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대 법고가 만드는 공명…불교 의식 넘어 예술로

11월 30일, 수원 경기아트센터 ‘북의 울림으로 빚는 선명상’ 김혜진 기획자 “전통을 현대로” 다양한 종단 스님 한 무대 ‘눈길’

2025-11-20     임은호 기자
11월 30일 수원 경기아트센터에서 다양한 종단 소속 스님 7명이 출연하는 법고 합주 공연 ‘법음-일곱 법고, 세상으로 나오다’가 무대에 오른다. 사진은 무대에 오르는 주인공들과 무대를 위해 힘쓰고 있는 스텝들 단체 사진 사진제공=김혜진 대표.

불교 의식에서 사용되던 ‘법고(法鼓)’가 공연 예술로 재구성돼 무대에 오른다. 오는 11월 30일 수원 경기아트센터에서 다양한 종단 소속 스님 7명이 출연하는 법고 합주 공연 ‘법음-일곱 법고, 세상으로 나오다’가 무대에 오른다. 이번 공연은 ‘북의 울림으로 빚는 선명상’을 주제로 법고의 진동을 관객이 직접 체험할 수 있게 구성됐다.

공연을 기획·연출한 김혜진 전통국악예술교육협회 대표는 “법고는 단순한 타악기가 아니라 수행의 호흡이자 기도”라며 “이번 무대는 전통을 현대 공연 예술로 확장하는 새로운 시도”라고 설명했다.

김혜진 대표는 30년 가까이 전통북과 국악 교육, 공연 기획에 전념해온 인물이다. 그가 법고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7살, 울진 용궁사에서 효성 스님의 법고 연주를 직접 접한 이후였다. 처음 법고 연주를 접했을 때 “북의 소리가 마치 수행자의 호흡과 같았다”는 느낌을 받았다는 김 대표는 이후 스님들의 법고 수련 과정을 꾸준히 관찰하며 예술적 재해석 가능성을 구체화했다.

“북의 울림이 단순히 소리를 넘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그때 확인했습니다. 법고의 전통적 의미를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무대 예술로 확장하겠다는 원력을 세웠죠.”

'법고' 공연을 위해 연습하는 모습. 사진제공=김혜진 대표.

이번 공연은 단순한 합주를 넘어 관객이 ‘울림 속’으로 들어오는 명상 체험형 무대다. 7대의 법고가 무대 위 원형 구조로 배치되고, 스님들은 각 법고를 중심으로 서로 다른 호흡과 리듬을 이어간다. 북의 진동은 무대 바닥과 객석으로 확산되며, 공간 전체가 하나의 공명체처럼 작동하도록 설계됐다.

북은 가장 원초적이면서도 인간의 심장 박동과 가장 가까운 악기라며 법고를 통해 관객이 자신의 내면을 다시 들여다볼 수 있는 공연을 만들어 보고 싶었다는 게 김혜진 대표의 설명이다. 김 대표는 “이번 공연은 전통문화가 현대적 감각과 만나는 새로운 형식의 불교 예술”이라며 “전통을 보존하는 동시에 시대와 소통하는 모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공연 무대에 오르는 주인공 스님들. 사진제공=김혜진 대표.

법고는 사찰 의식에서 사용되는 의식구로, 여러 명의 스님이 동시에 연주하는 형식은 흔치 않다. 때문에 이번 법고 합주 공연은 그 자체로도 드문 시도다. 전통적 의식 도구를 무대 예술로 확장한 사례라는 점에서 불교계 안팎의 주목을 받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나 각기 다른 종단의 스님들이 한 무대에 선다는 것 또한 흔치 않은 일이기에 눈길을 끈다. 조계종 구산·현광·상도·지안·문수·공림 스님, 태고종 도인 스님, 법화종 혜명 스님, 삼론종 근혜 스님, 불교진각종금강원 묘심정 스님이 이번 공연의 주인공들이다.

이번 공연이 결실을 맺기까지에는 구산 스님을 빼놓을 수 없다. 조계종 총무원 사서국장 구산 스님은 공연 기획 단계에서부터 조언과 실질적 도움을 아끼지 않았다. 선명상 포교 프로젝트 그룹 ‘비텐스(BUDDHA TEN SUNIM)’에서 법고·가야금·노래·태극권 등 다양한 수행 예술을 접목한 활동을 이어온 구산 스님은 이번 공연에서도 7명의 스님이 하나의 호흡으로 공명하도록 지도하는 역할을 맡았다.

구산 스님은 “이번 공연이 불교 문화예술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전통 의례의 상징성을 유지하면서도 대중에게 친숙하게 전달되는 새로운 포교 모델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임은호 기자 imeunho@hyunbul.com

공연을 기획·연출한 김혜진 전통국악예술교육협회 대표. 사진제공=김혜진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