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법일기] 법음(法音), 가을 하늘에 울리다
지난 10월 25일 토요일 나는 영주 부석사로 향했다. 의상 대사 탄신 1400주년을 기념하는 큰 법석에 초대받은 것이다.
부석사 야외무대 위 먼 산의 능선을 병풍 삼아 의상 대사의 괘불이 모셔지고 그 앞에 법음(法音)이 울려 퍼졌다. 찬란한 햇살과 가을 바람 속에서 울려 퍼지는 소리는 세속의 소리가 아니라, 마음의 파동이었다. 붓다볼(Buddha Bowl)의 맑은 울림이 부석사의 고요한 공기 속으로 스며들 때, 나는 눈을 뜰 수 없을 만큼 깊은 환희심에 잠겼다.
그 자리에 있다는 것, 그 순간 함께 숨 쉬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크나큰 가피였다. 행사를 준비하며 겪은 작은 불편함이나 피로는 그저 미소로 녹아내렸다. 모든 것이 완벽하지 않아도 좋았다.
가을빛 속에서 울려 퍼지는 붓다볼의 소리는 이미 완전했다. 그 소리는 바람을 타고 멀리멀리 퍼져 나가 부석사의 돌계단을 오르내리는 이들의 가슴에 스며들고 있었다. 붓다볼은 깨달음의 종소리였다. 그날의 울림은 단순한 음악이 아니라, 마음의 중심을 흔드는 수행의 진동이었다. 한 분, 한 분 청중들의 눈빛이 달라지고 합장한 손끝에 신심(信心)의 떨림이 느껴졌다. 그 순간, 나는 다시금 깨달았다. 소리는 들리는 것이 아니라 느껴지는 법(法)이라는 것을. 함께 연주한 (사)싱잉볼치유의소리 명상지도사 선생님들 모두가 한마음으로 붓다볼을 울리며 법회의 의미를 깊이 새겼다. 각자의 볼이 내는 소리는 다르지만 울림의 목적은 하나, 부처님의 법음을 세상에 전하는 일이었다.
연주를 마친 뒤 서로의 눈빛에는 감사와 감동이 번져 있었고, 그 마음이 부석사의 가을 하늘을 더욱 빛나게 했다. 나뿐만 아니라 함께한 모든 선생님들의 가슴에도 깊은 기쁨과 원력이 일었다.
파란 하늘 아래 법음이 산자락을 따라 퍼져 나가며 대지 전체가 진동하는 듯했다. 나는 그 진동 속에서 ‘이것이 바로 전법이구나’란 깊은 깨달음을 얻었다. 말로 전하는 법보다 소리와 울림으로 전하는 법이 더 멀리 더 깊이 사람들의 마음에 닿는다는 것을.
행사가 끝난 뒤에도 한동안 자리를 떠날 수 없었다. 붓다볼의 여운이 내 안에서 계속 울리고 있었다. 그 소리는 귀로 듣는 음이 아니라, 부처님께서 세상에 전하고자 하신 연민과 자비의 파동이었다. 이미 세운 원력, 그 길 위에 내가 있음을 다시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붓다볼과 함께 법을 전하는 이 길은 지금도 진행 중이며, 그 울림은 나와 함께 세상으로 향하고 있다. 법음은 사람의 말보다 더 오래 남는다. 그 소리의 진동은 마음속으로 스며들어 고통을 녹이고 희망을 피워 낸다. 의상 대사의 탄신 1400주년이라는 위대한 법석에서, 나는 그 울림을 다시 새기며 오늘도 사람들의 마음에 자비의 파동을 전하고 있다.
붓다볼의 울림은 멈추지 않는다. 그 소리가 머무는 곳마다 부처님의 자비가 피어나고, 그 진동 속에서 사람들의 마음은 다시 부드럽게 깨어난다. 가을의 끝자락에서, 나는 그 울림과 함께 오늘도 전법의 길을 걷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