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 또 좌절된 ‘비구니 호계위원’
11월 5일 열린 조계종 제236회 중앙종회 정기회. 점심 공양 후 본회의가 속개됐지만 비구니 종회의원 스님들의 자리는 비어 있었다. 오랜 논의 끝에 상정된 ‘비구니 호계위원’ 종헌 개정안이 단 1표 차로 부결되자 항의의 뜻으로 본회의장을 떠난 것이다.
이날 중앙종회의장 주경 스님은 “그동안 함께 논의하고 약속했던 부분이 있었던 만큼, 이번 결과가 큰 실망으로 다가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변화에 대한 기대가 컸던 비구니 스님들이 느꼈을 실망과 안타까움을 짐작해 볼 수 있는 발언이다.
이 논의는 2014년부터 이어져 왔다. 그해 6월 제198회 임시회에서 비구니 스님의 호계위원 참여를 위한 종헌 개정안이 만장일치로 통과됐으나, 한 달 뒤 원로회의에서 절차상 문제가 제기돼 좌초됐다. 이어 8월 임시회에서 다시 무기명 투표가 진행됐으나 가결 정족수에 미치지 못해 무산됐다.
한동안 멈췄던 논의는 올해 다시 본격화됐다. 9월 열린 임시회에서 의견 수렴 부족 등을 이유로 안건이 이월되자, 비구니 종회의원 스님들은 전국을 돌며 원로의원 스님들과 종회의원 스님들을 찾아다녔다. 법 개정의 필요성과 오해를 일일이 설명하며 진정한 승가공동체 실현을 요청했다.
이번 종헌 개정안은 ‘비구니 사건에 한해 비구니 위원이 초심호계에 참여한다’는 제한적 조항이다. 그간 호계원에서는 비구니 스님과 관련 사건을 비구 위원들이 심리하면서, 비구니의 수행 환경이나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러한 문제를 조금이라도 해소하기 위해, 비구니 사건에 한해 문호를 열자는 비구니 스님들의 간절한 바람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냉혹했다. 59인의 종회의원 스님이 발의했음에도 찬성은 53표에 그쳤다. 종단 변화에 대한 저항이 여전하다는 방증이다.
다시 종회의 높은 벽을 실감했지만 끝은 아니다. 비구니 승가의 참종권 확대를 위해 오랜 세월 노력해 온 비구니 스님들의 인내와 원력이 꺾이지 않길 바란다.
김내영 편집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