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사 압수수색에 조계종 "깊은 유감…공정 수사 당부"

2025-11-07     여수령 기자
경찰이 11월 7일 조계종 제17교구본사 금산사를 압수수색한 가운데 조계종이 깊은 유감을 표하고 공정한 수사를 당부했다. 사진은 7일 오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입장문을 발표하는 조계종 대변인 묘장 스님(조계종 기획실장).

경찰이 11월 7일 오전 공사 대금 횡령 의혹 등과 관련해 조계종 제17교구본사 금산사를 압수수색한 가운데 조계종(총무원장 진우 스님)이 깊은 유감을 표하고 공정한 수사를 당부했다.

전북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7일 오전 금산사와 군산의 한 건설업체 등을 압수수색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금산사 전 주지인 성우 스님(은적사 주지)이 한 건설업체를 실질적으로 운영하며 공사 대금 등을 횡령해 비자금을 조성하고 있다는 의혹에 대해 수사를 진행 중이다.

압수수색 소식이 알려지자 조계종 대변인 묘장 스님(기획실장)은 7일 오후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유감 입장을 밝혔다.

묘장 스님은 ‘전통사찰 압수수색에 대한 대한불교조계종 입장’을 통해 “금일 오전, 경찰이 김제 금산사와 군산 은적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며 “우리 종단은 이 사안을 매우 엄중히 인식하고 있으며, 수사를 통해 모든 진상이 명명백백하게 규명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본 사안과 관련해 종헌‧종법에 따른 자체 조사를 이미 진행했으며, 현재 종단 내부의 징계 절차가 법과 원칙에 따라 진행 중임을 밝힌다”고 했다. 실제 호법부는 올해 7월 해당 의혹에 대한 제보를 받아 3개월 간 조사를 진행했고, 현재 호계원에 성우 스님과 관련해 징계심판을 청구한 상태다. 

다만, 전통사찰에 대한 압수수색에는 깊은 유감을 표했다. 조계종은 “종교적 공간에 대해 강제 수사가 이뤄진 것은 대단히 이례적이며, 종교의 존엄성을 고려할 때 마땅히 신중한 절차와 최소한의 존중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과도한 조치는 자칫 법 집행의 본래 취지를 넘어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고 종교탄압으로 비춰질 우려가 있다"며 “경찰 당국은 향후 수사 과정에서 종교적 특수성과 국민의 신앙 감정을 깊이 헤아려, 보다 신중하고 중립적인 절차로 진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조계종은 “우리 종단 역시 이번 사안을 결코 가볍게 여기지 않으며, 진실 규명을 위해 성실히 협조함과 동시에 종단 자정과 쇄신을 위해 더욱 철저한 점검과 제도적 보완을 이어가겠다”고 약속했다. 이와 함께 “모든 수사가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뤄져 불필요한 오해와 갈등이 더 이상 확산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덧붙였다. 

조계종은 수사 협조 과정을 면밀히 살펴 향후 대책을 강구할 계획이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참여불교재가연대 교단자정센터(원장 박법수)는 10월 27일 성우 스님과 또 다른 A스님을 국고보조금 횡령 혐의로 경찰에 고발한 바 있다.

자정센터는 “성우 스님이 친인척 명의의 업체를 통해 사찰 공사를 독점 수주하고, 이중계약 등으로 국고보조금을 빼돌렸다”며 “엄정하고 신속한 수사로 범죄의 전모를 밝히고 엄중한 처벌을 내려 달라”고 촉구했다.

한편, 11월 5일 개원한 조계종 제236회 중앙종회 정기회에는 성우 스님 의혹과 관련해 ‘은적사비리진상조사특별위원회 구성의 건(보화 외 13인 의원 발의)’이 본회의 안건으로 상정되어 있다.

발의자 스님들은 “은적사 주지 성우 스님이 실질적으로 소유·운영한 것으로 의심되는 건설업체가 사찰 공사와 관련해 국고보조금을 부당하게 수령한 정황이 드러났다”며 “이 사안은 조계종 전체의 청렴성과 공신력을 심각하게 훼손한 중대 사태로, 관련 의혹을 명백히 규명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신속하고 엄정한 조사를 위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자 한다”고 취지를 밝혔다.

전통사찰 압수수색에 대한 대한불교조계종 입장

금일 오전, 경찰이 김제 금산사와 군산 은적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하였습니다.

우리 종단은 이 사안을 매우 엄중히 인식하고 있으며, 수사를 통해 모든 진상이 명명백백하게 규명되기를 바랍니다. 아울러 본 사안과 관련하여 종헌·종법에 따른 자체 조사를 이미 진행하였으며, 현재 종단 내부의 징계 절차가 법과 원칙에 따라 진행 중임을 밝힙니다.

다만, 그 과정에서 신앙의 도량인 두 전통사찰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이 이루어진 점에 대하여 깊은 유감을 표명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사찰은 부처님을 모신 청정한 수행과 신앙의 공간이며, 1,700년 한국불교의 정신과 전통이 이어져 온 성역(聖域)입니다. 그러한 종교적 공간에 대해 강제 수사가 이루어진 것은 대단히 이례적이며, 종교의 존엄성을 고려할 때 마땅히 신중한 절차와 최소한의 존중이 선행되었어야 합니다.

해당 사찰들은 수사기관의 협조 요청에 성실히 응할 준비가 되어 있었으며, 압수수색이라는 강제적 조치가 아니더라도 충분한 협조가 가능하였을 것입니다. 이러한 과도한 조치는 자칫 법 집행의 본래 취지를 넘어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고 종교탄압으로 비춰질 우려가 있습니다.

경찰 당국은 향후 수사 과정에서 종교적 특수성과 국민의 신앙 감정을 깊이 헤아려, 보다 신중하고 중립적인 절차로 진행해 주시길 강력히 요청드립니다.

우리 종단 또한 이번 사안을 결코 가볍게 여기지 않으며, 진실 규명을 위해 성실히 협조함과 동시에 종단의 자정과 쇄신을 위해 더욱 철저한 점검과 제도적 보완을 이어갈 것입니다.

다시 한 번 금산사와 은적사에 대한 압수수색에 대해 깊은 유감의 뜻을 밝히며, 모든 수사가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루어져 불필요한 오해와 갈등이 더 이상 확산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2025년 11월 7일

대한불교조계종 대변인 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