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공 스님의 지장십륜경 강의] 42. 의지함이 있는 행(유의행품有依行品)
악업 짓더라도 참회하고 부끄러워 해야
금강장보살의 발문(金剛將菩薩의 發問)
그때 금강장보살마하살이 대중에서 일어나 부처님 발에 정례하고 합장 공경하며 게송으로 사뢰었다. “그 옛날 말씀하시길 계율을 깨뜨리고 덕을 잃으면 성현의 그릇이 아니며 내 제자가 아니어서 모든 사문의 법을 재처럼 버리나니, 청정한 나의 무리 속에 있을 수 없다 하시고 탐·진·치로 더러워져 바른 도를 잃어 버린 그는 공양을 받을 자격이 없고, 스님에게 보시하는 물건을 받는 것도 나는 허락하지 않는다고 하셨으며, 네 가지 근본 죄 중 하나만 범해도 바다에 떠도는 송장과 같이 청정한 대중의 버림을 받는다고! 그런데 어찌 지금은 악한 비구라도 참고 사랑하여 벌주지 말라고 하십니까? …
또 육통으로 세상을 구하는 것을 다른 경전에서 말했나니 마땅히 대승의 정직하고 미묘한 보리도를 믿어야 하고, 이승의 해탈 길을 버려야 한다고 권하셨습니다. 그런데 어찌하여 다시 삼승을 말씀하시어 두루 듣고 받아 지니고 공양하라고 권하되, 오근·오력·칠각지·팔정도·사문과(沙門果)는 이 경에만 있고 다른 경에는 없다고 하십니까?
또 여덟 가지 거룩한 도는 짝할 이 없어 삼승이 함께 이 도를 행하고 해탈을 위해 정진하여, 각기 그 소원 따라 보리를 증득하라 하십니까? 유정 중에서 가장 높으신 이여, 밝게 살피시고 예전과 지금 말씀이 어긋남 없게 회통하시어 하늘, 사람, 보살들로 하여금 깨달아 알고 기뻐하면서 진실을 증득하게 하시옵소서. 대승의 말씀 듣고 누가 유익하며 누가 손해이오며 열 가지 해탈[십종해탈성문승十種解脫聲聞乘]의 성문승 설하는 것을 듣고, 누가 손해며 누가 이익입니까? 어떤 사람이 법을 듣고 더욱 향상하며 어떤 사람이 법을 듣고 도리어 퇴보하옵니까? 어떻게 하면 모든 유위(有爲)를 싫어하여 늙고 죽음을 없앨 수 있겠나이까? 밤낮으로 온갖 선(善)을 닦는 사람은 어떤 이치를 의지하고 어떤 수레를 타야 넓고 깊은 네 갈래 사나운 번뇌의 흐름을 잘 건너겠나이까? 이 세상 구제하기 위하여 모두 말씀해 주옵소서.”
그때 부처님께서 금강장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착하고 착하도다. 그대는 지금 무량한 유정들을 이롭고 안락하게 하고 저 하늘, 사람, 아수라 등을 위해서 큰 뜻을 짓고자 여래에게 그런 깊은 뜻을 묻는구나. 그대는 자세히 듣고 잘 명심하여라. 내 그대를 위해 분별하여 해설하리라.” 금강장보살이 사뢰었다. “예, 세존이시어 즐겨 듣고자 하나이다.”
열 가지 사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십종의 사람이 있는데 생사를 윤회하면서도 사람 몸을 받기가 어려우니라. 그 십종이란 어떤 것인가? ①선근을 심지 않는 것 ②복업을 닦지 않는 것 ③잡되고 더러움을 상속하는 것 ④나쁜 벗의 행을 따르는 것 ⑤후세의 고의 과보를 돌아보거나 두려워하지 않는 것 ⑥사나운 탐욕 ⑦사나운 분노 ⑧어리석음 ⑨마음이 미혹하며 어지러운 것 ⑩나쁘고 삿된 견해를 고집하는 것 등이다.”
위에서는 열 가지의 사람 몸 받기 어려운 사항을 이야기하고 아래에서는 나쁜 세계에 떨어지는 10가지의 의지해서는 안 되는 행[무의행無依行]을 말하고 있습니다.
열 가지 무의행
“열 가지의 무의행의 인(因)은 중생들로 하여금 근본 죄를 범하게 하고, 계율을 헐뜯고 범하게 하여 나쁜 세계에 떨어지게 하느니라.
그 열 가지는 어떤 것인가? 내 법안에서 출가한 이로서 ①수행은 깨뜨리나 뜻은 깨뜨리지 않는 자 ②뜻은 깨뜨리나 수행은 깨뜨리지 않는 자 ③수행과 뜻을 모두 깨뜨리는 자 ④계율은 깨뜨리나 지견(知見)은 깨뜨리지 않는 자 ⑤지견은 깨뜨리나 계율은 깨뜨리지 않는 자 ⑥계율과 지견 모두를 깨뜨리는 자 ⑦수행과 뜻과 계율과 지견을 모두 깨뜨리지는 않으나 나쁜 벗의 힘과 행에 의지하여 무의행을 짓는 자 ⑧비록 좋은 벗의 힘과 행을 의지하지만 우둔하기가 아양(啞羊, 지극히 어리석음)처럼 모든 일을 분별하지 못하여 선과 악의 뜻을 이해하지 못하는 자 ⑨재보와 필수품에 대하여 만족 못 하며 그것을 구하는 인연으로 무의행을 짓는 자 ⑩갖가지 병 때문에 고통을 받자마자 사당의 제사와 주술(呪術)을 구하나니 이런 인연으로 무의행을 짓는 자이다.
이러한 10종 무의행의 인은 중생들로 하여금 근본 죄를 범하게 하여 현재 법 중에서 성현의 그릇이 아니게 하고, 계율을 헐뜯고 범하게 해서 온갖 나쁜 세계에 떨어지게 하느니라. 선남자야, 혹자가 수행은 깨뜨려도 뜻을 깨뜨리지 않고 근본 죄를 범하였더라도 곧 깊이 뉘우치고 거듭 악행을 짓지 않으면, 여래는 그를 도를 더럽히는 사문이 있다고 설하느니라. 왜냐하면 그는 중한 악업을 짓고 숨기지 않고 드러내어 부끄러워하고 참회하나니, 이렇게 참회하므로 죄가 소멸되어 이어짐이 끊기고 다시는 짓지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