 환경에 가더라도 각자의 자리에서 흔들림 없이 성장해 훗날 사회와 국가를 이롭게 하는 인재로 자라주기를 기도한다. 운동장에서 아이들의 모습을 더 이상 볼 수는 없겠지만, 이 학교를 거쳐 간 아이들에 대한 마음은 선원에 오래도록 남아 있을 것”이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