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주도권을 찾기 위한 ‘알아차림’
방송인서 명상가로 10년 공부 바탕 행동·존재모드 오갈 방법 ‘명상’ 알아차림에 이르는 수행법 제시
곽정은 씨는 글 잘 쓰고 말 잘하는 사람이다. 방송과 강연을 통해 다른 이들의 연애인생 고민에 시원시원하게 답을 주고, 성장하는 삶을 제안하는 ‘멘토’였기에 그의 상담심리대학원 진학은 자연스러워 보였다. 그런데 다음 행보인 동국대 대학원 선학과 박사과정 입학은 의외였다. 올해 초 나온 박사학위 논문의 주제는 ‘초기불교 수행의 의도 역할 연구’. 최근에는 한양대 상담심리대학원 겸임교수이자 ‘메디테이션 랩’ 대표로 심리학과 명상을 결합한 내면 성장 프로그램을 대중에 전하고 있다.
화려한 방송인에서 명상가로 변신한 그가 내놓은 〈어웨어니스〉는 지난 10여 년간의 공부와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삶의 잃어버린 주도권’을 되찾을 방법을 제시한다. 바로 ‘어웨어니스(awareness)’, 곧 알아차림이다.
저자가 던지는 첫 질문은 이렇다. 시끄러운 알람 소리에 마지못해 일어나는 사람과 매일 비슷한 시간에 눈을 떠 정해진 루틴대로 생활하는 사람. 둘 중 어떤 삶을 살아야 할까? 답은 ‘둘 다 대안이 될 수 없다’이다. 무언가 열심히 해내려 애쓰는 것과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방황하는 것은 정반대의 행동처럼 보이지만, 둘 다 행위를 기준으로 선택하고 판단하고 가치를 매기는 ‘행동모드’라는 점에서는 같기 때문이다.
저자가 제시하는 대안은 ‘존재모드’다. 내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담담히 지켜보는 삶, 순간순간 내면의 상태에 주의를 기울이고 안으로부터 고요함을 기르는 데 집중하는 삶이다. 그리고 존재모드와 행동모드 사이를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방법이 ‘명상’이라고 말한다. 다양한 명상법 중에서도 저자가 주목한 것은 호흡에 집중하는 사마타 수행이다.
초기불교 경전인 〈청정도론〉이 전하는 사마타 수행법은 간단하다. “편안하지만 바른 자세로 앉아 호흡을 있는 그대로 알아차려 보라.” 단순해 보이지만 직접 들숨과 날숨에 집중해 보면 오히려 호흡이 부자연스러워져 두통을 겪기도 하고, 잡념에 사로잡힌 채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저자 역시 숱한 시행착오를 겪었다. 우연한 계기로 명상을 접하고 불교명상 전공으로 박사 과정에 입학한 후 사마타 수행을 시작했다. 하지만 편안한 음악과 부드러운 목소리의 가이드 없이, 그 어디에도 기댈 데 없이 온전히 나 자신만 믿고 가야 하는 사마타 수행은 좌절감을 안겼다. 조바심과 오기 사이에서 끊임없이 방황한 저자는 “몸의 괴로움을 버티고 끌어안으며, 마음의 혼란을 인정하고 끊임없이 내려놓으며, 그 길에서 처음부터 그 자리에 존재하고 있던 내면의 고요함을 만났다”고 말한다. 그렇게 사마타 수행은 인생의 중요한 변곡점이 됐다.
저자는 자신의 경험과 초기경전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독자들을 수행의 길로 안내한다. 이를 통해 외부 자극에서 벗어나 ‘지금 이 순간’으로 돌아오는 고요함의 태도를 품을 때, 우리는 ‘갓생’의 신화를 떨쳐 내고 몸과 마음의 연결을 회복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책의 각 장마다 매일 실천할 수 있는 ‘어웨어니스 저널’을 실었다. 오늘 하루 경험한 다섯 가지 마음의 장애를 기록하거나, 크고 작은 후회를 떠올리며 스스로에게 어떤 말을 해 주고 싶은지를 적는 식이다. 하루 5분, 나에 대해 묻고 답하는 시간을 통해 스스로 삶을 변화시키는 주체임을 일깨워 주기 위함이다.
저자가 안내하는 사타마 수행은 알아차림에 이르는 여러 길 중 하나일 뿐이다. 사마타 수행이든 위빠사나 수행이든 자애 수행이든, 지금 이 순간 나 자신과 연결되고 마음의 소리에 알아차림할 수 있다면 그것이 곧 지혜의 문에 들어서는 열쇠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