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내년 예산 1054억원…격론 끝 승인
11월 7일, 정기회 44명 속개 의사 조정부터 논쟁 이어져 날선 질의…집단퇴장에 지연 49명 동참해 만장일치 가결
조계종 중앙종회(의장 주경 스님)가 11월 7일 속개한 제236회 중앙종회 정기회에서 불기 2570(2026)년 중앙종무기관 세입‧세출 예산을 1054억 여원으로 확정했다. 이날 회의에는 재적의원 81명 중 44명이 참석해 가까스로 성원이 이뤄졌다. 비구니 종회의원 스님들은 ‘비구니 호계원 참여’ 관련 종헌 개정안이 부결된 데 대한 항의로 불참했다.
중앙종회는 총무원장이 제출한 ‘중앙종무기관 세입세출 예산안 승인의 건’을 원안대로 만장일치 통과시켰다. 내년도 예산 중 일반회계는 올해 추가경정예산 대비 15% 감액된 325억 2600만원, 특별회계는 10.5% 증액된 728억 9600만원으로 편성됐다.
하지만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는 시작부터 의사 조정 변경을 두고 논쟁이 이어졌다.
대진 스님은 “예산은 내년 종단 살림의 지표이자 집행의 근거”라며 “종무보고와 종책질의를 먼저 진행한 뒤 예산안을 심사해야 한다. 과거 사업의 연속성과 현재 집행 상황을 확인한 뒤 항목별로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탄원 스님도 “오늘은 예산안을 심의하는 중요한 정기회인데 비구니 종회의원 스님들이 불참한 것은 아쉽다”며 “중요한 안건 논의와 종회의 원만한 마무리를 위해 참석을 요청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에 심우‧진각‧탄보 스님 등은 “의사 일정은 이미 합의된 사항이며, 중앙종무기관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예산안을 우선 처리해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결국 대진 스님이 의사 조정 의견을 철회하면서 회의는 원안대로 진행됐다.
이후 본격적인 심의에서도 삼원 통합 후 포교와 교육 종책의 방향성을 묻는 날카로운 질의가 이어졌다.
원경 스님은 “한국불교의 미래를 위해 포교는 가장 중요한 과제인데 포교부 예산이 오히려 10.5% 줄었다”며 “내년 일본 나고야 아시안게임에 참가할 불자 운동선수를 지원하기 위한 예산도 빠져 있다. 추경을 통해서라도 관련 예산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원경 스님은 “세종 광제사에 지원금 3억원이 책정된 상황에서 직영분담금으로 다시 1800만원을 걷어가는 것은 모순”이라며 “운영 정상화를 돕기 위한 지원이라면 최소한의 유예기간을 두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이에 기획실장 묘장 스님은 “지원금은 운영을 지원하는 예산이 아니며, 최근 수익이 발생하고 있어 향후 자립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진 스님도 총무부, 기획실, 포교부 등 각 부서별 예산을 꼼꼼히 짚으며 “포교정책과 어린이‧청소년 불교 교육 프로그램을 강화해야 함에도 예산이 줄었다”며 “관련 보충 자료를 제출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다수 의원 스님은 “예산안은 이미 각 분과위원회에서 심의한 뒤 올라온 것”이라며 “끝없는 세부 질의는 회의에 비효율적”이라고 의견을 개진했다.
격론 끝에 정법회 소속 스님들이 항의 차원에서 집단 퇴장하면서 한때 의결 정족수가 미달되기도 했다. 이에 종회의장단이 정법회 스님들을 설득해 복귀를 이끌어 냈고, 뒤늦게 동참한 의원 스님들을 포함 49명이 참석해 만장일치로 예산안을 가결했다.
김내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