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이라마 구순 기념 행사 참관기
한국 등 11개국 공동주최…1200명 운집 9월 20일, 인도 다람살라서 “인류 안녕·행복 위해 한자리”
지난 9월 20일, 인도 히마찰프라데쉬주의 다람살라에서는 티베트 불교의 지도자이자 세계평화의 상징으로 불리는 달라이라마의 구순을 기념하는 국제 행사가 봉행됐다. 한국을 비롯해 동남아시아 각국이 공동 주최해 총 11개국이 참가한 이 행사는 달라이라마의 구순을 기념하는 캠페인 ‘자비의 해(The Year of Compassion)’의 일환으로 봉행됐다.
행사를 공동주최하는 각국의 조직위는 지난 5월부터 온라인으로 모여 행사를 준비했다. 이후 오프라인 회의 등을 거쳐 행사의 주요 얼개가 만들어졌다. 전통적으로 티베트 불교에서 봉행되는 기도의식이 중심이 되는 장수기원행사와는 조금 다른 모습으로 각국의 전통문화 공연이 함께하는 문화행사와 같이 진행됐다.
한국 측은 서울 은평구에 소재한 티베트 사찰인 ‘삼학설행사(랍숨섀둡링)’이 공동주최자로 올랐으며 이번 행사를 홍보하고 한국 각계의 축전과 행사 참가자를 모집했다. 삼학설행사 주지 남카 스님은 “사람이 구순까지 사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법을 전하는 스승께서 구순을 맞이했다는 것은 더더욱 희유한 일”이라며 이번 행사의 특별함을 설명했다. 국제조직위는 이번 행사에 참가하는 등록 인원만 1200여 명, 현장 등록인원까지 약 6000여 명을 참가인원으로 파악했다.
한국에서는 현장 등록 인원을 포함 약 110여 명이 참석했다. 조계종 교육아사리회장 금강 스님과 조계총림 송광사 율주 지현 스님이 대표로 참석했다. 특히 금강 스님은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의 친서를 달라이라마께 전달했다. 이외에도 태고종 총무원장 상진 스님, 진각종 통리원장 능원 정사 등 한국불교계에서 축전을 보냈다. 정계에서는 주호영 국회부의장 겸 정각회 명예회장이, 학계에서는 한국밀교학회가 구순행사를 기념하는 축전을 보내왔다.
행사장은 남걜사원의 마당으로 정해졌다. 남걜사원은 달라이라마의 개인사찰로, 현재는 망명해온 남걜사원의 스님들이 다람살라의 한쪽 끝인 하갤리산 위에 재건했다. 달라이라마의 관저와 바로 붙어있어 달라이라마가 주관하는 여러 행사가 자주 열리는 장소다.
행사장은 이틀 전부터 태국에서 온 불자들이 직접 공수해 온 난꽃으로 하나하나 장엄됐다. 꽃 장엄을 위한 모든 비용은 한국에서 희사했다. 기둥과 내빈석의 난간은 물론 달라이라마 존자가 앉을 중앙 단상의 좌우에는 흰 난꽃으로 만든 한 쌍의 공작이 아름답게 세워졌다.
행사 당일. 이른 아침 6시부터 남걜사원의 산문 앞이 북적였다. 각국은 물론 현장에서 등록한 이들은 좀 더 달라이라마를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자리를 잡겠노라며, 행사 시작인 9시보다 일찍부터 행사장으로 나온 것이다. 한국에서 참석한 많은 불자들은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달라이라마를 기다렸다. 이윽고 오전 8시 50분, 달라이라마가 관저를 나서 행사장으로 입장했다. 시자 스님들의 부축을 받으며 천천히 입장하는 달라이라마의 앞으로 싱가폴의 사자춤, 태국의 꽃 공양, 한국의 연등 공양이 길을 앞장서 맞이했다.
달라이라마는 행사에서 자신의 일생을 짧게 회고한 후 “오늘 다람살라에 수많은 세계인들이 저의 90번째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와준 것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하다”면서 “물질적 번영과 풍요를 위한 것이 아닌 인류의 안녕과 행복을 위해 한자리에 모였을 것”이라며 감사와 축복의 인사를 전했다.
법문에 이어서 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라오스, 미얀마, 캄보디아, 말레이시아, 싱가폴의 순으로 각국의 전통문화 공연이 이어졌다. 특히 싱가폴의 경우 전문 사자춤 공연단이 직접 싱가폴에서 공수해 온 8마리 사자탈을 쓰고 공연해 행사의 대미를 장식했다. 각국의 축하를 받은 달라이라마는 거듭 감사를 표했다.
참석자들은 모두 환희심을 감추지 못했다. 태국에서 온 불자는 “내 생에 이런 기쁜 자리에 함께 할 줄 몰랐다. 너무나 환희롭다”고 말했고, 베트남에서 온 불자는 “나에게 달라이라마는 살아있는 관세음보살이시다. 그런 분을 뵙는 일도 희유한다, 구순을 기념하는 자리에 내가 있었단건 큰 자랑거리”라며 기쁨의 눈물을 보였다.
인도 다람살라=박영빈 객원기자