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365] 51. 무지외반증
‘불타는’ 통증 꾸준한 관리로 줄인다 타고난 발 모양·생활습관이 원인 통증 지속·뼈 모양 변형 시 수술 신발·깔창 상담 진행 늦출 수 있어
엄지발가락 쪽 뼈가 유난히 튀어나와 신발에 눌리고, 오래 걸을 때 발 앞쪽이 먼저 지치는 느낌이 든다면 ‘무지외반증’을 의심해 볼 수 있습니다. 무지외반증은 엄지발가락이 둘째 발가락 쪽으로 기울어지면서 엄지발가락과 발등뼈가 만나는 관절 옆이 볼록해지고 아픈 상태를 말합니다. 외관상의 변화만 문제가 아니라 걷는 방식이 달라지고 발의 균형이 깨지면서 일상의 불편이 커질 수 있습니다.
왜 생길까요? 가장 흔한 배경은 타고난 발 모양과 생활습관입니다. 가족 중 같은 증상이 있는 경우가 많고 앞코가 좁거나 굽이 높은 신발을 자주 신을수록 변형이 빨라집니다. 평발처럼 발 아치가 낮거나 관절이 유연한 분들도 영향을 받습니다. 꼭 여성에게만 생기는 것은 아니지만, 통계적으로 중년 이후 여성에게 더 자주 보입니다.
초기에는 신발에 쓸려서 쑤시는 정도로 시작합니다. 튀어나온 부위가 붉어지고 열감이 있으며 굳은살이 생기기도 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둘째 발가락과 겹치거나 발바닥에 굳은살이 늘어 걸을 때 콕콕 찌르는 통증이 생깁니다. “가만히 서 있을 땐 괜찮은데 오래 걷거나 서 있으면 앞발이 불탄다”는 표현을 하시는 분도 많습니다. 중요한 점은 통증이 들쭉날쭉하다고 해서 좋아진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변형 자체는 서서히 진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치료는 단계적으로 시행합니다. 우선 통증을 가라앉히고 생활을 편하게 만드는 비수술적 방법이 있습니다. 앞볼이 넓고 쿠션이 좋은 신발로 바꾸고 튀어나온 뼈를 누르지 않는 패드나 발가락 사이 보조 기구를 끼워 마찰이 줄어들게 합니다.
발바닥 근막과 종아리 뒤쪽을 부드럽게 늘려 주고 엄지발가락을 벌리고 오므리는 간단한 운동을 매일 5~10분 꾸준히 하면 도움이 됩니다.
필요할 때에는 소염진통제를 잠시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이 과정은 이미 생긴 뼈 모양을 되돌리는 치료가 아니라 통증을 덜고 진행을 늦추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그런데도 일상생활이 힘들 정도의 통증이 계속되거나 신발을 제대로 신기 어려울 만큼 변형이 진행하면 수술을 고려합니다. 수술의 핵심은 비뚤어진 뼈의 각도를 바로잡고 주변 힘줄과 인대를 균형 있게 정리해서 발의 축을 다시 세우는 일입니다.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중 요즘 많이 문의하는 것이 ‘최소 침습 교정술(MICA)’입니다. 말 그대로 피부 절개를 아주 작게 내고 간이 엑스레이로 위치를 보면서 뼈를 자르고 옮겨 고정하는 방식입니다. 절개 부위가 작다 보니 연부조직 손상이 적고 흉터가 작으며, 통증이 비교적 덜하고 일상 복귀가 빠른 장점이 있습니다. 다만 모든 환자에게 똑같이 적용되지는 않습니다. 변형이 매우 심하거나 둘째 발가락까지 큰 변형이 동반된 경우엔 오히려 눈으로 직접 보며 교정하는 개방 수술이 더 안전하고 정확할 때가 있습니다. 결국 발 모양, 뼈의 상태, 생활 패턴을 종합해 ‘나에게 맞는’ 방법을 고르는 것이 중요합니다.
수술을 받았다면 회복 과정도 치료의 일부입니다. 보호용 신발을 신고 부분적으로 체중을 싣는 시기를 거쳐 보행을 조금씩 늘립니다. 초기 몇 주는 발이 잘 붓기 때문에 가능한 한 발을 심장보다 높게 올리고 냉찜질을 병행하면 도움이 됩니다. 상처는 건조하고 깨끗하게 유지해야 하고, 발가락 사이도 꼭 잘 말려 주어야 합니다.
통증이 갑자기 심해지거나 상처에서 악취가 나는 분비물이 보이면 지체하지 말고 진료를 보셔야 합니다. 일반 운동화로 바꾸는 시점은 대략 6~8주 무렵이지만 개인차가 있고 좁은 구두나 하이힐은 뼈가 충분히 굳고 부기가 빠진 뒤에 조심스럽게 시도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재활은 엄지발가락 관절이 굳지 않게 움직임을 되찾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이어 발바닥과 종아리, 엉덩이 근육까지 차근차근 강화해 주면 재발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예방은 작은 습관에서 시작됩니다. 발 앞볼이 넓고 뒤꿈치가 안정적인 신발을 고르고, 너무 딱딱한 밑창보다는 충격을 적당히 흡수해 주는 신발이 좋습니다. 하이힐이나 앞이 뾰족한 구두는 장시간 신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체중을 건강하게 관리하면 앞발에 실리는 부담이 줄어듭니다. 또 매일 잠깐이라도 종아리와 발바닥을 스트레칭해 주고 엄지발가락을 벌리고 오므리는 운동을 해 주세요. 가족 중 무지외반증이 있거나 본인 발볼이 빨리 넓어지는 느낌이 든다면 초기에 신발과 깔창 상담만으로도 진행을 늦출 수 있으니 미리 진료를 받아 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정리하자면 무지외반증은 ‘모양’과 ‘통증’이 함께 얽힌 문제입니다. 다른 신발과 생활습관, 간단한 운동만으로도 많은 분이 한결 편해질 수 있고, 필요할 때에는 수술로 발의 축을 바로 세워 다시 편안한 걸음을 되찾을 수 있습니다. 치료의 정답은 하나가 아니라 내 발에 맞춘 선택과 꾸준한 관리입니다. 거울 앞에서 발을 한 번 살펴보고, 신발장에서 가장 자주 신는 신발의 앞코를 만져 보세요. 오늘의 작은 점검이 내일의 가벼운 걸음을 만드는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