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화사의 따듯한 점심식사, 친구한테 자랑할래요”
조계종사회복지재단 ‘청년밥心’ 11월 4일 서울 연화서 한 끼 공양 경희대·외대생 80여명 점심 지원 이필형 동대문구청장도 배식 나서
“오늘 절에서 점심 먹은거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올리려구요. 사찰음식 맛도 기억도 하고 친구들한테도 자랑할래요.”
11월 4일 점심시간, 서울 연화사 공양간에서 만난 이지율(경희대 사회학과 4)학생. 배식판을 식탁에 놓자마자 수저보다 휴대전화를 먼저 꺼낸 지율 학생이 연신 사진을 찍으며 말했다. 만족스러운 사진을 건진 후에야 식사를 시작한 지율 학생은 놀라운 얼굴 표정으로 맞은 편에 앉은 친구에게 말한다. “이 버섯탕수육이랑 양배추 정말 맛있네.“
조계종사회복지재단(대표이사 도륜 스님)이 청년들에게 따뜻한 점심식사를 제공하기 위해 2024년부터 대학가 인근 사찰에서 진행하고 있는 ‘청년밥심’이 입소문이 나면서 매회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경희대 정문 바로 옆에 위치한 연화사에도 이날 사전 예약자 60명을 훌쩍 넘은 80여 명의 경희대·한국외대 학생들이 공양간을 찾았다.
‘청년밥심’은 학자금 대출, 높은 주거비, 불안정한 일자리 등으로 경제적 어려움과 사회불안을 겪고있는 청년들에게 따뜻한 한 끼 공양을 제공하고, 사찰 공간에서 쉼과 대화를 나누며 삶의 활력을 회복할 수 있도록 기획된 프로그램이다.
사찰의 공양 문화를 알리고 함께 나누는 시간을 통해 유대감과 소속감을 회복할 뿐 아니라 채식 반찬과 저염식으로 구성된 사찰음식으로 균형 잡힌 영양식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날 연화사 점심공양에도 맑은 순두부, 청포묵오이무침, 과일세발나물유자샐러드, 버섯탕수육, 모듬쌈 등이 제공됐다. 후식으로 준비된 흑임자떡과 요거트는 덤. 연화사 신도회의 봉사와 불자들의 후원이 만들어낸 정갈하고 따뜻한 사찰음식이다.
음식을 맛본 학생들은 “엄마가 해준 건강한 집밥 느낌“이라며 ”공짜로 먹어도 되나 싶을 정도“라고 만족감을 표했다.
회기역 앞 현수막 공고를 발견하고 재빠르게 신청했다는 백시은(경희대 경제학과 4) 학생은 “먹을수록 손맛이 가득한 음식이라는 게 느껴진다”면서 “인기 많은 이유가 있었다. 다른 친구들에게도 알릴 것”이라고 했다.
절에서 정성 가득한 식사를 하며 불교가 더욱 친숙하게 느껴진다고도 했다. 김동현(경희대 경제학과 4) 학생은 “영양 가득한 식사를 제공하면서도 종교를 강요하지 않고, 모든 분들이 친절하게 맞아주셔서 감사한 마음이 크다”면서 “무교인데 불교를 종교로 해야할까 싶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날 청년밥심 배식에는 이필형 동대문구청장도 함께했다. 연화사를 ‘동대문구의 등불’이라고 표현한 이 구청장은 “‘청년밥심’은 청년들이 마음 편히 공부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면서 “앞으로 지자체와 종교계가 협력, 지역 청년 복지와 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긍정적인 사례를 만들어 나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조계종사회복지재단 대표이사 도륜 스님은 “청년들이 따뜻한 한 끼를 통해 행복해지고 사찰이라는 공간에서 마음의 위안을 받길 비란다”면서 “앞으로 ‘청년밥심’에 동참하는 사찰을 전국적으로 발굴, 청년들의 마음 건강 회복과 불교문화 경험 기회를 더욱 확대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청년밥심’은 2024년 6월 연화사에서 시범사업으로 출발해 현재 연화사, 홍대선원, 상도선원, 개운사 등 서울지역 4개 사찰에서 진행되고 있다. 지난 한 해 25회 배식을 통해 605명에게 점심을 제공했다. 2025년에는 상반기에만 35회 배식을 실시, 1030명이 ‘청년밥심’에 함께했다.
임은호 기자 imeunho@hyunb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