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불논단] 사람의 향기, 덕향

삼재팔난 시 대승보살 역할 중요 자신과 남을 풍요롭게 하는 덕향 부처님의 가르침 실천 확산되길 

2025-11-21     김응철 교수 / 중앙승가대

<화엄경〉 ‘십무진장품’에서는 열 가지 다함 없는 창고에 대해 설하고 있다. 열 가지 창고는 깨끗한 믿음을 성취하는 신장(信藏), 계율을 실천하는 계장(戒藏), 자신의 행위에 대해 부끄러움을 아는 참장(懺藏), 남에 대해 창피함을 아는 괴장(愧藏), 세간과 출세간의 법을 듣고 배우는 문장(聞藏), 나눔의 보시를 실천하는 시장(施藏), 다함 없는 지혜를 갖춘 혜장(慧藏), 바른 생각을 갖춘 염장(念藏), 가르침을 들어 지니는 지장(持藏), 그리고 설법 능력의 변재를 갖춘 변장(辯藏) 등이 있다.

대승보살이 중생구제의 원력을 실천하기 위해 갖춰야 할 열 가지 다함 없는 창고는 초기불교의 가르침을 기록하고 있는 <앙굿따라니까야〉에서 일곱 가지 성스러운 재산, 칠성재(七聖財)로 설해지고 있다. 수행승이 갖춰야 할 일곱 가지 정신적 재산은 믿음의 재산, 계행의 재산, 부끄러움과 창피함을 아는 재산, 배움의 재산, 보시의 재산, 그리고 지혜의 재산 등이다.

이러한 가르침은 다시 <앙굿따라니까야〉의 바람을 거슬러 퍼질 수 있는 세 가지 향기로 축약된다. 나눔의 향기인 시향(施香), 지킴의 향기인 계향(戒香), 배움의 향기인 문향(聞香)이다. 이러한 향기는 바람을 타고도 퍼지고 바람이 없어도 퍼지며 바람을 거슬러서도 퍼지는 특징을 갖고 있다.

부처님 재세 시의 설법에서 비롯돼 대승불교의 핵심 경전인 <화엄경〉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강조하고 있는 가르침은 나눌 줄 알고 지킬 줄 알며 배울 줄 아는 사람의 향기이고, 이를 한마디로 말한다면 ‘덕향(德香)’이라 할 수 있다. 덕향은 자신과 남을 더 풍요롭게 하는 성스러운 재산으로 확대되고, 이를 갖춘 대승보살들이 중생들의 삶을 있는 그대로 관찰하며, 부처님의 가르침을 잘 받아 지니고, 나아가 이를 여법하게 설하는 설득능력으로 확산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우리 사회는 물론이고 지구촌 전체가 변혁기의 몸살을 앓고 있다. 여기에 인공지능을 장착한 로봇의 등장과 환율, 무역 문제의 심화 등 사회변화를 촉발하는 요인들이 계속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변혁기에는 사회구성원 모두가 힘들겠지만, 특히 스스로를 지켜 내기 어려운 사회적 약자들이 더 많은 고통을 감내해야만 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사회적 고통이 심화될 때 종교의 역할이 더욱 필요해진다. 사회가 안정돼 있을 때는 조용한 곳에서 개인적 수행이 가능하지만 사회가 혼란스럽고 삼재팔난이 횡행할 때는 희망과 행복을 나눠 주는 대승보살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사회 격변기에 종교지형이 변동이 크게 나타나는 것은 그 시대에 바람직한 종교적 역할을 누가 얼마나 많이 실천했느냐에 따라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현재가 어렵고 미래가 불확실해지면서 우울, 분노, 불안 등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이들에게 정신적 의지처가 돼 주고 숨통을 열어 주며 함께 고락을 같이해 주는 종교단체가 사회적 지지 기반을 확보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러한 때에 부처님의 가르침을 행동으로 실천하는 출재가 대승보살들의 덕향이 온 세계로 확산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