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끝으로 장엄하는 괘불탱
국보·보물 괘불탱 18점 컬러링 10년 조사 성과 대중에 첫 소개 도판 감상하며 해설로 이해 높여 “색 채우는 과정이 곧 마음 수행”
사찰의 큰 법회 때만 공개되는 장엄한 불화 ‘괘불탱’을 일상에서 감상하고 직접 색칠할 수 있는 책이 출간됐다.
국가유산청과 괘불탱 조사를 진행해 온 성보문화유산연구원은 최근 국보 4점과 보물 14점을 수록한 〈우리가 사랑한 괘불탱, 마음 챙김 컬러링 북〉을 펴냈다. 국보인 △부여 부량사 미륵불 괘불도 △신원사 노사나불 괘불탱 △장곡사 미륵불 괘불탱 △화엄사 영산회 괘불탱을 비롯해 보물인 △포항 보경사 괘불탱 △적천사 괘불탱 △통도사 석가여래 괘불탱 등 총 18점을 담았다.
책은 전통 불교회화의 미감을 손끝으로 체험할 수 있게 구성했다. 작품마다 원형을 충실히 반영한 도판을 배치해 괘불의 아름다움을 충분히 감상할 수 있다. 또 작품 감상 포인트와 색 정보, 괘불탱마다 주목해서 봐야 할 세부 문양, 색칠 가이드를 제공해 불화의 상징과 구도를 이해하며 색칠에 몰입할 수 있도록 했다. 사철 제본 방식으로 제작돼 펼침이 편리한 것도 장점이다.
성보문화유산연구원은 지난 10년간 국가유산청·국립문화유산연구원·조계종과 함께 ‘대형불화 정밀조사 보고서’ 사업을 수행하며 전국 64점의 괘불탱을 조사해 안료와 제작 기법, 그림에 담긴 상징을 밝혀 왔다.
이들은 “괘불탱은 우리 문화와 정신을 보여 주는 중요한 기록”이라며 “수백 년 전 화승(僧)의 손끝에서 탄생한 괘불은 당시 사람들의 기도와 바람, 그리고 공동체의 힘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고 의미를 짚었다. 이 책은 그간의 조사 성과를 바탕으로 괘불탱을 대중에게 친숙한 방식으로 소개한 첫 시도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연구원 관계자는 “컬러링이라는 일상적 행위를 통해 불교미술의 정신성과 아름다움을 체험하길 바란다”며 “색을 채우는 과정이 곧 마음을 들여다보는 수행의 시간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성보문화유산연구원은 우리나라의 유무형 유산을 조사연구보존하기 위해 1996년 설립된 불교 문화유산 전문 조사 기관이다. 〈한국의 불화〉(전 40권), 〈한국의 불화 화기집〉, 〈한국의 사찰 벽화〉를 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